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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첫 '국립스포츠박물관'…이제 '국스박'

스포츠 관련 자료 7만 점을 수집·소장한 첫 '국립스포츠박물관' 개관
서울올림픽 굴렁쇠로 살펴본 국가유산청 예비문화유산 제도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임연 선수에게 직접 들은 도전 이야기
10월18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에 응원 당부

2026.10.26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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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첫 금메달이에요."

전시된 메달 앞에서 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김임연 선수가 직접 이야기를 들려줬다. 선수의 말을 듣고 메달을 한 번 더 들여다봤다. 그 메달을 따기까지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궁금해졌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개관한 국립스포츠박물관. (본인 촬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개관한 '국립스포츠박물관' (본인 촬영)

10월 17일 딸과 함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있는 '국립스포츠박물관'을 찾았다. 이곳은 스포츠 분야 최초의 국립박물관으로 10월 15일 문을 열었다. 17일 개관 기념행사에서는 김임연 선수가 자신이 기증한 유물을 소개하고 관람객들과 만났다.

박물관에는 선수들의 도전과 국민이 함께 응원했던 순간들이 담겨 있었다. 경기복과 메달뿐 아니라 야구 딱지와 잡지에도 우리나라 스포츠의 시간이 배어 있었다. 관람객들은 전시물 앞에서 저마다 기억하는 선수와 경기를 이야기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함께 조성한 국립스포츠박물관은 국내외에 흩어진 스포츠 유산을 모아 보존하는 곳이다. 현재 스포츠 관련 자료 7만 점을 수집·소장하고 있으며 전시와 교육 및 연구에 활용한다.

국립스포츠박물관 로비. (본인 촬영)
'국립스포츠박물관' 로비 (본인 촬영)

건물은 지하 2층부터 지상 4층까지 조성됐다. 1층에는 기획 전시실과 로비 및 카페가 있고 2~3층에는 상설 전시관이 자리한다. 4층에는 옥상 정원이 있으며 지하에는 스포츠 유산을 보존·관리하는 수장고 등을 두었다. 기존 서울올림픽기념관도 새로 단장해 어린이박물관과 스포츠 전문도서관 및 교육·체험 공간을 갖췄다.

◆ 축구화와 경기복에 남은 도전

역사관 1실에서는 한반도에 들어온 근대 스포츠가 자리 잡은 과정과 민족의 자긍심이 됐던 순간들을 소개한다. '조선 무예도보통지 언해'와 서윤복 선수의 보스턴 마라톤 우승 메달 등이 대표 유물이다.

서윤복 선수가 1947년 보스턴마라톤에서 받은 우승 메달. (본인 촬영)
서윤복 선수가 1947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받은 우승 메달 (본인 촬영)

서윤복 선수는 1947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당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우승했다. 그의 우승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 'KOREA'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린 성취였다.

손기정 선수의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유물. (본인 촬영)
손기정 선수의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유물 (본인 촬영)

역사관 2에는 손기정 선수의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유물과 한국 축구의 개척자 김용식 선수의 축구화가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양정모 선수의 경기복도 볼 수 있다.

유명 선수들의 경기복과 스포츠용품들. (본인 촬영)
유명 선수들의 경기복과 스포츠용품들 (본인 촬영)

선수의 이름과 성적은 알아도 그가 쓰던 물건을 마주하면 느낌이 다르다. 축구화 한 켤레와 경기복 한 벌 앞에서 당시 선수들이 흘린 땀의 가치가 전해진다. 

야구 잡지와 프로야구 딱지 등을 소개하는 전시를 둘러보는 관람객. (본인 촬영)
야구 잡지와 프로야구 딱지 등을 소개하는 전시를 둘러보는 관람객 (본인 촬영)

한 전시물 앞에서 발걸음이 느려졌다.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선동열과 최동원의 얼굴이 나란히 실린 '주간야구' 창간호와 선수 사진이 담긴 프로야구 딱지가 놓여 있었다. 두 선수가 라이벌로 맞서던 필자의 초등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농구를 보자 대학생 시절 응원가가 들리는 듯했다. 친구들과 연고전 농구 경기를 보며 응원하던 때다. 농구 관련 잡지와 응원 도구를 살펴보며 활기찼던 당시의 분위기가 떠올랐다. 경기뿐만 아니었다. 드라마 '마지막 승부' 음반도 눈에 들어왔다. 당시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기던 모습까지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옛 국민(초등)학교 대운동회처럼 꾸며놓은 공간에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본인 촬영)
옛 국민(초등)학교 대운동회처럼 꾸며놓은 공간에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본인 촬영)

추억을 떠올리는 건 필자만이 아니었다. 한 어르신은 자신이 기억하는 시절의 스포츠 이야기를 꺼냈고 30대 아버지와 아들은 전시를 보며 대화를 나눴다. 스포츠에는 저마다 꺼내놓을 추억이 있었다. 전시물을 보며 다른 세대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 굴렁쇠와 성화봉에 담긴 서울올림픽의 기억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에 사용한 굴렁쇠. (본인 촬영)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에 사용한 굴렁쇠 (본인 촬영)

주제관에서는 서울올림픽·패럴림픽 유치 과정과 개·폐막식 장면 및 국제 대회에서 거둔 성과를 소개한다. 역대 성화봉과 함께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의 굴렁쇠도 볼 수 있다. 문득 드넓은 경기장에서 어린이가 굴렁쇠를 굴리던 장면이 떠올랐다. 가족들과 둘러앉아 화면으로 봤던 그 굴렁쇠를 세월을 넘어 직접 보니 신기했다.

서울올림픽과 패럴림픽 성화봉.  (본인 촬영)
1988 서울올림픽과 패럴림픽 성화봉 (본인 촬영)

1988 서울올림픽·패럴림픽 성화봉도 전시돼 있다. 두 대회의 성화봉을 함께 살펴보며 서울올림픽에 이어 열린 서울패럴림픽도 돌아봤다. 

◆ 전시에서 생긴 궁금증을 책과 체험으로

어린이들이 직접 활동하며 스포츠를 접하는 어린이박물관. (본인 촬영)
어린이들이 직접 활동하며 스포츠를 접하는 '어린이박물관' (본인 촬영)

'어린이박물관'은 직접 해보며 스포츠의 가치를 배우는 공간이다. 어린이가 '스포츠 가치 수호대'가 돼 여러 활동에 참여하도록 꾸몄다. 담당자는 협력 활동과 역기 들기 및 장애인 스포츠 종목 체험으로 올림픽 정신을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전문도서관과 아카이브에서는 전시를 보고 궁금해진 내용을 책으로 찾아보거나 서울올림픽을 비롯한 스포츠 기록을 더 살펴볼 수 있다.

스포츠 전문도서관에서 박지성 선수 관련 책을 살펴보는 어린이.  (본인 촬영)
스포츠 전문도서관에서 박지성 선수 관련 책을 살펴보는 어린이 (본인 촬영)

1층 기획 전시실에 마련한 개관 기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박물관 순회전 'Let's Move : Get Active'는 생활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다룬다. 가족과 함께 운동하거나 친구와 체험하며 웃는 관람객들이 보였다. 안내자는 여러 사람이 스키처럼 함께 타는 체험을 즐거워하는 관람객이 많았다고 말했다.

생활 속 신체활동의 즐거움을 다루는 개관 기념 IOC 특별전. (본인 촬영)
생활 속 신체활동의 즐거움을 다루는 개관 기념 IOC 박물관 순회전 (본인 촬영)
전시장에서 스키 체험을 즐기는 가족. (본인 촬영)
전시장에서 스키 체험을 즐기는 가족 (본인 촬영)

상설 전시가 한국 스포츠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기획 전시는 새로운 주제로 스포츠를 만날 기회를 준다.

◆ 굴렁쇠로 알아본 예비문화유산 제도

박물관 기획팀 최수인 과장에게도 따로 이야기를 들었다. 최 과장은 앞서 본 굴렁쇠를 설명하며 예비문화유산 제도를 소개했다. 이 제도는 제작·형성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은 근현대문화유산 가운데 장래 등록문화유산으로 보존할 가치가 높은 유산을 국가유산청이 선정한다. '88 서울올림픽 굴렁쇠와 의상 스케치'는 2025년 처음 선정된 예비문화유산 10건에 포함됐다.

육상트랙으로 꾸며진 도서관 어린이실. (본인 촬영)
육상트랙으로 꾸며진 도서관 어린이실 (본인 촬영)

함께 지켜봤던 올림픽의 한 장면이 다음 세대에 전할 유산이 됐다는 점이 뜻깊었다. 최 과장은 관람객이 박물관과 도서관 등을 함께 이용하며 다양한 스포츠 문화를 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공간을 발전시켜 가겠다는 뜻도 전했다.

◆ 메달의 주인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

전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임연 선수. (본인 촬영)
전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임연 선수 (본인 촬영)

김임연 선수는 자신이 국립스포츠박물관에 기증한 메달과 기념품 등 134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가 패럴림픽에서 딴 메달은 금메달 5개와 은메달 3개 및 동메달 1개다. 첫 금메달은 1992년 바르셀로나 패럴림픽에서 땄다.

김 선수는 네 살 때 소아마비로 장애를 갖게 됐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사격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무거운 총을 들고 몸의 균형을 잡으며 오래 훈련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친구를 만나거나 놀러 가는 시간도 뒤로하고 운동을 이어갔다.

메달 앞에서 훈련 이야기를 듣고 나니 기록 뒤에 선수가 보낸 시간이 보이는 듯했다. 현장에서 김임연 선수에게 박물관 개관 소감과 패럴림픽에 관해 간단히 물었다. 

Q. 첫 국립스포츠박물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사실 개인이 소장한 물건을 내놓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 의미가 국민이 많이 봐주시고 다음 세대에도 전해졌으면 합니다. 스포츠로 꿈을 키우는 어린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선수들이 그동안 받은 사랑을 돌려드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Q. 1988년 서울 대회 전에는 비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사격하셨다고요?

당시에는 패럴림픽을 몰랐습니다. 1988년 서울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고 이후 장애인 선수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Q. 국립스포츠박물관을 보며 인상적이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솔직히 모두 다 좋았는데 특히 손기정 선수부터 이어지는 우리 스포츠의 역사를 흐름에 따라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앞으로 열릴 기획전도 기대됩니다. 선수들과 관람객이 직접 만나 소통할 기회가 많아지고 특히 어린이들이 꿈을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인받는 자리에서도 대화가 이어졌다. 핸드볼을 하는 어린이도 있었고 수영을 잘한다는 어린이도 있었다. 김 선수는 수영을 하는 어린이에게 "물속에서는 날아다녀야지!"라고 말했다.

관람객들과 만나 사인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김임연 선수.
관람객과 만나 사인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김임연 선수 (본인 촬영)

김임연 선수는 사인받으러 온 관람객들에게 다음 날인 10월 18일 일본에서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소식을 알렸다.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보며 선수들을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주변에 몸이 불편한 가족이 있다면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곁에서 힘을 보태달라고 했다. 종목이 다양하니 운동으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국립스포츠박물관 측은 이날 선수와의 만남을 개관 기념행사로 마련했으며 향후 다른 선수의 방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선수들의 유물 앞에서 오래전 경기를 떠올렸고 김임연 선수에게서는 메달 뒤에 쌓인 훈련의 시간을 들었다. 함께 간 딸과 운동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한 가족이 아카이브를 둘러보고 있다. (본인 촬영)
한 가족이 아카이브를 둘러보고 있다. (본인 촬영)

관람객마다 기억하는 스포츠는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돌아보는 곳이고 어린이에게는 새로운 선수를 알아가는 곳이겠다.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계속 방문해 주세요."라던 김임연 선수의 말처럼 다시 찾고 싶은 박물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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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자료) 대한민국 스포츠 기록과 감동을 한자리에, '국립스포츠박물관' 개관

김윤경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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