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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궁궐 답사 체험 프로그램 ‘왕릉천(千)행’, 오픈런 이유 있었네!

2024.09.20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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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그 좋아하는 늦잠을 포기했다. 

설렌 까닭일까. 집에서 ‘왕릉천(千)행’ 집결지까지도 제법 걸렸지만 힘들지 않았다. 멀리 주차장에 주차된 두 대의 버스가 보이자, 발걸음은 더 가벼워졌다.  

홍살문에 관해 설명을 듣고 보고 있다 .
홍살문에 관해 설명을 듣고 보고 있다 .

‘왕릉천(千)행’이 돌아왔다. ‘왕릉천(千)행’, 말 그대로 조선왕릉을 여행하는 천 가지 방법이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에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과 궁궐을 연계한 여행 답사 체험 프로그램 ‘왕릉천(千)행’을 상·하반기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궁능유적본부에서 발간한 ‘조선시대 능행 연구 용역 보고서’를 활용해 조선 왕들의 능행을 따라가는 코스로 진행, 전문 강사와 함께 조선왕릉과 궁궐, 주변 지역 문화유산 등을 보며 문화체험을 한다. 올해 하반기는 9월 6일~11월 16일까지 6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상반기에 없었던 2개의 코스가 새롭게 선보여 관심을 끈다. 

‘왕릉천(千)행’은 4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그 인기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갓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의미)라고 불리며 신청 시작 몇 분 만에 마감되기도 한다. 

9월 7일, 하반기에 새로 생긴 ‘1490 성종능행길’에 참여해 550여 년 전 성종의 흔적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1490 성종능행길’ 코스는 여주 영릉(세종대왕릉)과 여주 향교(약식 과거 시험), 여주 도자기 체험으로 구성됐다. 이날 참가자 40여 명에게는 안내 책자와 수신기, 기념품 등이 든 가방이 제공됐다. 특히 기념품은 세종의 천상열차분야지도가 그려있고 간식은 발달장애인들이 만든 쿠키라 의미를 더했다. 버스를 타고 달리는 동안 황석현 전문 강사는 일정과 관련한 역사 이야기를 신나게 들려줬다. 

해시계에 관해  직접 꼼꼼하게 알려주고 있다.
해시계에 관해 직접 꼼꼼하게 알려주고 있다.

“능행은 조선시대 국왕이 선대 왕, 왕비의 능에 제사 등을 위해 행차하는 걸 말해요. 조선시대 한양서 여주는 상당히 먼 거리거든요. 그래서 능행 동안 그 지역 선비의 사기 진작을 위한 과거 시험이나 왕의 훈련을 겸한 강무라는 행사를 열었어요.” 

성종은 영릉(세종대왕릉)을 여주로 옮긴 후 두 번 찾았단다. 그중 1490년 능행은 9일이 걸렸으며 여주 및 이천의 향교 문묘에 재를 올리고 과거도 치렀다. 우리 역시 이와 비슷한 체험을 하게 된다. 돌아올 때쯤이면 참가자들도 성종의 마음이 와닿을까. 

여주 영릉(세종대왕릉)

2시간을 달려 여주 영릉에 도착했다. 이곳은 세종대왕과 소헌왕후의 릉이다. 밖으로 나가자 무더운 공기가 훅 느껴졌다. 

세종문화역사관에서 한글에 관해 들었다.
세종대왕 역사문화관에서 한글에 관해 듣고 있다.
세종대왕 역사문화관에서 설명을 들었다.
참가자들이 세종대왕 역사문화관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먼저 세종대왕 역사문화관에서 설명을 들으며 둘러봤다. 강사는 국립고궁박물관과 서울 공평도시유적 전시관에 가면 진품 혹은 더 많은 유물을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참가자들은 사진을 찍으며 다음에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나자고 대화를 나눴다.

조선 천문학기구에서 별자리 등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따.
참가자들이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보며 자세히 설명을 듣고 있다.

입구에서 안내도를 살폈다. 보통 ‘왕릉천(千)행’에서는 능침(왕과 왕비의 무덤)공간까지 가게 되는데 오늘은 출입이 금지돼 능 옆으로 올라간다고 했다. 가는 도중 세종 때의 과학기구들이 전시된 야외전시장이 나왔다. 나름 그에 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정말 많은 연구가 행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천문과학기구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천문과학기구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왕이 친히 행사를 여는데 시간이 안 맞는 거예요. 당연하죠, 중국 걸 받아 썼으니까. 우리나라와 중국의 남중고도는 다르잖아요. 이걸 깨달은 세종은 천문에 모든 투자를 하게 되죠.”

지금까지 못 봤거나 스쳐 갔던 과학기구들도 자세히 설명을 해주니 꽤 흥미로웠다. 해시계도 직접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돼 앞으로 지나치지 않고 한 번 더 쳐다보게 될 것 같다. 주제(왕릉)가 아닌 내용까지 허투루 다루지 않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오고 싶어졌다. 

향로와 어로.
향로와 어로.

특히 흥미로웠던 건 향로와 어로였다. 윗부분에 화살이 있는 붉은 홍살문을 지나면 높이가 다른 길이 나온다. 높은 곳은 돌아가신 분을 위한 길(돌아가신 분을 위해 향을 바치는 길), 낮은 길은 제향을 드리러 온 왕이 지나는 길이란다. 참가자들은 모두 낮은 길로 조심조심 걸어갔다. 

왕릉을 가는 내내 흥미로운 해설을 들었다. 송시열이 처음으로 주장을 꺾지 않고 썼다는 비문과 고기는 올라가지 않는다는 왕릉 제사에 관한 이야기도 재밌었다. 왜 사람들이 ‘왕릉천(千)행’을 여러 번을 가려는 지 이해가 됐다. 

한 참가자가 왕릉을 찍고 있다.
한 참가자가 왕릉을 찍고 있다.

참가자들은 능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오롯이 능을 본 것도 꽤 오랜만 같다. 한 어르신이 “옛날에는 늘 왕릉 안까지 자유롭게 가고 그랬어요” 라고 말하자 젊은이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점심 

맛있는 점심을 먹고 다시 힘을 냈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다시 힘을 냈다.

왕의 행차라 해도 잘 먹어야 든든하다. 점심은 불고기와 여주 쌀로 지은 밥을 먹었다. 먹으면서 옆에 앉은 사람들과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온 참가자도 있었지만, 여러 번 참여한 사람이 더 많았다.   

향교 

향교는 평상시는 개방 돼 있지 않았다.
여주향교. 평상시는 개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여주향교에서 미니 과거 시험을 볼 차례. 차 안에서 과거와 항교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이동했다. 향교는 고려 및 조선 시대의 국립 지방 교육기관이자 제사 공간을 겸하고 있다. 여주향교는 1391년 세워졌다가 임진왜란 때 소실돼 1685년 다시 세워졌다. 평상시는 개방하지 않지만, 특별히 이날은 대성전까지 볼 수 있었다. 이런 게 ‘왕릉천(千)행’의 묘미 아닐까. 

과거시험 문제지를 받아들었다.
과거시험 문제지를 받아들었다.

곳곳을 둘러본 참가자들은 명륜당에 앉아 과거 시험을 봤다. 시험지를 받아든 어린이나 어르신이나 진지한 표정은 같았다. 두 과목 세 문제였지만 공정하게 치러졌고 당시처럼 3명을 선정했다.  

도자공방

도자기 체험 전, 공방에 모여 도자기에 관해 듣고 있다.
도자기 체험 전, 공방에 모여 도자기에 관해 듣고 있다.
아이들이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체험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체험을 하고 있다.

여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다름아닌 도자기. 도자기는 여주, 이천, 광주가 유명한데 여주는 생활도자기로 유명하단다. 도예가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참가자들은 도자기에 그림을 그렸다. 한 달 뒤, ‘왕릉천(千)행’의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우리가 만든 도자기가 집으로 배송된다. 그럼 또 다시 이날의 즐거웠던 추억이 떠오르지 않을까.

전문강사에게 들은 이모저모      

같은 곳을 가도 얼마나 보이는지는 다르다. 황석현 전문강사는 무더위 속 시원한 해설로 ‘왕릉천(千)행’의 시각을 넓혀줬다. 그에게 몇 가지를 물었다.  

해설을 들려준 황석현 전문 강사.
해설을 들려준 황석현 전문 강사.

◆‘왕릉천(千)행’ 올해 주제가 능행이었어요. 작년과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궁능유적본부에서 올해 주제를 능행으로 정했는데요. 점점 체험이 중요시되고 있어 작년에는 미션을 주고 채점해 선물을 드렸지만 올해는 참여자 모두 도자기 체험을 하도록 기획했습니다. 코스는 해마다 조금씩 바뀌기도 하는데요. 작년은 상·하반기 코스가 같았는데 올해는 하반기에 두 코스가 추가되었고요. 서울 이외 지역주민을 위해 올해는 대전에서도 출발했습니다. 

◆이번 ‘1490 성종능행길’에서 특히 눈여겨 볼 곳이 있다면요.

능행이 무형유산인 만큼 세종대왕릉이 중심이 되겠지요. 

◆많은 왕릉을 다니셨을텐데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왕릉이 있으신지요.

능침을 올라간다는 전제하에 저 개인적으로는 동구릉의 건원릉, 남양주 광릉을 좋아해요. 조선왕릉의 원형을 볼 수 있거든요.

◆오늘은 능침을 못 봤는데요. 능침에서 관람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역으로 우려되는 점도 있을까요.

가까운 곳에서 찍어본 영릉.
가까운 곳에서 찍어본 영릉.

능침에서 본다는 건, 돌아가신 분의 위치, 당시 시선에서 보는 거잖아요. 조금 더 가까이서 둘러 보는 만큼 아무래도 느낌이 다르죠. 능침을 개방하면 많이 볼 수 있지만. 어떻게든 훼손이 될 수밖에 없잖아요. 대안으로 측면으로 돌아가 최대한 훼손을 줄이려고 하고 있어요. 이곳 세종대왕릉도 그렇고요.   

◆왕릉을 보기 전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미리 인터넷 등에서 역사, 왕릉 특징 등을 알고 오면 더 흥미로울 거고요. 해설사가 동행하지 않는다면 입구에서 팜플릿을 챙기고 안내판에서 전체적인 구조와 그림 등을 살펴보고 중간중간 해설판 등을 참고하면 이해하기 더 쉬울 거 같아요. 

참여자들의 한마디

“저는 도자기 체험이 너무 즐거웠어요. ”

“저도요. 아. 참 과거 시험도 재밌었어. 또 오고 싶어요.”

쑥스러운 듯 성종에 관해 조사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김주영양.
쑥스러운 듯 성종에 관해 조사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김주영양.

김주영(서울 강동구, 초4), 육다은(성남 분당구, 초4)학생은 각자 엄마와 함께 참여했다. 다은 양이 전학간 후, 이렇게 주말마다 함께 할 기회를 만든다고 했다. 주영 양은 사전에 성종에 관해 조사하고 적어왔다. 자못 수줍어 하며 보여주는 종이에는 열심히 빽빽하게 적은 흔적이 담겨 있었다.   

인천에서 온 어르신 부부도 있었다. 남편은 여러 번 왔는데 부인은 세번 째라고 했다. 그는 단종의 길이었던 영월이 참 좋았다고 추천을 해줬다.

이제 10월, 11월  ‘왕릉천(千)행’이 기다리고 있다. 10월 신청은 9월 24일 화요일 오전 11시, 11월 신청은 10월 22일 오전 11시에 네이버 예약 누리집(https://naver.me/xB43M7q0)에서 신청하면 된다. 회차당 선착순 20명이며 1인당 최대 4매까지 신청가능하다. 만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전화(02-738-4001)로도 예약할 수 있다. 인기가 많은 만큼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성공하길 바란다. 가을 왕릉의 길은 준비해 떠나는 자의 것이다.  



김윤경
정책기자단|김윤경
otterkim@gmail.com
한 걸음 더 걷고, 두 번 더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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