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철이면 전국 어디든 피서객이 넘쳐난다. 계곡이며, 숲이며, 해변이며, 조금이라도 이름난 곳이면 어김없이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다. 피서객을 피해 느긋한 휴가를 보내고 싶다면 전남 영광군 송이도로 떠나라. 배 시간 맞추기가 조금 까다롭긴 하지만 멀리 떠나온 보람을 느낄 것이다. 몽돌이 파도에 구르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는 작은 섬 송이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 섬에서는 뭍에서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
칠산 바다 가로질러 송이도로 |
송이도로 가려면 먼저 영광군 계마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물때에 따라 출항시간이 7시부터 12시까지 크게 달라지므로 하루 이틀 전에 정확한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배편은 예약 없이 현장 판매만 한다. 요즘 같은 성수기에는 하루 두 차례 왕복하고, 비수기로 접어들면 하루 한 번으로 줄어든다. 안개를 헤치고 계마항에 도착했는데 안개로 출항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매표는 조금 더 기다려보란다. 만약 출항을 못 하면 다음 배 출발까지 4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 상황. 다행히 안개가 조금씩 걷히자 예정 시각인 7시 30분에 계마항을 출발한다. 차량 9대 정도를 선적할 수 있는 작은 여객선이다. 계마항에서 송이도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계마항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법성포, 그 앞바다가 지금 지나가는 칠산 바다다. 법성포 앞바다에 섬이 7개 있는데, 이 섬들과 법성포 사이의 바다를 칠산 바다라 한다. 칠산 바다에서 잡은 조기를 해풍에 꾸덕꾸덕 말린 것이 유명한 영광굴비다. |
시시각각 풍광이 변하는 뭍에서의 여행과는 달리, 바다 여행은 가도 가도 보이는 건 푸른 바다요 파란 하늘뿐이다. 변하지 않는 풍광이 지겨워질 무렵 송이도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소나무가 많고, 섬이 사람 귀처럼 생겼다 하여 송이도라 부른다. 방파제를 걸어 나오니 커다란 돌에 새긴 ‘아름다운 섬 송이도’가 먼저 반긴다. 곧이어 송이도의 명물인 몽돌해변이 오른쪽으로 넓게 펼쳐진다. 여객선이 떠나며 남긴 큰 파도에 차륵차륵 돌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비스듬한 해변엔 크고 작은 몽돌이 빼곡하게 깔렸다. 달걀보다 작은 몽돌은 오랜 세월 파도에 씻기고 씻겨 동그랗다. 송이도의 아름다운 해변을 그대로 간직하기 위해 몽돌 반출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예쁜 돌을 골라 갖고 놀다가도 돌아갈 때는 하나도 남김없이 해변에 던져두고 와야 한다. |
해안을 따라 길게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군데군데 쉬기 좋은 정자도 있다. 해수욕을 할 때 나무그늘이 없어 아쉬운데 정자가 나무를 대신해준다. 밀물이 들어오길 기다리며 섬 산책에 나선다. 먼저 보호림으로 지정된 왕소사나무 군락지로 향한다. 보통 소사나무는 해안가에서 자라는데, 여기서는 특이하게 산 중턱과 능선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왕소사나무 외에도 팽나무, 느티나무, 해송 등이 고루 섞여 있다. 해안에서 왕소사나무 군락지까지 15분 정도면 걸어서 오를 수 있다. 능선에 올라서면 섬 반대편 해안이 내려다보인다. |
해변으로 돌아가는 길에 팽나무 아래 모여 앉은 마을 주민들을 만났다. 송이도 주민들은 주로 어업에 종사한다. 현재 43가구에 7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법성포초등학교 송이분교에 다니던 마지막 아이마저 영광읍내로 떠나자 분교는 폐교되었다. 지금은 펜션으로 쓰기 위해 리모델링 중이다. 섬에는 펜션형으로 꾸민 민박집이 서너 군데 있다. 민박은 식당도 겸하는데 메뉴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그때그때 잡히는 생선과 해산물로 차린 소박한 섬마을 밥상을 맛볼 수 있다. 캠핑을 즐기는 이라면 해변 한쪽에 마련된 아담한 야영장을 이용하면 된다. 오래된 팽나무 아래 데크가 몇 개 있다. 개수대와 화장실, 샤워실 등 꼭 필요한 시설은 갖추고 있다. |
또르륵 몽돌에 감기는 파도소리 |
해가 조금씩 뜨거워지자 바닷물이 놀기 적당한 수온으로 오른다. 해변에 나무그늘이 없어 정자를 이용한다. 바다를 좀더 가까이 느끼고 싶다면 그늘막을 치면 된다. 몽돌해변이라 팩을 박는 일이 쉽지 않다. 아이들은 수영복으로 갈아입는 것도, 튜브에 바람을 넣는 것도 기다릴 수 없다는 듯 바다로 뛰어들기 바쁘다. 투명하지는 않지만 비린 냄새도 없고 깨끗하다. 백사장에서는 수영복 속으로 모래가 들어가게 마련인데 몽돌해변이라 깔끔하게 놀 수 있어 편하다. 몸이 차가워지면 따뜻하게 데워진 돌 위에 누워 몸을 덥히면 된다. |
긴 해변에 물놀이하는 이가 한 가족뿐이다. 같이 배를 타고 온 다른 가족 중 한 팀은 야영장 쪽 정자에 짐을 풀었고, 또 한 팀은 민박집으로 들어갔다. 피서철이 시작된 7월 마지막 주말인데도 송이도 해변은 한가롭기만 하다. 주변이 조용하니 낮은 파도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백사장과 사뭇 다른 파도 소리다. 쏴~ 하고 몽돌에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 파도가 물러갈 때 또르륵 돌 굴러가는 소리가 경쾌하다. 그 소리에 취해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본다. 햇빛에 반사돼 몽돌해변이 눈부시다. 평화롭고 느긋해서 그런지 뭍에서보다 시간이 더 느리게 가는 듯하다. |
물놀이에 지친 아이들이 이번에는 예쁜 몽돌을 찾아 나선다. 소라, 조개껍질도 많다. 돌을 쌓아 올리기도 하고, 조개껍질에 올려 소꿉놀이를 하기도 한다. 돌 몇 개만으로도 한참을 놀 수 있는 게 아이들이다. 마을 뒤로 보이는 산등성이를 넘어가면 섬 반대편 해안이 나온다. 여기가 바로 송이도 모래 풀등의 배경이다. 물이 다 빠지고 나면 송이도 서쪽 각이도까지 길고도 긴 모래 풀등이 드러난다고. 저물녘에 특히 장관이라는 모래 풀등을 이번 여행에서는 아쉽게도 볼 수 없다. 맛조개, 대합 등을 키우는 황금 터전인 동시에 바닥이 드러나기 때문에 선박은 멀리 우회해야 하는 골칫거리다. 모래 풀등 위로 떨어지는 붉은 저녁놀은 다음에 보기로 하고 배에 오른다. 송이도를 다시 찾을 핑곗거리를 남기는 거다. |
여행정보송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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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김숙현(여행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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