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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公織者), 알뜰 휴가(休暇) 솔선을

고향방문 등 건전여가 문화(文化) 조성 바람직

한국인, 휴가·여가활동 과시형(誇示型) 행각으로 왜곡

1993.07.22 국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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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자동차에서 라디오를 통해 어느 재벌총수가 한국의 노사문제를 논의하면서 다음과 같은 우스갯소리를 했다.

내용인 즉, 미국인들에게 왜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하느냐고 물어보면 일할 수 있을 때 열심히 돈벌어놨다가 노후에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며 또 일본인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일 그 자체가 즐거워서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에게 왜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빼도막도 못해서 일한다고 대답한다는 것이 그 재벌총수의 말이다.

“자식위해 휴가간다”

비롯 우스갯 소리이지만 한국인이 직장생활이나 생계를 위한 무슨 일을 하든지간에 간혹 패배주의나 피해의식에 젖어드는 경향이 있음을 암시하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연전에 필자는 서울에서 상중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이들이 보기에 한국인이 왜 열심히 일하는가 하면 대개 그 것은 자식을 위해서라는 지적을 많이들 했다.

놀랍게도 이들의 한국인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근거가 있다는 생각을 필자도 오랫동안 해왔다.

한국인의 어버이 정신은 철저하고 또 어찌보면 위대하기조차 하다.

‘공직자의 휴가’에 관한 글을 쓴다면서 왜 엉뚱하게 한국인의 근로의식이나 어버이 정신을 운운하느냐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강렬한 어버이 정신이 해마다 이맘때면 온 강산을 시끌법석하고 들뜨게 만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휴가소동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요즘의 하기휴가행각들이 요란스럽고 또 소모적이며 심한 경우에는 과소비와 지나친 낭비의 경향을 띠게 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많은 경우에 그것이 한국인의 자식에 대한 애착과 깊은 연관성을 띤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휴가·여가 친숙치 않아

한국인의 어버이들은 그들의 자랄 때의 배경이나 환경으로 보아 대부분이 휴가나 여가라는 어휘에 별로 친숙하지 않다.

휴가라는 것은 직장인들이 일터에 나가지 않고 며칠간을 공식적으로 쉬는 기간을 의미 하는 것이어서 그것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늘상 있는 것이 아니고 기껏해야 1년에 한두번 가질 수 있는 특수한 여가의 일종이다.

물론 여가는 생계를 위한 일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기자신만을 위해 하고 싶은 활동을 하거나 아니면 단순히 피로한 심사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쉬거나 놀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하다.

따라서 휴가든 여가든 그것은 생계를 위한 노동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잠시 일의 압박감에서 벗어나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그러기에 휴가나 여가는 우리의 삶의 일부를 무의미하게 소모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크게 보면 생산활동의 일부이다.

여가를 선용할 수 있는 사람은 생산활동에도 적극적이며 또 생산노동에서 남보다 높은 효율성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간적 성숙에 있어서도 남을 앞선다.

여가활동의 의미와 기능을 이렇게 파악할 때 우리는 여가 활동의 내용이나 방향이 어떠해야 건설적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통념상 이해 하고 있는 휴가나 여가활동이 얼마나 왜곡되고 비생산적인가를 알 수 있다.

여가활동은 결코 정력을 낭비하거나 돈을 마구 쓰면서 금력이나 지위를 과시하려는 과소비행각일 수는 없는 그런 성질의 것이다.

교육적 측면도 고려를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휴가철이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산이나 바닷가 등지의 소위 이름난 명소에 벌떼처럼 모여들어 돈은 돈대로 쓰면서 고생을 사서한다.

왜 그럴까. 물론 여기에는 여러가지 까닭이 있겠지만 그 중에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기성인들이 자식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소문난 놀이터에 모여 들어 과소비행각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여실히 보여준다.

그것도 그럴 것이 여름방학이 끝나면 아이들은 개학 첫날 모두가 서로 여름휴가를 어디서 보냈나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고 심지어 교사들조차도 휴가철에 부모와 어디서 잘 놀았는지부터 학급에서 발표하게 한다.

말하자면 여름휴가를 둘러싼 불건전하고 낭비적인 소비행위와 풍토는 자식들을 ‘기죽이지 않게’하기 위해 어른들이 무리하게 조장하는 그런 류의 것인 경우가 많다.

사실 이것은 교육적으로도 비생산적이다. 복잡한 명소에 모여드는 것보다 가까운 거리의 선조유적이나 고향에 내려가서 조용하고도 알뜰한 여가를 즐기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이고 교육적이다.

그리고 이런일은 공직자들이 솔선해서 모범을 보여주면 우리 사회는 한결 밝고 건전한 사회로 성숙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일(金東一) 이화여대(梨化女大)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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