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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2년, 달라진 한국의 경제력

2021.07.05 강철구 배재대학교 일본학과 교수(일본경제경영연구소 소장)
강철구 배재대학교 일본학과 교수(일본경제경영연구소 소장)
강철구 배재대학교 일본학과 교수(일본경제경영연구소 소장)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시행된 지 2년이라는 짧은 시간이 지난 지금,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의 예상과 달리 한국 경제는 타격을 받기는 커녕 반도체 등에 필요한 핵심 품목의 대일 의존도를 현저히 줄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강화되는 성과를 얻었다. 

당시 예상치 못했던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우리정부는 외교 상호주의에 입각해 강경하게 대응하는 한편, 한달여 만에 추경예산까지 편성해 즉각적인 체계를 마련했다. 전략적으로는 소부장산업의 기술자립과 일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구축해 나갔다. 2조1000억원 규모의 소부장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소부장 특별법을 전면 개정했으며, 범정부 차원의 단일 컨트롤타워인 ‘소부장경쟁력강화위원회’를 신설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의 정책으로 기업을 정면 지원했다. 

돌이켜 보면 우리 정부를 믿고 따라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의 단합된 의지가 위기를 극복하는 힘으로 치환됐고, 이를 통해 첨단산업의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승자독식처럼 여겼던 대기업 위주의 산업군은 중소·중견기업과 핵심기술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부터 양산과정에 이르기까지 상생의 손을 잡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과 규제완화, 그리고 정보 공유를 통한 전방위적 협력체계를 갖춰 혼연일체로 대응하면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소부장 100대 핵심품목의 대일의존도는 31.4%에서 24.9%로 감소했으며,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소부장 중소·중견기업은 지난 2년 사이 13개에서 31개로 2.4배가 증가하는 등 가시적인 위기극복을 넘어 세계적인 소부장 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일본이 한국 첨단산업의 발목을 잡았던 수출규제 3품목 중 불화수소의 대일 수입액이 1/6 수준으로 하락하는 성과를 반영한 듯,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오히려 일본 경제에 자충수로 돌아온 것을 탓하면서 ‘3년째 어리석은 정책의 극치(愚策の極み)’(2021. 7. 4)라며 자국 정부의 정책을 평가절하했다. 

결과적으로 손익계산서를 살펴보면, 2년전 일본의 비우호적인 수출규제 행위는 일본에게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되어 버렸고 한국에게는 기술자립과 탈일본기업화를 통해 실질적으로는 수출규제조치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일본의 대한국 무역 비율 입지도 점차 줄어들면서 그 자리를 한국이 육성하고 있는 소부장 기업들이 차지하게 됐다.

소재·부품·장비산업(소부장). (사진합성·일러스트=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소재·부품·장비산업(소부장). (사진합성·일러스트=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일본의 수출 규제 2년을 맞아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우리 기업들과 국민들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 냈다. 소·부·장 자립의 길을 더 튼튼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는데, 한일 무역전쟁의 출발선이 국격이 걸린 자존심의 정신승리였다면, 지금은 치밀한 전략을 통한 기술승리라고 평가할 만큼 이제는 여유가 생겼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한국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반면 일본은 코로나 방역실패와 경기침체 등의 국력저하 상태가 지속되면서 한일간 무역의 상호 중요성이 점차 쇠퇴해 가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국력은 2년 전과 달라졌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 2일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는데, 이는 1964년 UNCTAD가 설립된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또한 실질적으로 한국은 주요8개국(G8) 반열에 올라섰으며, 이에 걸맞게 한국의 GDP는 세계 10위권에 진입해 있고 전 세계 수출비중은 7위에 우뚝 서 있다. UN전자정부평가 세계 1위인 대한민국은 PPP환산 1인당 GDP에서 2018년 이후 일본을 앞섰고 국가신용등급도 한국이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국력은 성장했고 국민들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K-Culture와 국가 경제력에 걸맞게 성숙해졌다. 2년 전에는 무역전쟁으로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일본과 선진국 대 선진국의 대등한 입장에서 부딪혀도 될 만큼 한국의 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가 커졌다. 

일본은 더 이상 한국을 대상으로 제2의 수출규제를 할 만한 힘과 명분도 없을뿐더러 글로벌가치사슬(GVC)까지 훼손하면서 2년 전의 부당한 수출규제 방식으로 또 다시 한국에 보복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일본이 갖고 있는 카드라고는 한국의 성장을 부러워하며 비난하는데 시간을 소비하는 정도일 뿐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숙제는 일본기업의 의존도를 낮추는 차원을 벗어나 경제적 타당성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자유무역주의에 반하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아직 풀린 건 아니지만 이미 형해화(形骸化)돼 버렸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굳이 이를 철회하라는 압박을 할 필요도, 외교적 해법을 제시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그냥 현 시점을 관리 유지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왜냐면 지금 한국이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 있어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4차산업과 관련한 핵심품목은 기술력을 강화하되 모든 기술을 자립할 필요는 없다. GVC를 고려해 특정국가의 의존도를 낮추되 일본을 포함한 수입공급선의 다변화를 추진하는 전략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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