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
지난 8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69주년을 맞이하는 8.15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진일보한 정책을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내용으로 이뤄져있는데, 우선 한반도 생태계 연결을 통한 환경협력을 강조하였고, 둘째로는 북한 농촌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북한판 새마을운동’의 전수를 천명하였으며, 마지막으로 광복 70주년이 되는 2015년을 목표로 겨레말 큰사전 편찬과 같은 문화사업을 전개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우리 정부의 제안에 북한이 어떻게 호응해 올 것인지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우나, 대체로 한반도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천명한 것으로 이해된다.
주지하는바와 같이, 박근혜 정부는 임기 시작과 함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기존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하면서도, 동시에 북한을 상대로 ‘신뢰’를 쌓고자 하는 매우 창의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북한을 상대로 신뢰를 쌓는 일이 가능하겠느냐는 일부의 우려가 없지는 않았지만, 집권 1년을 지나면서 ‘신뢰프로세스’는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국제사회로부터 매우 공고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야기한 전례가 없는 위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북한에게 핵문제 해결을 포함하여 국제적 규범을 따른다면 언제든 기회의 창이 열려있다는 가능성을 함께 제시해온 것이다.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 및 한반도평화통일정책의 기본 정신은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일관되게 강조되고 있다. 즉, 핵문제를 포함한 우리 국민의 안위와 관련한 사안에서도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음은 물론 인류 보편적인 입장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이와 동시에 북한을 상대로 신뢰를 쌓고 나아가 통일을 위한 역사적 과제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노력을 함께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은 소위 투트랙(two-track)의 전개에 따른 대북통일정책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군사안보적 영역에 있어서는 박근혜 정부가 일관되게 추구해 온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면서도, 또 다른 영역인 경제사회문화적 차원에서는 남북한 주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매우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볼 수 있는데, 군사안보적 영역에서의 원칙론적 입장은 전통적인 안보이익을 확보하겠다는 의미이고, 한편으로 경제사회문화적 영역에서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소위 ‘인간안보(human security)’적 차원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대북정책은 북한이라는 상대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향후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제안에 얼마나 진지하게 응할 것인가의 문제를 정확하게 예단키는 어렵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리가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남북한 주민의 행복, 한반도 평화통일, 나아가 동북아의 안정과 번영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한 우리 정부의 일관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8.15 경축사에서 이러한 입장과 원칙이 분명히 천명되었고, 이제 우리는 남북한 통일과 동북아 및 세계 평화라는 보다 큰 원칙과 미래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갈 일만 남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