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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서 온 줄 몰랐다"…구로 객석 울린 창작 오페라 '우리 아빠'의 반란

'2026 리:바운드 축제' 현장 가보니…대형 상업극 제치고 이례적 기립박수
수도권 쏠림 해소할 '공연 유통 생태계' 다각화 시급

2026.11.03 정책기자단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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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예술의전당이 주관하는 '2026 리:바운드 축제'가 한창인 가운데, 지난 10월 31일 서울 '구로창의아트홀'에서는 여타 대형 상업 공연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충북 청주를 기반으로 자생적 활동을 이어온 씨엘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린 창작 오페라 '우리 아빠'가 그 주인공이다.

2026 리:바운드 축제 안내책자(본인촬영)
'2026 리:바운드 축제' 안내 책자 (본인 촬영)

이번 공연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화된 국내 공연 시장에서 지역 민간 예술단체가 지닌 독창적 역량을 증명해 내는 동시에, 대한민국 공연 유통 생태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궤적을 남겼다.

구로 창의문화예술센터(본인촬영)
'구로창의문화예술센터' (본인 촬영)

이날 구로창의아트홀 객석은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들로 가득 차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이 감돌았다. 이윽고 조명이 꺼지고 막이 오르자, 무대는 이내 밀도 높은 감정의 파고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창작 오페라 '우리 아빠'는 자칫 식상할 수 있는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지역 특유의 정서적 질감과 세련된 음악적 문법으로 영리하게 변주해 냈다. 무대 위 예술가들의 호흡은 현장 카메라 셔터 속에서도 고스란히 포착될 만큼 치열했다. 배우들의 절절한 표정 연기와 흐트러짐 없는 하모니, 그리고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한 무대 연출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기획사 중심의 공연들과 비교해도 연출적 완성도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았다.

마지막 음이 끝나고 커튼콜이 시작되자, 객석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기립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현장의 열기는 지역 문화예술이 단순히 생존을 넘어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품고 있음을 방증하는 순간이었다.

구로창의아트홀; 우리아빠 안내데스크(본인촬영)
'구로창의문화예술센터' 4층에 있는 '구로창의아트홀' 우리 아빠 안내 데스크 (본인 촬영)

공연이 끝난 후 불이 켜진 로비는 여운을 채 털어내지 못한 관객들의 나지막한 웅성거림으로 가득했다. 눈가를 붉힌 채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표정에는 신선한 충격이 역력했다. 현장에서 만난 일반 관객들은 이번 무대가 준 감동을 넘어, 지역 예술 유통 활성화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직접 피부로 느낀 바를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공연장 인근 구로구에 거주하는 관객 김민재 씨(34세)는 "평소 오페라는 서양의 고전이나 귀족 문화를 다뤄 진입장벽이 높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극이라 나도 모르게 극 중 인물의 감정에 완전히 이입됐다."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어 "충북 청주에서 올라온 단체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도 이토록 깊이 있는 연출력과 탄탄한 실력을 갖춘 예술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구로창의아트홀 로비(본인촬영)
'구로창의아트홀' 로비 (본인 촬영)

수도권 중심의 편중된 문화 소비 패턴에 대한 관객들의 자성 섞인 목소리도 이어졌다. 경기 광명시에서 발걸음을 한 이정은 씨(42세)는 "솔직히 그동안은 표 가격이 비싸더라도 서울 중심가의 대형 뮤지컬이나 유명 기획사 작품 위주로 관람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운을 뗐다.

그녀는 "하지만 오늘 무대를 보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원석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이러한 훌륭한 지역 콘텐츠가 일회성 축제로만 소비되고 사라진다면 너무 아까운 일 아니냐"라며,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지역 문예회관과 무대에서 이 작품을 상시로 만날 수 있도록 유통망이 확장된다면, 우리 같은 관객들에게 문화적 선택지가 훨씬 넓어지고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유통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연 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바라보는 젊은 관객의 시선도 날카로웠다. 대학생 박현우 씨(28세)는 향후 지역 예술단체의 공연을 다시 찾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 씨는 "대기업 자본이 가공해 낸 획일적인 상업 공연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독창성과 진정성 있는 에너지를 경험했다."라며, "지역 예술이 자생력을 갖추고 홀로서기를 하려면 정부의 지원금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 같은 관객들이 지속적으로 표를 구매하고 관심을 두는 유통의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지역 교류형 축제가 일상화돼 다양한 지역의 색깔을 담은 고유한 작품들을 자주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1층 구로창의아트홀 공연 안내 배너(본인촬영)
'구로창의아트홀' 공연 안내 배너 (본인 촬영)

씨엘오페라단이 구로 무대에서 쏘아 올린 작은 공과 이에 화답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 예술단체가 단순히 중앙 정부의 시혜성 지원금에 의존하는 수혜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 시장의 공급 주체로 당당히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진정한 문화 분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번 축제의 성과를 발판 삼아 지역 예술의 유통 경로를 다각화하고 현장 관객과의 접점을 촘촘히 넓혀가는 구체적인 실행 체계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

☞ (보도자료) 올가을, 대한민국은 공연 중... 10~11월에 공연 보러 오세요

김수연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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