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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에서 온 여행객, '전쟁기념관'에서 걸음을 멈춘 이유

[정책기자단 협업①] 10월 24일 전쟁기념관 '2026 유엔문화축제' 현장
가족과 청년이 함께 기억한 참전의 의미…11월 11일 부산으로 추모 이어진다

2026.10.27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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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날, 유엔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을 앞두고 두 정책 기자(김윤경, 조수연 기자)가 서울과 부산에서 유엔참전용사의 발자취를 따라가 봅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함께한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생각하고 우리가 기억하고 계승해야 할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조명합니다. 

유엔문화축제에서 모터사이클 시범을 선보이는 수방사 대원들 (본인촬영).
'2026 유엔문화축제'에서 모터사이클 시범을 선보이는 수방사 대원들 (본인 촬영)

"우와, 너무 멋지다."

모터사이클을 탄 수도방위사령부(이하 수방사) 군사경찰대원들이 광장으로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필자도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대원들이 호흡을 맞춰 시범을 이어가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지켜봤다. "수방사가 뭐예요?" 아이의 물음에 부모는 "수도방위사령부라고, 수도를 지키는 특수대야."라고 답해 줬다. 관람객들이 나누는 말을 들으며 여러 대열로 나뉘어 달리는 모습을 필자도 넋을 놓고 바라봤다. 대부분의 관람객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박수 치는 것조차 잊었다.

10월 24일 유엔의 날,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2026 유엔문화축제: 'Together for Peace 함께 만드는 평화'가 열렸다. 야외 광장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이 많았다. 공연을 구경하는 사람과 부스를 찾아다니는 사람이 어우러져 주말 축제의 활기를 더했다.

각국 부스를 둘러보는 시민들(본인촬영).
각국 부스를 둘러보는 시민들 (본인 촬영)

이번 축제는 유엔의 날을 기념해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평화광장과 전시실 등에서 열렸다. 유엔참전국과 참전용사의 활동을 기억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행사다. 참전국과 대한민국 국민이 함께 참여해 미래 세대와 평화의 가치를 나누는 데 취지를 뒀다.

축제는 사흘 동안 여러 방식으로 참전의 의미를 나눴다. 23일에는 국군 군악·의장 행사와 스페셜 토크가 열렸다. 필자가 방문한 24일에는 가족체험교육인 '참전국 탐험대'와 청년 안보 스피치 대회 본선 및 시상식이 마련됐다. 마지막 날인 25일에는 유엔참전국 후손들이 철원 일대 전적지를 답사하는 일정으로 이어졌다.

◆ 광장에 모인 가족들의 유엔의 날

태권도 공연이 펼쳐지자, 관람객의 시선이 무대로 모였다. 힘찬 동작이 이어지는 동안 필자도 잠시 걸음을 멈췄다. 아이들이 공연에 빠져 있는 사이 보호자들은 곁에서 함께 지켜보거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탄성을 자아낸 태권도 공연 (본인 촬영)
탄성을 자아낸 태권도 공연 (본인 촬영)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것은 수방위의 모터사이클 시범이었다. 대원들이 광장에서 대형을 바꿔 갈 때마다 관람객들은 숨을 죽였다. 가까이에서 보는 모터사이클과 대원들의 호흡에 모두가 빠져들었다. 공연이 끝나자, 기념 촬영 시간이 이어졌다. 관람객들이 대원들에게 다가갔다. 멀리서 바라보던 대원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시간이었다. 관람객 중에는 아이와 함께 온 가족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대형을 맞춰 움직이는 군사경찰(본인촬영).
대형을 맞춰 움직이는 군사경찰대원 (본인 촬영)

광장 한쪽에는 프리마켓과 체험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참전국 가족과 대한민국 가족이 운영하는 부스는 관람객의 발길을 붙들었다. 자신의 책을 가지고 나왔다는 한 어린이는 재미있는 책들을 구경해 보라고 목청 높여 외쳤다. 500원 정도의 착한 가격에 '득템'도 할 수 있었다. 참전용사 후손 장학금을 위한 자율 기부도 함께 이어져 의미를 더했다.

스탬프 여행을 함께한 체험 여권(본인촬영).
스탬프 여행을 함께한 체험 여권 (본인 촬영)

안내 데스크에서는 관람객에게 '피스타운'이라고 적힌 여권을 나눠 줬다. 각 장에는 전투지원국과 의료 지원국의 국기와 함께 간단한 해설이 적혀 있었다. 나라별 부스를 찾아 스탬프를 모으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었다. 필자도 남색 체험 여권을 받아 들고 감사한 마음으로 행사장을 둘러봤다.

"룩셈부르크가 어딨지?"

주변에서도 부스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한 나라의 도장을 찍고 나면 다음 나라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부스를 지키는 아이들이 더 즐겁게 여권에 도장을 찍어 주기도 했다.

즐겁게 관람객에게 나라별 스탬프를 찍어주는 프리마켓 담당 어린이(본인촬영).
즐겁게 관람객에게 나라별 스탬프를 찍어 주는 프리마켓 담당 어린이 (본인 촬영)

필자도 처음에는 도장을 모으는 재미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나라 이름을 확인하며 부스를 찾아다니다 보니, 이 나라들이 왜 이곳에 함께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 아이들에게도 참전국의 이름을 친근하게 접하는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청년이 향에 담으려 한 감사

전시관 곳곳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향을 시향하는 부스에 들렀다. 구역마다 어울리는 향이 달라 무척 인상적이었다. 부스를 함께 지키던 다른 서포터스는 아이들이 주로 거북선이 있는 향을 골랐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전쟁기념관 청년 서포터스로 활동하는 김연우 학생을 만났다. 대학교 4학년인 그는 서포터스들과 전쟁기념관을 기념할 수 있는 제안에서 의미와 향을 함께 담고 싶어 향을 활용한 기념품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유엔의 날을 원래 알고 있었는지 묻자, 그는 솔직히 서포터스 활동 전에는 자세히 몰랐다고 답했다.

"참전하신 분들 때문에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을 수 있는 건데 알게 되니까 조금 창피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의 대답을 들으며 필자도 자신을 돌아봤다. 참전국의 도움을 배웠어도 그 고마움을 떠올리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낸 날이 얼마나 있었을까.

부스 프로그램인 태극기와 유엔 문양을 담은 종이접기(본인촬영)
부스 프로그램인 태극기와 유엔 문양을 담은 종이접기 (본인 촬영)

◆ 국기에서 시작해 유엔실에서 만난 참전의 기록

실내로 들어서니 각국의 국기를 꽂는 체험이 눈에 들어왔다. 

국기를 꽂으며 알아가는 참전국 (본인 촬영)
국기를 꽂으며 알아가는 참전국 (본인 촬영)

국기와 나라 이름을 살펴보며 필자도 미처 익숙하지 않았던 나라들을 다시 알아갔다. 야외에서 여권에 모았던 나라 이름이 실내에서도 이어졌다. 참전국 국기를 알아보는 체험과 포토부스는 사흘 내내 운영됐다. 야외 공연을 즐긴 뒤 전시실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옮겨지도록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각국 국기가 늘어선 유엔실(본인촬영).
각국 국기가 늘어선 유엔실 (본인 촬영)

3층 유엔실로 올라갔다. 여러 나라의 국기와 국가별 전시가 펼쳐져 있었다. 각국이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설명을 읽으며 걸음을 옮겼다. 조금 전까지 부스를 찾아다니며 부르던 나라 이름을 이번에는 참전의 기록 속에서 마주했다.

참전 관련 영상을 보는 해외관람객들(본인촬영).
참전 관련 영상을 보는 해외 관람객 (본인 촬영)

필자는 국가별 설명 앞마다 걸음을 멈췄다. 전쟁 당시 한국을 도운 나라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각국의 기록을 하나씩 읽자, 생각이 더 깊어졌다. 각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은 자기 나라 국기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필자에게는 도움을 준 나라의 역사였고 그들에게는 자신의 나라가 참여한 역사였다. 같은 전시 앞에서 서로 다른 출발점의 기억이 만나고 있었다.

튀르키예와 태국 전시를 살펴보는 관람객들(본인촬영).
튀르키예와 태국 전시를 살펴보는 관람객 (본인 촬영)

이곳에서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온 여행객과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여행 사흘째라는 그는 유엔의 날을 맞아 전쟁기념관을 찾았다고 했다.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때의 우리라면 그런 희생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물음에 닿았다. 필자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낯선 나라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는 일이 어떤 선택이었을지 가늠해 봤다. 먼 곳에서 이곳까지 왔을 사람들을 떠올렸다. 다른 나라를 위해 유엔군이 꾸려지고 목숨을 바쳐 도왔다는 사실이 요즘 들어 더 진하게 다가왔다. 그들의 희생으로 지켜낸 평화 속에서 지금 우리 모두가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이 일이 한국과 튀르키예 두 나라의 새겨야 할 역사라고도 말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하는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한국의 역사로만 읽던 전시를 그는 자기 나라의 역사로도 바라보고 있었다. 

◆ 11월 11일, 부산을 향해

유엔실에 소개된 부산 유엔기념공원(본인촬영).
유엔실에 소개된 부산 유엔기념공원 (본인 촬영)

유엔실을 돌아본 뒤 11월 11일을 떠올렸다. '턴 투워드 부산'은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 유엔군 전몰장병이 안장된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1분간 묵념하며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는 추모 행사다. 부산에 가지 않더라도 같은 시각에 마음을 모을 수 있다.

이번 기획의 다음 이야기는 함께 기획한 조수연 정책 기자가 11월 11일 부산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필자도 그날 오전 11시에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부산을 향해 묵념하려 한다.

유엔문화축제를 알리는 실내 안내판(본인촬영).
'2026 유엔문화축제'를 알리는 실내 안내판 (본인 촬영)

유엔의 날 전쟁기념관에서 공연을 보고 도장을 모으며 여러 나라를 만났고, 유엔실에서는 그 나라 사람들이 남긴 참전의 기록을 읽었다. 이스탄불에서 온 여행객과는 같은 역사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무엇보다 요즘 들어 더더욱 우리가 바라는 건 세계평화가 아닐까, 올해 유엔의 날은 특히 많은 사람과 함께 기억하는 날로 남을 것 같다.

☞ (보도자료) 국가보훈부 미국 전쟁포로 실종자 확인국과 MOU

김윤경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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