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사극에서 수양대군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조선의 왕 ‘세조’와 그의 부인인 ‘정희왕후’의 무덤이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광릉'이라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조선시대 능의 형태 뿐만 아니라 왕릉 제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 ‘광릉’의 숨겨진 이야기를 오디오로 들어보세요!

*자료협조 : 한국관광공사

‘광릉’에 들어서면 정자각을 중심으로 좌우 언덕에 각각 하나씩 능침이 자리하는데요. 서쪽이 7대 세조의 무덤이고 동쪽이 세조의 부인 정희왕후의 무덤입니다.

TV 사극에서 수양대군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등장하는 세조는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단종을 대신해 국정을 돌봤지만, 신하들의 견제가 심해지자 강력한 왕권과 통치력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세종, 문종 대부터의 원로 신하들인 사육신과 조카 단종을 죽이고 자신이 왕위에 올랐습니다.

세조는 북방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토지제도인 직전법을 실시했으며, 지방 반란을 평정해 중앙집권 체제를 다져나가는 등 조선의 국가 체제를 정비했는데요. 그래서 치적의 군주이자 피의 군주라는 양면성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세조는 어린 조카의 왕위를 빼앗았다는 죄책감과 단종의 어머니이자 형수인 현덕왕후의 저주에 평생을 시달려야 했습니다. 아들인 의경세자가 죽은 이유를 형수의 저주로 여겨 현덕왕후의 무덤을 파헤치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도 두 아들 의경세자와 예종을 먼저 보내고 눈물을 흘려야만 했습니다.

세조 옆에 자리한 정희왕후는 세조만큼이나 기세등등했던 왕비였습니다. 장남 덕종이 요절하고 차남 예종이 왕이 되자 조선 최초로 수렴청정을 실시했고 손자인 성종이 왕위에 오르자 또다시 7년간이나 수렴청정을 했습니다. 수렴청정은 어린 나이의 왕세자가 왕이 됐을 때 왕대비나 대왕대비가 왕을 도와서 국정을 돌보는 것을 말하는데요.

정희왕후는 남편 세조의 왕권획득을 독려했고 아들과 손자 대에 두 차례나 수렴청정에 나서며 조선왕실의 여느 남성들 못지않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여인이었습니다.

조선 왕릉의 일대전환, 광릉

‘광릉’은 조선 최초의 동원이강릉입니다. ‘동원이강릉’이란 서로 다른 언덕에 왕과 왕비를 모시고 두 능침의 중간지점에 하나의 정자각을 둔 왕릉 형식을 말하는데요.

‘광릉’은 이 같은 능의 형태에서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왕릉 제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 왕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조는 왕릉을 조성하는 의례를 간략히 하여 백성들의 노고를 줄일 것을 유언으로 남겼습니다. 따라서 ‘광릉’에는 세조의 왕릉 간소화 정책이 반영되어 있는데요. 어떤 점인지 살펴보실까요?

이곳의 능침에는 능침 아래를 보호하는 석물인 병풍석을 두르지 않았습니다. 두 능침 모두 능침 주변에 난간석만 간단하게 두른 모습입니다.

능침에 관을 모시는 자리인 무덤방 역시 돌방인 석실로 만드는 대신 석회를 사용한 ‘회격’으로 만들었습니다. 회격은 관을 내려놓은 자리를 석회로 메워 다지는 방식으로 석실 대신 회격을 하게 되면 작업인원이 반으로 줄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광릉’은 홍살문에서 정자각에 이르는 길인 신향로와 어로가 없어 다른 왕릉과도 구별이 됩니다. 세조의 왕릉 간소화는 이전보다 검소하고 경제적인 왕릉을 추구함으로써, 백성의 노고를 덜고 국가 재정의 낭비를 막았으며 왕릉제도의 지속적인 개혁과 변화를 추진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광릉’을 둘러싸고 있는 광릉수목원(국립수목원)은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선정되어 아름다운 숲을 자랑합니다. 이것은 예로부터 왕릉 주변에 깨끗하고 큰 숲을 보존해온 결과인데요. 멋진 경관의 숲길을 산책하면서 조선 왕릉이 들려주는 교훈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세조

조선왕조 7대 왕 세조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양면성을 띠고 있습니다. 어린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빼앗아 왕위에 오른 후 수많은 신하들을 죽인 피의 군주이면서 또한 아버지인 세종의 위업을 훌륭하게 계승한 치적군주.

세조는 왕의 자리를 찬탈했다는 사실 때문에 왕권의 정당성을 가지기 힘들었죠. 때문에 왕위를 유지하기 위해 그를 반대하는 신하들과 심지어 자신의 형제들을 제거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세조는 이에 못지않은 많은 업적을 남겨 나라의 기틀을 세웠습니다.

정부 조직을 개편하여 신하들의 권한을 제한하는 중앙집권적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정확한 인구조사를 실시하고 병법, 군사 제도를 개선하여 군역의 의무를 지닌 백성들의 수가 늘어나고 국방력이 강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은퇴한 관리들에게도 주어진 토지를 현직 관리에게만 제한하는 토지개혁안을 시행하여 국가의 재정을 안정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풍년에는 나라에서 곡물을 사들이고 흉년에는 이를 내놓아 곡물의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관청을 설치하여 물가를 관리했습니다.

이렇듯 세조는 정치적 야망과 안정을 꾀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나 훌륭한 업적을 남겼기에 조선 왕들의 신주를 모셔놓은 종묘에서 영원히 신주가 옮겨지지 않는 불천위의 지위를 얻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