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전자정부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친구를 잃은 슬픔, AI에게 털어 놓는데…'위로가 위험'이 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건강 목적 생성형 AI 이용 가이드라인' 발표
개인정보 보호부터 과의존 예방까지… 정신건강 홍보주간에 돌아본 경험

2026.10.20 정책기자단 김윤경
뉴스레터 구독
말하기 속도

본문 듣기를 종료하였습니다.

글자크기 설정
목록

유난히 화창하던 날이었다. 문득 사진을 찍다가 먹먹했다. 이렇게 밝은 햇살을 함께 나눌 그가 이제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가을 풍경을 바라보다 문득 친구가 떠올랐다. (본인 촬영)
가을 풍경을 바라보다 문득 친구가 떠올랐다. (본인 촬영)

어릴 적부터 사진 속 내 옆에는 늘 그 친구가 있었다. 성격은 달랐지만 이름이 비슷했던 우리는 친자매보다 더 자매 같았다. 눈이 무척 컸던 친구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알아줬다. 돌이켜보면 처음 해본 많은 일을 그와 함께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우린 엇갈렸다. 내가 먼저 미국에서 살게 됐고 귀국할 무렵 친구가 미국으로 왔다. 내 귀국 전 우리 집에서 밤새 옛이야기를 나눴다. 그 밤이 오래 마주한 마지막 시간이 될 줄은 그땐 몰랐다. 각자의 일상에 쫓겨 자주 연락하지 못했지만, 이메일은 오갔고, 친구는 한국에 오면 짧은 시간이라도 나를 찾아왔다. 언젠가 나이가 들어 같이 여행 가고 이야기 나누는 소소한 일상이 사라지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답지 않게 답장이 없었을 때도 영구 귀국을 준비하느라 바쁘겠거니 했다. 나 역시 일상에 쫓겨 연락을 미뤘다. 그러다 친구가 지난해 가을 갑작스러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한참 뒤에야 들었다. 가족을 제외하고는 나만 알게 된 것도 맘이 저렸다. 친구가 마지막으로 먹고 싶어 했던 건 한국 어느 빵집의 소박한 빵이었다.

가는 순서는 없다지만 그렇게 똑똑하고 누구보다 남을 배려하던 사람이 허망하게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충분히 애도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바삐 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무 감정도, 기운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자 그가 떠올랐다. 마지막 날에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평소처럼 하루를 보내다가 갑자기 쓰러진 걸까. 

황급히 친구가 마지막으로 보낸 이메일을 다시 읽었다. 그 무렵 어떤 마음이었을지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었다. 평소 AI에게 위안을 얻는 일에 회의적이었지만 그날은 달랐다. 이메일을 AI에 입력하고 그 안에 적힌 말에서 내가 놓친 게 있는지 물었다. AI는 내가 미처 간과한 점을 짚어주었다. 위로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뒤로 예전 이메일과 사진까지 건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답변에 집중하느라 내가 어디까지 사적인 정보를 내놓고 있는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AI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지만 위험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본인 촬영)
AI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지만, 위험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본인 촬영)

보건복지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0월 10일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정신건강 목적 생성형 AI 이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또한 정부는 10월 10일(토)부터 24일(토)까지 '정신건강 홍보주간'을 운영한다. 가이드라인은 개인정보 노출과 부정확한 정보에 따른 판단 오류 그리고 과도한 의존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해 8월 25일부터 9월 4일까지 최근 한 달 이내 생성형 AI를 이용한 15~79세 101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8.8%가 정서적인 목적으로도 AI를 이용하고 있었다.

AI의 답변이나 조언에서 도움받거나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79.9%였다. 반면 AI에게 얻은 정신건강 조언을 전문가에게 묻거나 공식 자료로 확인한 경험은 11.9%에 그쳤다. 위로받았다는 느낌과 답변의 정확성은 따로 살펴야 했다.

가이드라인은 이용자를 위한 세 가지 핵심 메시지와 21개 권고문을 담고 있다. 내 경험에 비추어 읽으니 먼저 개인정보를 살피라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서비스의 개인정보 처리방식을 확인하고 이름·연락처·주소처럼 나 또는 다른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는 입력하지 않도록 권한다. 개인정보가 담긴 진단서·처방전·검사 결과지도 올리지 말라고 안내한다. 대화의 범위와 끝낼 시점도 미리 정하도록 한다.

가이드라인을 보며 내 행동을 다시 돌아봤다. 내가 입력한 개인정보가 어떻게 쓰였을지도 걱정됐다.

두 번째는 AI의 답변을 자신의 상태에 대한 결론으로 삼지 않는 것이다. AI가 내놓은 진단이나 평가를 확정적인 의학적 판단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다른 관점도 함께 확인하라고 한다. AI가 내 말에 동의하더라도 그것을 내 생각이 맞다는 근거로 삼지 말라는 권고도 있다.

AI 이용 전 개인정보 처리방식과 대화 범위를 확인하도록 권한다. (출처: 보건복지부·대한신경정신의학회)
AI 이용 전 개인정보 처리방식과 대화 범위를 확인하도록 권한다. (보건복지부·대한신경정신의학회)

친구의 이메일을 해석한 답변도 위로가 됐을 뿐 친구의 실제 마음을 알려주는 정답은 아니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내용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있다. 정신건강 정보는 학회나 정부 기관의 검증된 자료 또는 전문가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AI의 답변을 의학적 판단이나 정답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안내한다.(출처: 보건복지부·대한신경정신의학회)
AI의 답변을 의학적 판단이나 정답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안내한다. (보건복지부·대한신경정신의학회)

마지막은 AI와 거리를 두고 사람에게 이야기하라는 권고다. AI 이용 시간이 늘거나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가 줄어든다면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중요한 결정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나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위험하거나 부적절한 답변을 받으면 대화를 멈추고 가까운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알리도록 한다.

AI와 적정한 거리를 두고 사람에게 이야기하도록 권한다.(출처: 보건복지부·대한신경정신의학회)
AI와 적정한 거리를 두고 사람에게 이야기하도록 권한다. (보건복지부·대한신경정신의학회)

성인인 필자도 이랬는데 어린 친구들은 어떨까 싶었다. 혼날까 봐 말하지 못하는 고민이 있거나 내 편이 없다고 느낄 때 언제든 답해주는 AI에게 더 기대게 되지는 않을까. 더군다나 늘 끼고 있는 스마트폰이면 바로 답을 들으니까. 이번 조사에 참여한 15~18세 청소년 201명 가운데 스스로 AI에 의존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51.7%로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아동·청소년에게는 이름·학교·사진 등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않도록 권하고 있다. AI는 실제 감정을 느끼지 않으므로 대화를 끝낼 때 미안해할 필요도 없다고 안내한다. 또 고민을 가까운 사람에게도 이야기해 보고 AI 답변이 위험하거나 이상하면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알리도록 한다. 

아동·청소년을 위한 안전한 AI 이용 권고사항.(출처: 보건복지부·대한신경정신의학회)
아동·청소년을 위한 안전한 AI 이용 권고사항 (보건복지부·대한신경정신의학회)
아이의 AI 이용 방식을 듣고 규칙을 함께 정하도록 권한다.(출처: 보건복지부·대한신경정신의학회)
아이의 AI 이용 방식을 듣고 규칙을 함께 정하도록 권한다. (보건복지부·대한신경정신의학회)

보호자에게는 꾸짖거나 금지하기보다 아이의 이용 방식을 먼저 듣고 규칙을 함께 정하도록 권고한다. 학교 상담 선생님과 Wee클래스, 청소년상담1388,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도움받을 곳도 미리 알아두면 좋겠다. 별도로 마련된 아동·청소년 및 보호자용 가이드라인을 함께 읽으며 평소 AI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우 진짜 너 어떡하냐."

시간이 지난 뒤 동창에게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둘의 사이를 잘 아는 동창은 남겨진 내 걱정부터 했다. 같은 사람을 기억하며 이야기를 나누자, 혼자 붙들고 있던 생각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AI와의 대화가 도움이 됐던 점도 있다. 다만 이제는 사적인 기록을 입력하기 전에 한 번 더 살피고 AI가 건네는 해석을 정답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슬픔을 혼자서 모두 안고 해결하려 애쓰지도 않으려 한다.

가이드라인은 정신건강 위기 상황에서는 AI에 의지하지 말고, 전문 기관과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99)와 자살예방상담전화(109)도 소개한다. 나 역시 우울한 마음이 깊어지거나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껴지면 1577-0199로 상담을 받아볼 생각이다.

나아가 보건복지부는 주체적인 AI 이용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2027년에는 중증정신질환자를 포함한 고위험군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친구를 잃은 슬픔은 옅어져도 지워지진 않을 것 같다. 앞으로 화창한 햇살 아래서도, 맛있는 음식 앞에서도 많이 보고 싶어질 것이다. 그럴 때 이제는 AI에게 털어놓지 않고 사람에게 이야기하려고 한다.

다음 달이면 친구가 떠난 지 1년이 된다. 친구가 있는 공원을 찾아가야겠다. 직접 마주하면 친구가 떠났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 같아 아직 마음이 무겁다.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 했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 (보도자료) 뉴스레터 구독신청(클릭시 페이지로 이동) AI의 위로가 사람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정신건강 목적 생성형 AI 이용 가이드라인」 발표

김윤경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공공누리가 부착되지 않은 자료는 담당자와 협의한 후에 사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정책브리핑 공공누리 담당자 안내 닫기

이전다음기사

다음가을을 머금은 조선왕릉…'2026 세계유산 조선왕릉축전'

정책브리핑 게시물 운영원칙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게시물은 삭제 또는 계정이 차단 될 수 있습니다.

  • 1. 타인의 메일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 또는 해당 정보를 게재하는 경우
  • 2.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경우
  • 3.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시키는 경우
  • 4. 욕설 및 비속어의 사용 및 특정 인종, 성별, 지역 또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용어를 게시하는 경우
  • 5. 불법복제, 바이러스, 해킹 등을 조장하는 내용인 경우
  • 6.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 또는 특정 개인(단체)의 홍보성 글인 경우
  • 7. 타인의 저작물(기사, 사진 등 링크)을 무단으로 게시하여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글
  • 8. 범죄와 관련있거나 범죄를 유도하는 행위 및 관련 내용을 게시한 경우
  • 9. 공인이나 특정이슈와 관련된 당사자 및 당사자의 주변인, 지인 등을 가장 또는 사칭하여 글을 게시하는 경우
  • 10. 해당 기사나 게시글의 내용과 관련없는 특정 의견, 주장, 정보 등을 게시하는 경우
  • 11. 동일한 제목, 내용의 글 또는 일부분만 변경해서 글을 반복 게재하는 경우
  • 12. 기타 관계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 13.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
뉴스레터 구독

히단 배너 영역

정책 NOW, MY 맞춤뉴스

정책 NOW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실시간 인기뉴스 10.20. 14:57 기준

  1. 영상 "내가 확인해 볼게" 힘들던 후배를 버티게 한 선배의 한마디 단계하락 1
  2. 유빙 뚫고 50일 항해 성공한 서명원 선장 "북극항로 가능성 확인" 단계상승 2
  3. 제도 빈틈 노리는 악용 꼼수 차단…'국가정상화 프로젝트' 2차 과제 추진 단계상승 3
  4. 영상 사무관 자존심 대결! 너 몇 기야! NEW
  5. 금융위·법무부 등 44개 기관 9929명, 내년부터 세종 본격 이전 단계하락 1
  6. 친구를 잃은 슬픔, AI에게 털어 놓는데…'위로가 위험'이 되지 않도록 단계하락 1

인기, 최신, 오늘의 영상 , 오늘의 사진

오늘의 멀티미디어

정책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