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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정확하게 이해하기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2015.01.22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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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봉급생활자들이 ‘13월의 보너스’라고 생각하던 연말정산이 시작되면서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13월에 환급받는 세금이 작년에 비하여 감소하였다거나, 환급은 커녕 오히려 추가적으로 더 납부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연말정산이 무엇이길래 이 야단인가?

정산(精算, accurate calculation)은 정밀 또는 정확하게 계산한다는 의미로 대강 짐작으로 계산하는 개산(槪算, approximate calculation)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최근 성과급이 확산되고, 임시·일용직이 확대되면서 매월 수령하는 봉급이 일정하지 않고 불규칙하여 봉급생활자 본인조차 연간 총급여를 정확하게 예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봉급생활자는 매월 간이세액표에 의하여 개략적으로 계산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에 의해 납부하고 13월에 한 해 동안 실제로 수령한 정확한 연간 총급여에 의거하여 그동안 납부한 세금이 실제보다 더 클 경우 환급을 받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추가 납부를 하여 연말정산(年末精算)을 하게 된다.

따라서 연말정산으로 내가 부담하는 세금액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며, 13월의 서비스도 폭탄이 아니다. 단지 미리 과도하게 납부한 초과액을 13월에 돌려받느냐, 아니면 적게 내고 연말에 적게 돌려받거나 추가 납부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연말정산과 관련한 이슈는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첫째, 소득세법상 공제제도를 기존의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중심으로 개편한 것이다.

조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소득재분배기능인데, 우리나라의 세전 및 세후 지니계수를 비교하면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가 약 8.7%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나서 OECD 평균인 31.3%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그 중요한 원인은 과세대상이 가장 넓은 소득세의 재분배기능이 취약하고 과세미달자가 많으며, 각종 비과세 감면 등 조세지출이 과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작년에 세법개정을 통하여 기존의 소득공제 중심에서 세액공제 중심으로 소득세제를 개편한 것은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 소득세제사에 중요한 획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러한 개편으로 인하여 평균적으로 고소득층은 세부담이 증가하고, 저소득층은 세부담이 감소하게 되며 이는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의 특성상 당연한 결과이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소득 5500만원 이하의 가구에서 세부담이 증가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도 당연하다. 근로소득세는 기본공제 및 추가공제와 신용카드 공제 등 각종 특별소득공제와 의료비, 교육비공제 등 특별세액공제를 적용한 후 세액이 결정된다. 약 1640만명에 달하는 봉급생활자의 소득,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 지출내용과 가족구성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들이 적용받는 세부담도 각기 다르게 마련이다. 소득이 1억원이 되더라도 세부담이 작년에 비하여 줄어들 수도 있고, 소득이 3000만원이라도 세부담이 증가할 수가 있다.

또 정부는 근로소득공제율을 일부 조정하고 기존의 다자녀 추가공제, 6세 이하 자녀양육비 공제, 출산·입양공제를 자녀세액공제로 통합한 대신에 공제제도를 개편하면서 추가적으로 확보한 세수는 자녀장려세제(CTC)를 도입하여 총소득 4000만원 이하의 가구에게 자녀 수에 따라 장려금을 지급하며, 근로장려세제(EITC)를 자영업자에게도 적용하면서 지급액도 확대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지 자녀장려세제(CTC)와 근로장려세제(EITC)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특정 사례를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연봉이 2360만원~3800만원인 미혼 직장인의 경우 세부담이 대폭 증가하고, 연봉 7500만원인 직장인 세부담은 75만원이 증가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특정 사례로 이를 일반화할 수도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

다른 사례를 보자. 연봉이 7500만원에 자녀 2명이며, 이중에서 1명은 6세이하인 직장인이 보험료 100만원, 교육비 500만원, 기부금 200만원, 연금저축 200만원, 의료비 100만원, 신용카드 소득공제로 300만원을 적용받는 경우 세부담이 종전 353만원에서 금년에는 389만원으로 36만원 증가하는데 그친다.

다른 사례로 연봉 3000만원인 미혼 직장인이 보험료 100만원, 기부금 100만원, 연금저축 200만원, 신용카드 소득공제 100만원을 적용받을 경우 세부담이 종전 29만원에서 금년에는 21만원으로 8만원 감소한다.

이러한 결과는 정부가 제도 변경에 따른 세부담 변동효과 추정 시 직장인의 평균적인 지출금액을 가지고 분석하며, 그 결과 연간 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평균 세부담이 늘어나지 않고 5500~7000만원 근로자는 평균 연간 2~3만원 세부담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한 것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셋째, 2012년 9월 간이세액표를 개정하여 “많이 걷고 많이 돌려주던 방식”에서 “적게 걷고 적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변경한 결과 ‘13월의 보너스’가 축소되어서 봉급생활자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불과 수년 전 간이세액표를 개정하기 전에는 정부가 매월 봉급생활자의 세금을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이 원천징수한다는 불만이 많았으며 이것이 정부가 간이세액표를 개정하여 “적게 걷고 적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변경한 이유이다.

과연 어느 방식이 옳은 것인가? 가장 이상적인 제도는 연말정산할 세금이 없는 경우, 즉 환급받을 세액도 추가 납부할 세액도 없는 경우이지만 신이 아닌 이상 아무도 그해 받을 총급여를 미리 정확하게 예측하여 매월 원천징수를 할 수는 없다.

과거의 “많이 내고 많이 돌려받는 방식”은 받을 때는 좋은 것 같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매월 세금을 적정액 이상으로 과도하게 납부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과도하게 납부한 세금에 대한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납세자는 오히려 손해다. 인간은 종종 현재의 이익에 치중하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적어도 정책결정자들은 객관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제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넷째, 2000년 이후 전체 조세지출금액 중에서 주요 세목의 조세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법인세의 경우 35.2%(2001년)에서 24.3%(2013년)로 크게 감소하였고, 부가가치세의 경우 20.5%(2001년)에서 22.0%(2013년)으로 큰 변동이 없는 반면, 소득세의 경우 35.4%(2001년)에서 48.3%(2013년)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그 결과 봉급생활자 중에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과세미달자가 약 512만명으로 31%가 되며, 자영업자의 과세미달자 비율 23%보다 훨씬 더 높다. 이러한 현상은 2000년대 이후 정부가 봉급생활자에 대한 공제혜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온 결과이다. 조세정의와 세부담의 형평성 차원에서 봉급생활자에 대한 각종 공제를 확대하여 자영업자에 비하여 과세미달자를 지금 보다 더 양산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방향인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작년 세법개정 결과 평균적으로 연봉 5500만원 이하 봉급생활자의 경우는 세부담이 경감되고, 5500만원 이상인 봉급생활자의 세부담은 증가한다. 이는 과세미달자를 제외한 약 1120만명의 봉급생활자 중에서 평균 78% 정도가 세부담이 감소하고 나머지 22%의 경우 세부담이 증가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작금의 언론 보도를 보면 세부담이 감소하는 약 870만명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세금을 더 내고 싶은 납세자는 없는 반면, 정부는 국민에게 필요한 공공재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세금을 거두어 들여야 하는 악역을 해야 한다. 그래서 영국의 처칠 수상은 “좋은 세금이란 지구상에 없다”라고 설파하였다. 물론 감세를 하면 국민이 좋아하겠지만, 이 또한 재정적자의 확대로 이어져 미래세대의 세부담 증가를 초래하니 당장에는 정치적으로 유혹을 느끼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의 위한 올바른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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