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중인 미완성의 헤이리 예술마을

자유로를 달리다 '헤이리'라는 표지판을 보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돌렸다. 마을이름이 아주 친근하고 익숙한 이미지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헤이리아트밸리는 7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15만평 규모로 완성되어가고 있는 문화예술마을로 거대한 실향민들의 묘지가 있는 파주의 동화경모공원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2005년 단지 완공을 목표로 해서 그런지 여기저기 미완성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오늘은 그냥 되돌아가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다가 이왕 온 김에 하면서 둘러보다가, ‘한향림 갤러리 개관전(2004년 3월 24일~5월 24일)이라는 현수막이 보여서 언덕을 올라갔다. 건물 곳곳에서 예술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멋스러운 이 곳을 그냥 지나쳤으면 무척 억울할 뻔했다.

한향림 갤러리 안

야외카페 벽면의 오리들

현대도예를 주요테마로 한 전시공간에는 개성 있는 도예가들이 만든 독특한 그릇과 멋스러운 생활용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공간과 헤이리 아트밸리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2층 카페가 있었다.

갤러리 안과 밖에 놓여진 우리의 전통항아리들의 멋스러움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투박한 항아리들도 예술가의 눈과 손이 닿으면 멋진 예술작품으로 변신하나 보다. 화장실이나 벽면까지 모두 개성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었다. 한 가지 아쉬움은 실내 작품들의 사진을 찍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입장료도 관람료도 받지 않으니, 편안한 야외 찻집에 들린 것처럼 여유 있는 마음으로 향긋한 차를 마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차를 마시고 안 마시는 것도 이곳에서는 관람자의 선택사항이다.

멋스러운 항아리들

세계 민속 악기 박물관

한향림 갤러리를 나와 아래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이번에는 ‘세계 민속 악기 박물관‘이라는 표지판과 멋스러운 건물이 눈에 띄었다. 이곳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세계민속악기박물관으로 200여점의 세계민속악기가 전시되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영진 박물관장과 어머님이 친절히 맞아주었다. 악기 박물관이라 음악을 전공한 음악가인줄 알았더니, 국교수립 이전인 80년대 초부터 모피수입관계로 모스크바에서 생활한 이후 세계 방방 곡곡에서 살면서 독특한 악기를 하나씩 수집하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색적인 지하 전시실을 돌아보면서 커다랗고 다양한 모양의 악기들을 해외에서 어렵게 구해서 들여오는 것이나 잘 보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노를 제외한 대부분의 악기가 중동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는 몰랐던 사실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민속 악기들1

생태적이고 자연친화적인 문화실험의 장으로 건축과 조경이 시도되는 헤이리 마을에는 현재 음악, 미술, 도예, 건축, 사진 등 각 예술분야를 주도하는 예술인 가족 20여 가구가 들어와 살고 있다. 개관된 전시관은 다섯 곳인데 어제저녁에는 조촐한 반상회까지 열었다고 한다. 1만장의 LP판을 소장하고 있는 유명한 DJ겸 MC 황인용 아나운서의 카메라타 음악실과 몇몇의 전시관이 조만간 개관될 예정이라고 한다.

좀 전에 텃밭에서 흙일하고 들어오던 참이라 지저분하다는 79세의 할머니의 모습이 어느 영화배우보다도 멋져 보였다. 세계 민속악기 박물관에서 진귀한 악기만 구경한 것이 아니라, 뜨거운 커피와 헤이리에 관한 책도 필요하면 그냥 갖고 가라는 푸근하고 따뜻한 마음까지 덤으로 받았다.

언뜻 보면 공사장으로 보이는 미완성의 헤이리 예술마을을 한가하게 돌아보면서, 헤이리의 멋진 마을이 완성되었을 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소란하게 찾아와서 작업에 열중해야 할 작가들의 작업을 방해하는 불행한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에게는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 예술작업에 전념할 시간과 공간이 더 필요할 테니까.

민속 악기들2

민속 악기 박물관을 아끼고 사랑하는 79세의 멋쟁이 할머니

♣ 한향림 갤러리 개관전: 2004년 3월 24일~5월 24일까지
o 전시시간 월~금 11:00~19:00 토,일 11:00~21:00
o 전화 : 031)948-1001 전시작품 관람은 무료

♣ 세계민속악기 박물관: 진귀한 세계의 민속악기 200여점이 전시
되어 있음
o 관람료: 일반5000원, 학생:4000원(10:00~17:30 월요일 휴관)
o 전화:031-946-9838

♣ 헤이리아트밸리 가는길:
o 서울-강변북로-자유로-일산-파주-통일동산-헤이리아트밸리
o 2004년 5월 3일부터 헤이리 아트밸리까지 가는 셔틀버스가
운행될 것임 (셔틀버스 문의:031-9967-6037)

글·사진=국정넷포터 전흥진 hellen60@dreamwiz.com

<들꽃(전흥진)님은> 책읽기, 글쓰기, 산행, 여행을 좋아합니다. 주말마다 길을 떠나며 건강과 삶의 활력을 찾고 있으며 현재 ㈜거승이엔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