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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으로 마주한 북녘의 삶, '제로ZERO: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

국립민속박물관 '제로ZERO: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 기획전시실 1에서 진행
'평화바람주간' 맞아 북녘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터전 살펴보고 통일 의미 되새겨

2026.10.02 정책기자단 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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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1일부터 21일까지 '2026 평화바람주간' 기간이다. 

바람을 타고 평화가 이 땅에 널리 퍼지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아, 한반도 평화를 생각해 보자는 계기에서 지정된 주간이다. 통일부의 '2026 평화바람주간' 개막식 영상을 살펴보니, 9월뿐만 아니라 10월, 11월, 12월에도 꾸준히 한반도의 평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서로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자세를 갖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제로: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 특별전을 보고 왔다. (본인촬영)
국립민속박물관의 '제로ZERO: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 특별전을 보고 왔다. (본인 촬영)

마침 국립민속박물관에서 2026년 8월 12일(수)부터 2027년 2월 14일(일)까지 '제로ZERO: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 특별전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뉴스나 영상 매체 등을 통해 전해지는 북한의 모습이 전시되는 걸까? 그건 아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뉴스나 매체로 익숙하게 접했을 북한의 이미지 대신, 누군가가 살아온 삶의 터전이라는 점에 시선을 맞췄다고 한다. '민속'이라는 테마 아래 북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는 전시라는 설명을 읽고 흥미가 생겨 특별전 현장에 다녀왔다. 

유리로 된 커다란 수장 타워 속에 유물들이 있고, 벽면에 영상이 나온다. (본인촬영)
유리로 된 커다란 수장 타워 속에 유물들이 있고, 벽면에 영상이 나온다. (본인 촬영)

박물관이 소장한 북한 지역 민속 유물 316건 346점을 선보이는 이번 특별전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1에서 열리고 있다. 

1부, '각자의 기억'에서는 황해도와 개성, 평안도와 함경도의 민속 자료를 통해 한반도 북부 지역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살펴보도록 구성돼 있었다. 

전시실 벽면에 북녘 지역 지도와 함께 지역별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본인촬영)
전시실 벽면에 북녘 지역 지도와 함께 지역별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본인 촬영)

이번 전시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큰 땅과 같은 느낌처럼 다가왔는데, 전시를 보고 나서 북녘에도 지역마다 개성적인 특징들이 살아 숨 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황해도와 개성 지역의 유물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본인촬영)
황해도와 개성 지역의 유물과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본인 촬영)

서해를 가까이에 두고 넓은 평야와 함께 발달한 황해도, 고려의 옛 도읍이던 역사부터 상업 도시라는 특징까지 가지고 있는 개성, 평양을 중심으로 도시 문화가 발달한 평안도, 원산과 함흥, 청진을 중심으로 한 함경도와 백두산 주변의 생활 문화가 모두 비슷한 듯 달랐다. 

평안도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그린 '동국지도 평안도' (본인촬영)
평안도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그린 '동국지도 평안도' (본인 촬영)

이번 전시는 오늘날 북한 주민의 현재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준다기보다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북한 지역의 민속 자료와 역사적 기록을 통해 여러 지역에서 형성된 생활 문화와 역사를 살펴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이 점을 기억하고 전시를 감상하는 게 좋을 듯하다. 

금강산 주변의 역사가 기록된 유물과 자료들. (본인촬영)
금강산 주변의 역사가 기록된 유물과 자료들 (본인 촬영)

지역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던 1부 전시를 지나 2부, '마주한 서로'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바뀐다. 살림을 꾸리고, 먹고, 입고,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일상이 펼쳐진다. 

다양한 형태의 반닫이를 볼 수 있었다. (본인촬영)
다양한 형태의 반닫이를 볼 수 있었다. (본인 촬영)

유리로 된 수장 타워 속에 소반과 반닫이, 항아리, 문방사우 등 사람들이 일상에서 즐겨 사용했던 물건들이 전시됐다. 평양냉면과 개성만두는 내게도 익숙한 이름이었지만, '해주반'이나 '반닫이'는 낯선 이름이었다. 설명을 읽으며 용도를 확인하고 형태를 꼼꼼하게 살폈다. 해주반은 음식을 나를 때 쓰는 용도, 반닫이는 살림을 보관하던 용도로 쓰이던 물건이다. 이름은 낯설어도 물건 너머 일상의 모습은 거의 흡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섬세한 곡선과 여백을 활용한 아름다움을 가진 해주반들. (본인촬영)
섬세한 곡선과 여백을 활용한 아름다움을 가진 해주반들 (본인 촬영)

같은 살림살이지만 자연환경과 주거 문화, 지역의 미감에 따라 형태는 미세하게 다르다. 황해도 해주 지역의 해주반은 판형 다리에 장식을 뚫어낸 형태가 특징이다. 평안도 박천 반닫이는 북부의 생활환경에 맞게 높고 견고하게 제작됐다. 검은 무쇠 장석까지 매달아 강한 인상을 주는 것도 지역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해주항아리를 보고 있는 관람객. (본인촬영)
해주 항아리를 보고 있는 관람객 (본인 촬영)

다음 공간으로 향하자, 전시장 가운데의 커다란 수정 타워가 나타났다. 88점의 해주 항아리가 관람객들을 반겨주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황해도 해주 일대에서 만든 백자이다. 크기가 제각각인 흰 항아리 위에 푸른 무늬가 그려져 있다. 무늬 역시 제각각. 겹치는 것이 하나 없다. 

섬세한 무늬가 아름답다. (본인촬영)
섬세한 무늬가 아름답다. (본인 촬영)

물고기는 다산을, 모란은 부귀를 의미한다. 항아리를 빚어내고 무늬를 새긴 사람이 무엇을 기원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평양 기생 계월향 초상화와 북한 현대 수예의 정교함을 볼 수 있는 자수인물화. (본인촬영)
평양 기생 계월향 초상화와 북한 현대 수예의 정교함을 볼 수 있는 자수 인물화 (본인 촬영)

북녘 사람들의 생활 속에는 '함께 어울리는 공동체 문화와 일상의 아름다움'이 스며들어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종류의 탈이 전시된 수장 타워 앞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털이 잔뜩 돋은 눈썹, 과장된 듯 커다랗게 그려진 눈, 익살맞게 웃고 있는 입까지…. 탈만 봐도 인물의 성격을 한 번에 알 수 있다. 

각양각색의 특징이 담겨 있는 탈들. (본인촬영)
각양각색의 특징이 담겨 있는 탈들 (본인 촬영)

다양한 종류의 탈 속에서 어쩐지 웃음기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엄청난 크기의 사자탈이다. 전시된 사자탈은 함경남도 북청군에서 정월 대보름 세시 풍속으로 놀던 사자놀음에 쓰였다고 한다. 

실제로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커다란 크기의 사자탈이다. (본인촬영)
실제로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커다란 크기의 사자탈이다. (본인 촬영)

이 탈은 그 마을 주민들과 축제 연희자가 직접 만들어 마을마다 조금씩 다른 개성과 특징들이 담겨 있다고 한다. 수정 타워 속에 전시된 다양한 탈에서는 공동체의 복, 신명, 흥겨움을 기원했던 민속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우리 민족은 해학적인 민족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번 전시를 보며 그 표현이 남쪽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봉산탈춤, 강령탈춤, 해주탈춤, 북청사자놀음에 사용됐던 다양한 종류의 탈을 보며 북녘에 살던 이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삶과 미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북녘 지역 사람들의 흥을 느낄 수 있는 탈, 정교하고 세련된 자수 솜씨를 느낄 수 있는 방석 등. (본인촬영)
북녘 지역 사람들의 흥을 느낄 수 있는 탈, 정교하고 세련된 자수 솜씨를 느낄 수 있는 방석 등 (본인 촬영)

'제로'는 숫자 0이 아니라 '공(空)'의 의미다. 텅 빔과 열림을 의미한다. 북한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익숙함에서도 벗어나고, 전혀 모르는 지역이라는 거리감도 다 벗어버리고 다시 마주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북녘 지역의 풍경을 담은 여러 병풍과 옛 지도 자료들. (본인촬영)
북녘 지역의 풍경을 담은 여러 병풍과 그림 작품들 (본인 촬영)

여기에는 황해도와 개성, 평안도, 함경도, 금강산이라는 가장 일상적이고 인간적인 통로를 통해 북녘 지역의 생활 문화를 다시 들여다보자는 메시지도 함께 담겨 있다. 

기획전시실 출입구에 있는 커다란 장승들. (본인촬영)
기획전시실 출입구에 있는 커다란 장승들 (본인 촬영)

유리로 된 수장 타워 너머 전시된 유물들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정겹다. 유리 가까이에 다가가면 해주반의 아름다운 곡선과 문양이 보이고, 해주 항아리 속에서 넘실거리는 물고기와 화려한 모란이 생생하게 보인다. 관람객이 수장 타워 내부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게 설계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과거 북녘의 일상과 오늘날의 관람객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시간을 느껴보면 좋겠다.

☞ (보도자료) 2026 평화바람주간 개최(9.11.-21.)

☞ 문화체육관광부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 - 제로ZERO: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 안내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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