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경 주간무역 발행인 겸 대표이사 |
한·중 FTA가 눈앞에 와 있다. 한·중 FTA에서 기회를 잡으려면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중 FTA는 수출 중소기업들에게 가장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의 ‘빗장’이 활짝 열렸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수출 중소기업이 어떻게 하면 한·중 FTA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1. 공부하라 : FTA도, 중국시장도 공부해야
‘알아야 면장(免牆)을 한다’는 말이 있다. 모든 FTA가 그렇지만, 한·중 FTA 역시 제대로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공부를 해야 한다. 한·중 FTA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비롯한 기본적인 것을 익히고 우리 회사 관심품목의 관세인하 일정 등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FTA를 활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FTA를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인터넷 클릭 몇 번만으로도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다. 당장 FTA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라.
예컨대, 산업자원부 FTA포털(http://fta.korea.kr), 관세청 FTA포털(http://fta.customs.go.kr), 한국무역협회 FTA무역종합지원센터(http://fta.kita.net)에서는 각 FTA에 관한 종합적인 정보, 이를 테면 FTA의 의미, 효과, 흐름 등 일반적인 지식부터 협정문, 원산지 결정 기준, 원산지 증명서 작성방법 등 전문적인 지식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한·중 FTA에 대해서는 별도의 홈페이지(http://www.fta.go.kr/cn)를 통해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는 품목별 양허내용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중국 시장에 대해서도 ‘열공’해야 한다. 각종 보고서나 뉴스 등을 통해 중국 경제 및 산업의 전반적인 흐름에 관심을 가지고 체크하면 된다. 또 관심 품목의 현지 시장에 대해 조사하고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가능하면 경쟁사의 동향도 파악하고 현지 기업이나 시장의 트렌드도 확인하면 좋다.
한·중 FTA에 대한 기업들의 이해와 활용을 돕기 위한 각종 설명회와 세미나 등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라. 이런 설명회나 세미나는 앞으로도 자주 열릴 예정이다. 부지런을 떠는 만큼 중국 시장이 가까이 다가온다.
2. 활용하라 : 정부가 차려놓은 각종 ‘지원밥상’
한·중 FTA라는 ‘고속도로’를 깔아놓은 정부는 중소 수출기업들이 그 위에서 맘껏 달리기를 원한다. 그래서 고속도로 출발점에 상담원을 배치하고, 도로표지판도 새로 만들고, 기름도 공짜로 넣어준다.
수출기업들의 한·중 FTA 활용 지원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지원책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차이나데스크’다. 이곳에선 한·중 FTA에 대한 각종 정보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이나데스크는 한·중 FTA 발효 이전에는 중국 측 품목별 양허 내용과 FTA 활용 방법 등 포괄적인 정보와 자료를 제공한다. 또 발효 이후에는 수출산업화 지원, 판로개척, 비관세장벽 애로 해소에 이르기까지 중국진출 관련 모든 현장애로를 원스톱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차이나데스크를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은 국번없이 1380로 전화하거나 무역협회 3층을 방문해 언제든 상담이 가능하다.
KOTRA가 중심이 되어 중국 현지에 구축하는 애로해결 전담 조직 ‘해외FTA활용지원센터’도 적극 활용할 만하다. 이 센터는 국내외 지원기관 간 협업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국내와 해외에서 중국진출 기업에 대해 입체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해외FTA활용지원센터는 베이징, 상하이, 청도, 청두 등 4곳에 설치된다.
관세청은 전국 30개 세관에 'YES FTA 차이나센터'를 설치하고 총 100명으로 구성된 ‘한·중 FTA 특별대책단’을 편성했다. 한·중 FTA 전문가로 구성된 ‘YES·FTA 차이나센터’에서는 품목분류와 원산지기준 등 절차, 중국 통관절차와 비관세장벽 안내, 통관애로 해소 등 종합 컨설팅과 사후관리까지 1:1 맞춤형 상담을 제공한다.
관세청은 또 한·중 FTA 전담 상담인원을 배치해 ‘125 차이나 콜센터’를 운영하고 한중 FTA에 특화된 원산지관리시스템인 FTA·PASS의 설치를 지원한다.
무역협회의 북경지부나 상해지부, KOTRA의 중국 여러 도시의 무역관도 한·중 FTA를 활용하기 위한 현지 시장조사 등에서 적극 활용할 만하다.
3. 창조하라 : 우리 회사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
한·중 FTA는 상품들의 관세를 점진적으로 철폐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단순히 관세율 인하에만 매달리기보다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중국, 한국 또는 제3국 시장에 창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중국은 20개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다. 만일 중국에 자회사나 지사가 있다면 중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를 이용해 원부자재 등을 무관세로 조달해 상품을 제조할 수 있으며 이를 중국이나 제3국에서 판매할 수 있다.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무관세로 중국에 수출한 다음, 한국과는 FTA를 체결하지 않았지만 중국과는 FTA를 체결한 나라에 무관세로 재수출하는 방법도 있다. 제품 가격에서 물류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의 경우 이런 비즈니스 모델도 가능하다.
또 중국에서 원·부자재나 반제품을 무관세나 낮은 관세로 한국에 들여와 완제품을 만들면 관세철폐 또는 인하 분만큼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 이를 한국이 FTA를 체결한 국가에 수출한다면 역시 무관세 수출이 가능해진다. 반대로 한국의 고품질 원·부자재를 무관세로 중국에 가져가 현지에서 완제품을 생산한 후 현지 시장이나 제3국에 수출하는 방안도 있다.
우리 회사와 제품이 가진 경쟁력과 상황 등을 고려해 연구하면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이 밖에 한·중 FTA에서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100% 한국산으로 인정해 주고 있으므로 개성공단 활용을 통한 관세 혜택을 도모해 볼 만하다. 소비재 위주의 수출입 품목 발굴이나 품질 고급화를 통한 중국 농수산 시장의 진입 등도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에 따라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참고로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에서 표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발표할 예정으로 있으니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4. 발굴하라 : 숨어 있는 유망품목을 찾아라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한·중 FTA에서도 ‘유망품목’이라는 구슬을 잘 꿰어야 보배를 만들 수 있다.
우리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이 한·중 FTA에서 별 혜택이 없다면 새로운 유망 아이템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중국은 고소득층과 젊은 소비층의 등장으로 고급소비재 및 서비스 수요가 대폭 확대되는 동시에 일반 대중이 소비시장 확대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런 트렌드를 잘 활용하면 유망 아이템 발굴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가령 한류에 대한 높은 호감도로 우수 한국산 소비재가 통하는 의류, 생활용품 등이 유망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변화를 읽으면 유망시장이 보인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 당국이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친환경 및 안전관련 제품(설비)이 유망 아이템이 되고 있다. 녹색, 양로, 식품, 소비재 등 내수진작 중점 영역에서 진출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다. 아울러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활성화로 우리 기업의 건설·인프라 장비 및 기기 시장 진출이 유망하다.
중국기업이 할 수 없는 업종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규모 확대에도 불구하고 산업 및 연구개발 수준이 낮다. 선진국 및 중국제품의 사각지대(블루오션)인 부품 소재 및 의료, 프랜차이즈 등 서비스산업이 유망하다.
이밖에 앞서 얘기한 창의적 비즈니스 모델 발굴 차원에서 우리나라가 제3국과 체결한 FTA, 중국이 제3국과 체결한 FTA를 활용해 유망한 상품을 찾아내는 방법이 있다.
한편 우리나라가 통관(관세혜택)을 중심으로 한 상품교역에 집중하는데 비해서 중국은 투자와 서비스 교역에도 비중을 둔다. 이 부문에도 관심을 가져보라.
5. 개척하라 : 중국 내수시장에 길이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내수시장 회복을 통해 성장을 이어가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한·중 FTA가 주는 가장 큰 기회는 역시 중국 내수시장, 특히 소비재에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안팎에 달한다. 그러나 대 중국 수출품의 절반 이상이 원?부자재나 부품 등이다. 이들 대부분이 중국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제3국에 수출하는 데 쓰인다.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소비재의 비중이 낮다는 뜻이다. 현재 대중 수출에서 일반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4~5%로 미미한 수준이다.
대중 수출 품목을 원부자재에서 고급 소비재 중심으로 변경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무역 정책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개별 수출기업들도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중국 소비자의 특성과 시장 변화에 맞는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연령, 직업, 지역별 소비 성향이 상이해 이에 맞는 맞춤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IT기술과 교통 발달로 유행 전파속도가 빨라지는 특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중 FTA를 활용한 소비재의 중국 내수시장 개척에서 마케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SNS(소셜네트워크)와 파워블로거 등을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한류 등을 활용한 스토리 마케팅 전개 노력도 필요하다. 또, 중국 내 생산시설을 제3국 수출용에서 현지 업체에 접근하는 매개로 삼아야 한다.
중국 내수시장 개척에서 한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지만, 한류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