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경찰청장 |
우리나라도 대기오염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요즘 미세먼지 주의보는 연일 ‘나쁨’ 단계를 가리키고 있다. 매일 눈에 보이지 않는 ‘스모그 머랭 쿠키’를 맛보며 생활하는 셈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이버범죄도 이러한 미세먼지와 유사한 점이 적지 않다. 사이버라는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져 눈에 보이지 않는 점, 피해를 직접 당해보기 전에는 그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점,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누구나 쉽게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점 등이 그것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사이버범죄는 총 14만 4000여 건으로 약 3분 30초마다 1건씩 발생한다. 피해액도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것이다. 직접적인 금전적 피해부터 명예·인격살인, 신체적 피해를 넘어 생명침해도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위험하다고 해서 공기 없이 살아갈 수는 없듯이 사이버범죄가 두렵다고 컴퓨터·스마트폰이 없던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피할 수 없으면 대비하라’는 말처럼,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인터넷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배출가스 규제 등 주로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겠지만 국민도 일상생활에서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간단한 예방수칙을 지킴으로써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사이버범죄 예방도 이와 다르지 않다. 경찰을 비롯한 관련기관들이 예방 시스템을 만들고 강력한 수사와 처벌을 통해 재범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최신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한다든지 출처가 불분명한 인터넷 주소(URL)나 이메일을 함부로 클릭하지 않는 등 약간의 주의와 관심만 기울인다면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사이버 안전’이라고 하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아주 기본적인 예방수칙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사이버 세상이 어느 날 갑자기 불쾌하고 꺼림칙한 ‘스모그 머랭 쿠키’가 돼 있다면 어떨까? 이미 인공지능(AI)·핀테크·사물인터넷(IoT)·드론·빅데이터·자율주행 자동차 등으로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첨단기술이 각종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스모그 덩어리와 같다면, 4차 산업혁명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스모그 머랭 쿠키’와 사이버범죄,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로 더는 발붙일 수 없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