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더위에 지쳐가는 요즘, 책과 함께 하는 피서는 어떤가요? 선풍기 또는 에어컨을 틀어 놓고 옆에는 간식을 두면 준비 끝! 어느새 더위는 잊혀지고 책 속에 푹 빠지게 될 거예요.
1. [문학] 잊기 좋은 이름 | 김애란, 열림원
“비록 고향을 떠나긴 했지만 나는 내 몫의 그 작은 어둠과 고요가 마음에 들었다.”
<삶을 사랑하는 작가의 눈부신 문장들> 관찰력과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시선, 무언가를 소중하게 바라보는 눈이 놀랍도록 예민하고 섬세하다는 점이다. 소설가 김애란의 첫 번째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은 바로 그 ‘무언가를 사랑하는 눈’이 얼마나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여름방학 때 나는 사범대학에 가라는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고 몰래 예술학교 시험을 봤다. 그건 내가 부모에게 한 최초의 거짓말은 아니었을지라도 결정적 거짓말이었다. 나를 키운 팔 할의 기대를 배반한 작은 이 할, 나는 그게 내 인생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문학을 사랑했던 한 소녀가 어머니의 뜻을 거슬러 예술학교 시험을 본 것, 그것은 문학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의 선택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다.
우리는 김애란 작가의 소담스러운 문장을 읽으며, 그녀의 문장을 아늑한 텐트처럼 펼쳐놓고, 그녀의 삶이라는 너른 품 안에서 잠시 살다 오는 아름다운 마음 여행을 떠날 수 있다. _ 정여울 / <빈센트 나의 빈센트> 저자
2. [인문예술]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 표정훈, 한겨레출판사
“소설을 통하여 동시대와 호흡했던 고흐가 말한다. 우리는 읽을 줄 알잖아. 그러니 읽어야지.”
‘그림을 읽는다.’는 말에는 여러 뜻이 담겼다. 그런데 진짜 ‘읽는 그림’이 있다. 책이 묘사된 그림이 뜻밖에 많다. 얼핏 소품으로 보인다. 그래서 주목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책에서 눈길을 떼지 않는 이의 호기심이 상상력까지 소환하여 그 책 속에 담긴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읽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최고 장서가의 한 사람이며 맛깔 나는 글솜씨를 지닌 표정훈 작가의 아름다운 책이다. 책과 그림의 멋진 협업이 빚어내는 향연은 독서가 얼마나 멋지고 활력 넘치는 것인지 깨닫게 해준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책의 관계, 그 모든 비밀을 상상력으로 풀어내면서 우리가 몰랐던 많은 사실들까지 만나게 해준다. 그 순간 책은 그림의 소품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품과 당대 사회를 연결해주는 매력적인 고리가 된다. 그리고 그 고리를 풀어내는 이 책 또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림 속 저 책은 무슨 책일까? 이 호기심의 물음은 모든 그림과 책의 여행을 떠나는 티켓이자 여권이다. 장정도 매력적이고 질감도 탁월하다. 모처럼 물성까지 즐거운 책을 만났다. 충실한 탐구와 기발한 상상력 그리고 탁월한 문장이 빚어낸 행복이 가득한 책이다. _ 김경집 인문학자, 전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 교수
3. [사회과학] 가상은 현실이다 | 주영민, 어크로스
“오히려 우리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업로드하기 위해 삶을 기획하고 콘텐츠를 생산한다.”
기술적 진보는 의도와 상관없이 현실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되곤 했다. 현실이 실제에 기초해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것인지 혹은 경험에 기초해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것인지 구분할 필요도 없이 실제와 경험 모두 기술의 영향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의 기술적 진보는 비교적 제한적이었던 과거의 그것과 달리, 현실을 송두리째 재구성할 만큼 강력한 흐름을 낳고 있다. 바로 ‘가상화’다. 소셜미디어, 인공지능, 암호화폐가 낳은 가상화는 지난 10년간 현실 전반에 영향을 미쳤고, 미치고 있다.
책은 이제 가상화가 가까운 미래(다음 10년)에 만들어낼 더욱 다양하고 중요한 이슈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등장 초기, 예측불가하고 익숙하지 않았던 변화가 시간과 경험이 누적되면서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고 익숙해지는 것처럼 가상화로 인한 변화도 그럴 것인가? 이 지점에서 책은 가상화의 흐름을 짚어보고, 예측해봄으로써 미래를 준비할 것을 제안한다. 가상화의 현실화에 대한 시선과 논의가 신선하고 날카롭다. _이준호 / 호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4. [자연과학] 수학이 필요한 순간 | 김민형, 인플루엔셜
“일상의 문제에서도 정답부터 빨리 찾으려고 하기보다 좋은 질문을 먼저 던지려고 할 때, 그것이 수학적인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지방 강연에서 만난 한 아이가 말했다. “저는 행복한 사람이 불행한 사람보다 더 많은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 주변 사람들은 아이의 조숙한 멘트에 놀란 눈치였고, 박수를 쳐주었다. 하지만 나는 강연이 끝나고 그 아이와 더 긴 대화를 나눌 수 없었던 것이 내심 섭섭했다. 진심이 느껴지던 그 아이에게는 보다 깊은 질문들을 던지고 싶었기에. 누가 행복한지 아니면 불행한지는 어떠한 방식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 우리는 백퍼센트 행복하거나 백 퍼센트 불행하기보다는 그 둘이 애매하게 섞여 있을 때가 많은데, 그 순간 우리는 행복할까, 불행할까? 열 명이 그냥 조금 행복하지만, 아홉 명은 아주 불행한 나라에서 사는 건 괜찮을까?
쉽지 않은 질문들 속에 아이에게 나눠주고 싶었던 지식과 고찰들은 바로 김민형의 책 <수학이 필요한 순간에 모두 담겨 있다. 선과 악을 나누는 방식도 확률을 계산하는 수식도, 민주주의에서 다수를 골라내는 방법도 결국은 모두 수학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저자는 너무도 이해하기 쉽게, 아름답게 풀어낸다. 아이를 다시 만난다면 이 책을 선물하며 말하고 싶다. 행복한 나라에서 살 수 있기 위해 더 깊이 생각하고 너의 답을 찾아갈 수 있기를. 그 길에 수학이 함께 할 수 있기를. _ 장동선 / 뇌과학 박사, 과학 커뮤니케이터
5. [실용일반] 마을이 함께 만드는 모험 놀이터 | 김성원, 빨간소금
“놀이터는 시민운동의 결과이자 마을이 함께하는 지역 공동체의 프로젝트였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놀이터들은 천편일률적이다. 그 안에서 어린이들이 누릴 수 있는 놀이의 즐거움은 제한된다. 어린이들이 안전하면서도 개성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신나게 뛰어놀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놀이터들이 사회 곳곳에 자리했으면 좋겠다.
‘마을이 함께 만드는 모험 놀이터’는 놀이터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한 책이다. 놀이터의 역사에서부터 다양한 종류의 놀이터, 어린이들이 스스로 만드는 모험 놀이터까지 다룬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어린이들은 노동을 해야 했다. 초기 놀이터는 어린이들에게 놀 자유를 주기 위한 사회운동의 결과였고 치유의 공간이었다. 모험 놀이터도 1차 대전 이후 전쟁의 트라우마를 겪는 어린이들을 위해 시작됐다.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상대적으로 비정형적인 기구들을 타고 폐자재 등으로 집을 지으며 뛰어논다. 안전 관련 규칙을 지킨다면 다소 위험한 활동도 허용되기에 어린이들은 마음껏 에너지를 분출한다. 지역사회의 이해와 관심을 바탕으로 어린이들은 모험 놀이터에서 행복하게 자란다. _ 송현경 / 내일신문 기자
6. [그림책/동화] 안녕, 우주 | 에린 엔트라다 켈리, 밝은미래
“새로이 눈을 뜨면 세상이 달라 보이지. 시간의 마술이란다.”
소심한 겁쟁이에서 의연한 용사로 성장하는 버질, 버질을 괴롭히다가 여전히 찌질이로 남는 쳇, 청각장애가 있지만 내면은 굳건한 발렌시아, 서툰 점성술사지만 확신에 차서 친구들을 이끌어가는 카오리. 이 독특한 인물들이 어떻게 우주와 인사를 나누게 될까.
필리핀계 아메리카인 작가가 할머니에게서 들은 필리핀 옛이야기를 이 시대 아이들의 삶과 촘촘하게 엮어 짜낸 거대한 이야기 <안녕, 우주,>. ‘거대한’이라고 쓴 이유는 300쪽 넘는 만만찮은 분량 때문이 아니다. 작은 마을 아이들 넷에게 며칠 동안 일어난 일 안에서 까마득한 옛날부터 지금 이 시대를 오가는 인간정신, 깊은 우물 밑에서 높은 하늘까지 닿는 인간의 눈이 유장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 공포와 용기, 우연과 운명 같은 깊은 주제를 담고 있지만 문장은 명쾌하면서 단단하고, 인물들은 개성이 넘치고, 사건은 흥미진진해서 페이지가 어떻게 넘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빠져든다. 책의 힘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증명해주는 작품. _ 김서정 / 동화작가, 평론가
7. [청소년] 아주 명쾌한 진화론 수업 |장수철·이재성, 휴머니스트
“원숭이가 인간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고! 그럼 생물학에서 말하는 진짜 ‘진화’는 무엇일까?”
한국 출판계에서 ‘개론’은, 책은 많으나 믿을 만한 책이 드물다. 대학에서는 강의 이름에 그 말이 거의 다 없어지고 ‘~의 이해’와 같이 바뀌었는데, 아직 경륜을 쌓기에 젊어 뵈는 학자가 강의를 맡는 경우가 많다. 개론에 대한 이런 홀대 혹은 기피는, 기초를 중시하지 않는 한국문화와 교육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뚜렷한 예이다. 개론서 중에서도 특히 자연계의 그것은 체계적인 내용, 명확한 언어, 그리고 많은 설명 그림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필자와 출판사 모두 준비가 덜 되어 이제까지 이른바 ‘원서’에 의존해온 듯하다.
이 책은 진화생물학을 가르쳐주는 ‘개론 수업’을 아홉 번에 걸쳐 제공한다. 속에서 개론이라는 말을 찾기 어렵고, 개론서라면 부담을 느끼는 독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두 사람의 대화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아주 좋은 개론서이다. 청소년용처럼 보이나 이에 이르면 청소년용, 성인용을 따지는 게 무색해진다. 우리도 좋은 개론서를 쓰고, 출판하고, 읽는 때가 왔다. _ 최시한 /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작가
※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일반, 그림책/동화 그리고 청소년 분야의 도서 전문 위원들로 구성된 <책나눔위원회>가 매달 7권의 도서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