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필자에게 추석은 집에서 난 농산물로 음식을 준비하는 날이었다. 밭에서 수확한 것 가운데 좋은 것을 골라 상에 올리고, 넉넉하게 난 것은 친척이나 이웃과 나눴다. 주변에도 농사를 짓는 집이 많아 서로 먹거리를 주고받는 모습이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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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면서 추석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필자의 집도 이제는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대신 가족이 모이고 아버지 친구분들도 고향 집을 찾기 때문에 여전히 준비해야 할 음식은 많다. 차례상은 사라졌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먹을 한 끼를 준비하는 일은 그대로다.

최근에는 명절을 준비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수도권 소비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추석 농식품을 한꺼번에 사기보다 추석 전후로 나눠 구매한다는 응답이 58.3%였다. 대용량 과일 구매를 줄이겠다는 응답도 62.0%로 나타났다. 많은 양을 미리 준비하기보다 필요한 만큼 구매해 가족과 나누는 소비가 늘고 있다.
필자 역시 성인이 돼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추석을 맞는 모습이 달라졌다. 어린 시절에는 집에서 키운 농산물이 자연스럽게 명절 음식이 됐지만, 지금은 필요한 식재료를 마트에서 구매한다.

올해도 추석을 앞두고 고향에 가져갈 선물과 음식 재료를 마련하기 위해 가까운 대형마트를 찾았다.
◆ 1490억 원으로 늘어난 농축산물 할인, 현장에서는?
올해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농축산물 할인지원 규모를 지난해 590억 원에서 1490억 원으로 약 3배 늘렸다. 당초 9월 23일까지였던 행사 기간도 30일까지 연장했다. 지원 규모가 많이 늘어난 만큼 실제 매장에서도 그 효과를 느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마트에 들어서자 과일과 채소, 달걀 등 곳곳에서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할인지원 표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할인 대상과 판매 가격이 함께 적혀 있어 어떤 품목에 혜택이 적용되는지도 한눈에 알아보기 쉬웠다.

먼저 살펴본 것은 추석에 많이 찾는 사과와 배였다. 특히 제례용 사과와 배는 크기와 품질이 좋은 만큼 일반 과일보다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올해도 다른 과일에 비하면 비쌌지만, 지난해 추석 무렵과 비교하면 개인적으로는 부담이 조금 덜하다고 느꼈다.
다만 시골이 고향인 필자에게 과일은 상대적으로 걱정이 적은 품목이다. 집에서도 일부 과일을 재배하고, 주변 농가에서 사과나 배, 복숭아 등을 나눠주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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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히려 눈여겨본 것은 여러 음식에 두루 사용하는 감자와 양파였다. 이날 감자 1.5㎏은 3960원, 양파 3㎏은 4886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추석에는 평소보다 많은 양을 준비하는 만큼 자주 쓰는 채소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반가웠다.
◆ 가장 눈에 띈 건 5960원짜리 달걀 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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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품목은 달걀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30구 한 판 가격이 1만 원 안팎까지 오르면서 달걀을 살 때마다 부담이 컸다. 평소에도 자주 먹는 식재료지만 추석에는 전을 비롯한 여러 음식에 사용하기 때문에 소비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그런데 이날 농식품부 할인지원이 적용된 달걀 30구 한 판은 5960원이었다. 최근까지 봐왔던 금액과 차이가 커 가격표를 다시 확인했을 정도였다. 농축산물 할인지원에 1490억 원이 투입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규모가 크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1만 원 가까이 하던 달걀을 5000원대에 살 수 있는 것을 보니 정책 효과가 훨씬 와닿았다.
◆ 소비자에게 반가운 가격, 농가의 사정은?
마트를 둘러보다 보니 고향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 생각이 났다. 소비자인 필자에게는 저렴해진 가격이 반가웠지만, 직접 농산물을 키워 판매하는 부모님은 올해 추석을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했다.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올해는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었다고 한다. 특히 과일 가격이 많이 내려 수박도 4000~5000원 정도에 판매되는 경우가 있었다. 소비자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반가운 일이지만, 농가에서는 판매 가격이 낮아 수익이 높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다.
올해는 병충해로 인한 어려움도 컸다. 태풍 피해는 없었지만, 총채벌레가 수박뿐 아니라 채소 등 여러 작물에 발생하면서 방제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었다. 어머니는 총채벌레 방제에 사용한 약값이 지난해보다 많이 들어 부담이 컸다고 했다.
주변 농가의 상황도 작물마다 달랐다. 복숭아는 올해 판매 가격이 좋지 않았고, 사과는 가격 자체는 높은 편이었지만 탄저병 등 병해로 농약 사용이 늘면서 실제 수익은 크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벼는 초반에 병충해가 있었지만, 태풍이 없었던 덕분에 비교적 농사가 잘된 편이라고 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농산물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농가의 상황까지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판매 가격이 낮은 작물도 있었고, 병충해로 방제 비용이 늘어난 농가도 있었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는 저렴해진 가격이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농가에서는 그 가격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부담도 있었다.
◆ 달라지는 명절, 할인 혜택에서 농촌 체험까지
달라지는 명절 분위기만큼 올해 농업·농촌 분야 '추석 민생안정대책'에는 농축산물 할인 외에도 여러 지원이 포함됐다.

9월 7일부터 13일까지 '농촌관광 가는 주간'을 운영해 농촌 체험과 숙박 상품에 혜택을 제공했고, 전통주 팝업스토어와 식품명인 체험 등 K-미식 관광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국립자연휴양림과 수목원의 입장료 면제 및 숙박비 할인, 취약계층을 위한 정부양곡 할인 공급과 농식품 바우처 지원도 추진했다.
먹거리 가격을 낮추는 것뿐 아니라 연휴를 계기로 농촌을 찾고 지역의 먹거리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정책 범위를 넓힌 것이다.
◆ 장바구니 너머 농가의 이야기도 함께 살펴보니
이번 추석에는 직접 장을 보면서 농축산물 할인 혜택을 체감할 수 있었다. 평소 자주 구매하는 식재료를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웠다. 특히 여러 사람이 모여 평소보다 장을 많이 봐야 하는 명절에는 이런 할인 혜택이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과 농가가 체감하는 상황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됐다. 소비자에게 저렴한 농산물 가격이 농가에는 낮은 판매 가격으로 이어질 수 있고, 올해처럼 병충해로 방제 비용까지 늘어나면 실제 농가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집에서 수확한 농산물로 자연스럽게 추석을 준비했지만, 지금은 도시에서 직접 장을 보는 소비자가 됐다. 덕분에 이번 추석에는 할인된 가격을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농산물을 키워낸 농가의 사정까지 함께 들여다볼 수 있었다.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이 이어지는 한편, 농가가 안정적으로 농사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마련된다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정책뉴스) 추석 농축산물 할인에 1490억 원 투입…지난해보다 3배↑
☞ (정책뉴스) "차례상보다 소중한 가족과의 한 끼"…달라지는 명절 농식품 소비 기준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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