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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편성의 새 패러다임에 관하여 3월 22일 파이낸셜뉴스에 게재된 변양균 기획예산처 차관의 기고문입니다.
행정부에서 예산 편성의 핵심적인 주역은 각 부처와 기획예산처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들 주역은 예산편성이 시작될 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만나게 된다.
재정당국은 전체 재정규모가 얼마인지, 각 분야·부처별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미리 가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가급적 예산을 깎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각 부처는 전체 재정규모도 모를뿐더러 자기 분야·부처가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의 한계를 모른 채 예산편성에 돌입한다.
노력하는만큼 무한히 예산을 증액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각한만큼 갈등도 적지 않다.
각 부처는 예산철이 돌아오면 전의(?)를 불태우며 최대한의 목표치만큼 예산을 신청한다. 전년대비 수백%의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한다. 기획예산처는 바짝 긴장하게 되고 한푼이라도 더 깎기 위해 모든 사업들을 일일이 점검해 나간다.
예산편성이 한창인 6월부터 8월까지 예산을 깎기 위한 기획예산처의 노력은 밤 깊은 줄 모르고 계속된다.
소문난 야근 부처로서의 명성도 여기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깎고자 나서는 기획예산처 앞에서 각 부처의 응수도 만만치 않다. 기획예산처 앞에서 대놓고 반발하는 경우는 찾아 보기 쉽지 않으나 그저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부처들도 아니다. 한국인 특유의 강인한 생존의식(?)이 발동되어 갖가지 대응이 만발한다.
매일 찾아오는 성실형, 감성을 자극하는 읍소형, 깎을 테면 깎으라는 으름장형, 사돈의 팔촌까지 담당자의 인척사항을 뒤지는 마당발형 등 다양하다.
이때부터 각 부처와 기획예산처간의 예산전쟁은 더욱 가열된다. 시간이 흐르면 국회와 이익단체까지 끼어들게 되고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매년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예산이 만들어져왔다.
하지만 모든 전쟁이 그러하듯 싸움이 과열되면 그 목적을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우리는 지금 왜 싸우고 있는 것일까.”
국가의 재원배분은 국가의 목표와 우선순위, 주요 정책을 논하는 과정이며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재원배분의 큰 틀부터 논의하여야 한다. 하지만 거시적인 분석의 시간은 갈수록 부족해졌으며 개별 사업의 증액과 삭감을 위한 공방이 그 시간을 차지하곤 했다.
우리나라의 예산편성 방식은 60∼70년대 경제발전을 거쳐 국가의 수입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그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 틀이 한번 크게 변하게 된 것은 80년대 초 당시 경제기획원 예산실내에 ‘예산심의회’가 설치된 때다. 그 전에는 담당 사무관→과장→국장의 결재 형태로 예산 숫자를 결정하였다. 그러나 예산심의회가 생기고 나서는 예산상의 숫자를 공개 토론을 통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의사결정의 투명성이 개선된 것이다.
어느덧 세월은 그로부터 20년이 넘게 흘렀고 예산편성 방식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 유래가 없는 역동적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나라다. ‘50년대 농업사회’에서 출발해 ‘70∼80년대 산업사회’를 경험하고 어느덧 ‘21세기 초고속 정보화 사회’에 접속해 있다. 경제·사회 구조와 사람들의 의식까지 현란한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변해가는 세상 속에 변하지 않은 재원배분 방식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기가 어려워졌다.
지난 2월 기획예산처는 예산편성 방식에 있어서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총액예산·자율편성 제도(Top-down 편성방식)’의 도입을 천명했다.
이 제도에서는 기획예산처가 그간 소홀하기 쉬웠던 국가 발전의 큰 그림을 그리고 이에 따라 분야별·부처별로 사용할 중장기 재원배분 계획을 제시한다.
그 다음 국무위원들이 심층 토론해 실제 예산편성에서 활용하는 분야별·부처별 지출한도를 확정하고 각 부처는 주어진 지출한도내에서 각각 예산을 책임있게 편성하게 된다.
재정당국은 그간 혼자만 알고 있던 분야별·부처별 예산규모 등을 각 부처와 함께 예산편성 초기부터 적극 공유한다.
정착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곧 예산편성의 풍경이 많이 바뀌게 된다. 증액과 삭감을 위한 불필요한 공방이 사라지고 합리적인 협력과 역할분담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앞으로 기획예산처와 각 부처는 더욱 바빠질 것이다. 기획예산처는 각 부처 사업을 하나하나 뒤지는 수고와 노력을 줄이는 대신 국가의 미래 발전전략을 정교하게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전문가·국회·민생 현장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또한 각 부처 재정사업의 성과를 평가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견제해야 한다.
각 부처는 그간 기획예산처가 담당했던 악역과 수고를 이어받게 된다.
재원배분을 둘러싼 이익집단과의 갈등을 이제 홀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맡은 분야의 중장기 재정소요도 체계적으로 전망하고 조정해야 한다.
모두들 바빠지겠지만 국민들은 보다 편안하게 미래를 기다릴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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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양균 기획예산처 차관 |
행정부에서 예산 편성의 핵심적인 주역은 각 부처와 기획예산처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들 주역은 예산편성이 시작될 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만나게 된다.
재정당국은 전체 재정규모가 얼마인지, 각 분야·부처별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미리 가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가급적 예산을 깎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각 부처는 전체 재정규모도 모를뿐더러 자기 분야·부처가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의 한계를 모른 채 예산편성에 돌입한다.
노력하는만큼 무한히 예산을 증액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각한만큼 갈등도 적지 않다.
각 부처는 예산철이 돌아오면 전의(?)를 불태우며 최대한의 목표치만큼 예산을 신청한다. 전년대비 수백%의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한다. 기획예산처는 바짝 긴장하게 되고 한푼이라도 더 깎기 위해 모든 사업들을 일일이 점검해 나간다.
예산편성이 한창인 6월부터 8월까지 예산을 깎기 위한 기획예산처의 노력은 밤 깊은 줄 모르고 계속된다.
소문난 야근 부처로서의 명성도 여기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깎고자 나서는 기획예산처 앞에서 각 부처의 응수도 만만치 않다. 기획예산처 앞에서 대놓고 반발하는 경우는 찾아 보기 쉽지 않으나 그저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부처들도 아니다. 한국인 특유의 강인한 생존의식(?)이 발동되어 갖가지 대응이 만발한다.
매일 찾아오는 성실형, 감성을 자극하는 읍소형, 깎을 테면 깎으라는 으름장형, 사돈의 팔촌까지 담당자의 인척사항을 뒤지는 마당발형 등 다양하다.
이때부터 각 부처와 기획예산처간의 예산전쟁은 더욱 가열된다. 시간이 흐르면 국회와 이익단체까지 끼어들게 되고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매년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예산이 만들어져왔다.
하지만 모든 전쟁이 그러하듯 싸움이 과열되면 그 목적을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우리는 지금 왜 싸우고 있는 것일까.”
국가의 재원배분은 국가의 목표와 우선순위, 주요 정책을 논하는 과정이며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재원배분의 큰 틀부터 논의하여야 한다. 하지만 거시적인 분석의 시간은 갈수록 부족해졌으며 개별 사업의 증액과 삭감을 위한 공방이 그 시간을 차지하곤 했다.
우리나라의 예산편성 방식은 60∼70년대 경제발전을 거쳐 국가의 수입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그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 틀이 한번 크게 변하게 된 것은 80년대 초 당시 경제기획원 예산실내에 ‘예산심의회’가 설치된 때다. 그 전에는 담당 사무관→과장→국장의 결재 형태로 예산 숫자를 결정하였다. 그러나 예산심의회가 생기고 나서는 예산상의 숫자를 공개 토론을 통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의사결정의 투명성이 개선된 것이다.
어느덧 세월은 그로부터 20년이 넘게 흘렀고 예산편성 방식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 유래가 없는 역동적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나라다. ‘50년대 농업사회’에서 출발해 ‘70∼80년대 산업사회’를 경험하고 어느덧 ‘21세기 초고속 정보화 사회’에 접속해 있다. 경제·사회 구조와 사람들의 의식까지 현란한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변해가는 세상 속에 변하지 않은 재원배분 방식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기가 어려워졌다.
지난 2월 기획예산처는 예산편성 방식에 있어서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총액예산·자율편성 제도(Top-down 편성방식)’의 도입을 천명했다.
이 제도에서는 기획예산처가 그간 소홀하기 쉬웠던 국가 발전의 큰 그림을 그리고 이에 따라 분야별·부처별로 사용할 중장기 재원배분 계획을 제시한다.
그 다음 국무위원들이 심층 토론해 실제 예산편성에서 활용하는 분야별·부처별 지출한도를 확정하고 각 부처는 주어진 지출한도내에서 각각 예산을 책임있게 편성하게 된다.
재정당국은 그간 혼자만 알고 있던 분야별·부처별 예산규모 등을 각 부처와 함께 예산편성 초기부터 적극 공유한다.
정착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곧 예산편성의 풍경이 많이 바뀌게 된다. 증액과 삭감을 위한 불필요한 공방이 사라지고 합리적인 협력과 역할분담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앞으로 기획예산처와 각 부처는 더욱 바빠질 것이다. 기획예산처는 각 부처 사업을 하나하나 뒤지는 수고와 노력을 줄이는 대신 국가의 미래 발전전략을 정교하게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전문가·국회·민생 현장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또한 각 부처 재정사업의 성과를 평가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견제해야 한다.
각 부처는 그간 기획예산처가 담당했던 악역과 수고를 이어받게 된다.
재원배분을 둘러싼 이익집단과의 갈등을 이제 홀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맡은 분야의 중장기 재정소요도 체계적으로 전망하고 조정해야 한다.
모두들 바빠지겠지만 국민들은 보다 편안하게 미래를 기다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자료는 기획예산처의 보도자료를 전재하여 제공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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