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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아이스크림에 곶감쌈까지…익숙한 한식의 '색'다른 변신

10월 24일 첫 법정기념일 '한식의 날', 국립중앙박물관서 기념행사 개최
농림축산식품부, 한식 전문인력 양성·전통 식문화 계승·지역 미식 관광 추진
인공지능 시대 한식의 미래 논의, '가치갓생'·K-치킨벨트·다양한 프로그램도 눈길

2026.11.04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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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나 우리의 음식 한식을 알고 있을까요?"

행사 첫날인 지난 10월 23일 한식 콘퍼런스에서 손종원 요리사(셰프)가 질문을 던졌다. 매일 밥과 반찬을 먹으면서도 선뜻 대답하기 어려웠다.

첫 한식의 날을 기념한 '2026 한식페스타' 조형물.(본인 촬영)
첫 한식의 날을 기념한 '2026 한식대축제' 조형물 (본인 촬영)

농림축산식품부와 외교부는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26 한식대축제(HANSIK FESTA)'를 개최했다. '한식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뒤 처음 열린 기념행사였다. 한식진흥법 개정으로 매년 10월 24일이 한식의 날이 됐고, 이날부터 일주일은 한식 주간이다. 날짜에도 뜻이 담겼다. 숫자 10은 '완성과 조화'를 상징하고, 24는 '자연의 흐름을 담은 24절기'에서 가져왔다. 계절에 맞는 식재료를 활용해 온 한식의 특징을 날짜에 녹인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 너머로 보이는 한식대축제 행사장.(본인 촬영)
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 너머로 보이는 '2026 한식대축제' 행사장 (본인 촬영)
한식 체험 부스로 북적이는 축제 현장.(본인 촬영)
한식 체험 부스로 북적이는 축제 현장 (본인 촬영)

K-문화에 관한 관심이 관광으로 이어지는 요즘이라 더 특별했을까. 역사와 문화를 만나러 갔던 박물관에서 한식의 현재와 미래를 듣는다니 색다르게 다가왔다. 대강당에서는 한식의 미래를 논의했고, 야외 행사장에서는 명인의 김치·나물 조리 시연을 볼 수 있었다. 방문객들은 각 부스를 돌며 다양한 한식을 맛봤다.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 한식을 다시 바라보게 된 한식 콘퍼런스

축제 첫날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는 기념식에 이어 한식 콘퍼런스가 열렸다. 첫 발표자인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 소장은 '한식은 왜 지금의 미식 트렌드와 만나는가'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 소장.(본인 촬영)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 소장 (본인 촬영)

박 소장은 웹과 앱 시대를 거쳐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비자의 생활 방식과 음식에 대한 관심도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앱 시대에는 더 멋지고 새로운 생활 방식을 추구했다면, 인공지능 시대에는 자신을 돌보고 좋은 상태를 유지하려는 욕구가 커진다는 분석이었다. 새로운 음식을 찾기보다 익숙한 식재료를 건강하게 즐기려는 경향도 나타난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음식에 관해 쓰는 표현을 분석한 결과도 소개했다. 한식에서 두드러진 표현은 '푸짐하다'와 '정갈하다', '건강하다'였다. 깊은 맛과 손맛처럼 정성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도 특징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먹는 방식은 달라지고 있다. 직접 육수를 끓이는 대신 코인 육수를 쓰고, 여러 반찬을 준비하는 수고를 덜어 컵에 담아 먹는 음식과 한입 크기의 한식 디저트도 등장했다. 박 소장은 이를 '형식의 혁신'이라고 불렀다. 전통적인 맛과 가치는 지키면서 만드는 과정과 먹는 방식을 간편하게 바꾸는 일이다.

옥동식 셰프.(본인 촬영)
옥동식 요리사 (본인 촬영)

이어 옥동식 요리사는 해외에서 돼지 곰탕을 선보인 경험을 나누며, 현지 재료를 쓰더라도 한식의 맛과 조리 철학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종원 요리사는 한식 브랜드에 주목했다. 전통 상차림 사진을 보여주며 한식에 담긴 발효와 저장의 지혜를 소개했고, 계절 식재료 활용과 음식을 나누는 방식도 우리 식문화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우리가 한식을 얼마나 아는지 물었다.

손종원 셰프.(본인 촬영)
손종원 요리사 (본인 촬영)

손종원 요리사는 해외에서 요리를 배우고 돌아왔을 때 우리 식재료의 가치를 충분히 알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한식을 공부하며 두릅과 나물처럼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했다. 그가 소개한 도라지 잡채와 두릅 냉채, 깻잎 부각은 익숙한 식재료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요리다. 그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야만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미 가진 음식의 가치를 발견해 오늘날 사람들이 이해할 방식으로 전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앞선 박 소장의 발표와도 통하는 대목이었다. 한 사람은 변화하는 소비자의 생활 방식에, 다른 한 사람은 우리 음식이 지닌 가치의 재발견에 주목했다. 해외에서 현지 음식을 먹으며 그 나라 문화를 알아가듯, 한식도 한국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다.

셰프 및 관계자들이 한식을 다음 세대에 전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본인 촬
요리사 및 관계자들이 한식을 다음 세대에 전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본인 촬영)

콘퍼런스 마지막은 정혜경 호서대학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한식은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가'를 주제로 종합 토론을 진행했다. 정라나 경희대학교 교수는 한식을 이해하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장과 김치, 술, 밥, 반찬을 꼽았다. 장과 김치에는 발효의 지혜가, 밥과 반찬에는 상차림과 음식을 함께 나누는 문화가 담겼다는 설명이었다. 정 교수는 다음 세대가 우리 식재료에 친숙해지는 경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농식품부, 한식 전문인력 양성과 지역 미식 관광 추진

이어 정경석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이 정부 역할을 설명했다. 정 정책관은 국내 젊은 요리사를 육성하고, 해외에서 한식을 배우려는 요리사에게도 교육 기회를 넓히겠다고 했다. 올해 9월 미국 요리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 한식 강좌가 개설돼 외국인 요리사들이 한식을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늘고 있다고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에서 열린 한식대축제.(본인 촬영)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에서 열린 '2026 한식대축제' (본인 촬영)

또 전통 발효식품의 특성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자료를 쌓는 일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김장 문화는 2013년,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는 202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올랐다. 정 정책관은 이런 음식문화를 지키고 후세에 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음식과 관광을 잇는 정책도 소개했다. 대표 사례는 농식품부의 K-치킨벨트다. 지역 닭 요리 문화를 연결해 미식 관광을 활성화하려는 사업이다. 앞으로 장류와 막걸리 등 다양한 음식도 지역 문화자원과 연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정책관은 미국에서도 일주일에 한두 번 갈비탕이나 김치전을 먹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해 우수한 한식당과 식재료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김숙진 실장이 발표하고 있다. (본인 촬영)
CJ제일제당 김숙진 실장이 발표하고 있다. (본인 촬영)

콘퍼런스를 모두 듣고 나니 한식은 멀리 있는 전통이 아니라 매일 우리 식탁 위에 놓인 일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가진 가치를 알아보고 오늘의 방식으로 전하는 일, 그것이 한식의 미래를 여는 첫걸음이 아닐까.

◆ '가치갓생'·K-치킨벨트, 박물관 밖은 한식으로 북적북적

콘퍼런스에서 한식의 현재와 미래를 들었다면, 박물관 밖에서는 그 매력을 직접 맛볼 수 있었다. 거울못 일대에는 한식 식재료와 식품을 소개하는 부스마다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체험프로그램으로 정책을 풀어낸 농식품부 부스와 캐릭터 새농이.(본인 촬영)
체험 프로그램으로 정책을 풀어낸 농식품부 부스와 캐릭터 새농이 (본인 촬영)

농식품부의 '가치갓생'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었다. '가치 잇는 농업·같이 잇는 농촌'을 뜻하는 말로 농촌을 단순히 농사짓는 곳이 아니라 일하고, 살고, 쉬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알리려는 의미라고 한다. 시험을 보듯 문제를 풀어 보는 형식이었다. 정책을 체험 프로그램으로 소개해 한결 친근하게 느껴졌다.

한식진흥원 운영 부스에서는 K-치킨벨트가 돋보였다. 필자는 앞서 K-치킨벨트 현장을 찾아 미식 관광을 경험한 적이 있어 더욱 관심이 갔다. 다른 방문객이 부스를 유심히 둘러보는 모습을 보니 처음 이 정책을 접했을 때 느꼈던 호기심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고추장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다.(본인 촬영)
생각보다 고추장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다. (본인 촬영)

필자도 여러 부스를 둘러봤다. 특히 한식 디저트가 눈길을 끌어 금귤과 오렌지로 만든 정과와 오란다를 구매했다. 시식에서 맛본 고추장 아이스크림은 먹기 전엔 낯설었지만,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요리와 반찬에 쓰던 고추장을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니 신기했다. 밥상에서 자주 만나던 나물도 축제장에서 맛보니 새로웠다. 손종원 요리사가 말한 우리 식재료의 가치가 떠올랐다.

◆ 곶감을 잘 먹지 않던 아이가 곶감쌈을 먹다

다양한 프로그램 가운데 필자는 곶감쌈 만들기에 참여했다. 곶감을 평평하게 펼쳐 호두를 올리고 돌돌 말았다. 먹기 좋게 자르니 호두를 감싼 곶감의 단면에 예쁜 무늬가 나타났다. 이전에도 만들어 본 적이 있지만 익숙한 재료가 새로운 모양으로 완성되는 과정은 여전히 즐거웠다.

직접 만든 곶감쌈과 함께 맛본 수정과.(본인 촬영)
직접 만든 곶감쌈과 함께 맛본 수정과 (본인 촬영)

더 흥미로운 일은 집에 돌아온 뒤에 있었다. 남은 곶감쌈을 가져왔더니 평소 곶감을 잘 먹지 않던 아이가 모양이 예쁘다며 맛있게 먹었다. 문득 박현영 소장이 설명한 '형식의 혁신'이 떠올랐다. 같은 식재료라도 어떤 모습으로 만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정라나 교수가 강조한 다음 세대가 우리 식재료와 친숙해지는 경험도 생각났다. 우리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거나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 보는 일이 아이들이 한식과 친해지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한식이 만드는 행복, 우리 식탁에서 시작되다

한식대축제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즐기는 방문객들.(본인 촬영)
'2026 한식대축제'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즐기는 방문객 (본인 촬영)
채소로 도장찍어보는 체험 부스.(본인 촬영)
채소로 도장 찍어보는 체험 부스 (본인 촬영)

첫 한식의 날 행사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달라지는 한식 소비 방식과 우리 식재료의 가치를 살펴봤고, 한식을 다음 세대와 세계인의 일상으로 잇는 정책도 들을 수 있었다. 콘퍼런스에서 가장 깊이 생각하게 된 주제는 한식을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할 것인가였다. 박물관에서는 한식의 미래를 듣고 집에서는 곶감쌈을 맛있게 먹는 아이를 봤다. 어쩌면 한식을 전하는 건 거창한 게 아니라 식탁 위의 작은 경험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식이 미식 트렌드로 이어지는 경쟁력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 (보도자료) 대한민국 첫 한식의 날, 한식의 새로운 미래를 선언하다

☞ (보도자료) "보고, 맛보고, 즐기는 K-미식의 정수 … 제1회 한식의 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사흘간 축제 연다"

김윤경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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