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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입는 도시… ‘도시재생 문화영향평가’

양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2017.11.06 양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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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양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기존 대규모 도시재생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 주도의 지속가능한 도시경쟁력 회복을 위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할 것을 천명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동네 단위의 생활밀착형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하며, 5년간 50조원 규모로 예산을 확대해 향후 5년간 500곳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70곳에 대한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 추진이 발표되면서 전국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로 들썩이고 있다. 도시재생의 취지와 필요성에 동감하면서도 정부 주도의 성급한 사업 추진이 자칫 부동산 가격 급등이나 투기과열, 임대료 상승에 의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공동체의 파괴를 초래하거나, 주민들의 수요나 지역적 고유성·장소성과는 무관한 물리적 시설조성 사업으로 변질되거나, 성공사례의 무비판적인 모방으로 획일화된 경관이나 이벤트, 사업을 양산하거나 기존의 하향식 접근방법의 답습으로 주민참여나 자발성이 침해되지는 않을까 등의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도시재생사업이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이끌어가기 위해 필요한 문화적 접근방식의 하나로 ‘문화영향평가’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문화영향평가(Cultural Impact Assessment)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계획과 정책을 수립할 때에 문화적 관점에서 국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여 긍정적 영향을 강화·확산시키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문화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로 2013년 제정된 <문화기본법> 제5조 제4항에 근거를 둔 법정영향평가이다.

문화영향평가제도는 그간 경제성장 패러다임에 근거한 개발 위주의 정책으로 국민의 삶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중한 문화적 가치가 상실되거나 파괴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대한 대응으로서, 또한 문화가 단순한 여가나 오락을 위한 부수적인 영역이 아니라 국민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필수적 요소이자 국가·국민·지역공동체의 정체성 형성, 그리고 문화적 부가가치를 통해 더 큰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동력이라는 인식 제고에 힘입어 대두됐으며, ‘정책의 문화화’를 통해 정책의 사회적 수용가능성과 효과성을 제고시킴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문화역량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14~2015년 시범사업 기간을 거쳐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고, 2016년과 2017년 각 15건의 정책과 계획에 대해 문화영향평가가 진행됐다. 주목할 점은 문화영향평가 대상으로 ‘도시재생사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2016년 5건, 2017년 6건). 

문화영향평가는 아래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6개의 핵심평가지표를 통해 대상 정책의 문화적 영향을 평가하고, 긍정적 영향은 확산·보완할 수 있는, 그리고 부정적 영향은 저감시킬 수 있는 정책적 제언을 도출하게 된다.

따라서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문화영향평가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도시재생사업에 문화적 가치를 더하고 도시재생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문화영향평가의 평가 모형
문화영향평가의 평가 모형

첫째, 문화영향평가는 쇠퇴한 지역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촉매제로서 문화적 요소를 고려하도록 한다. 상권과 사람들이 떠나고 퇴락한 지역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데 가장 강력한 자석은 바로 ‘문화적 요소’이다. 문화공간과 그 속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동시에 그들이 떠나지 않고 정주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한다.

문화예술의 향기가 입혀진 갤러리 카페, 인문학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되는 동네 책방, 혁신적·실험적 예술작업이 이루어지는 문화공간은 해당 건물, 거리, 지역의 매력을 배가시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자석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에서는 새로운 상권의 창출을 통해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문화영향평가제도는 주민들의 문화에 대한 수요와 해당 지역이 보유한 문화자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도시재생사업 안에 주민들의 삶에 필수적인 문화공간과 문화프로그램이 적절한 형태로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문화영향평가는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의 접착제로서 문화적 요소를 고려하도록 한다. 도시재생사업 성공의 중요한 핵심요소 중 하나는 지역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해체된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다. 문화시설과 공간은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허브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며, 다양한 문화프로그램, 지역 축제는 지속적인 소통과 상호이해의 채널로써 기능한다. 공공예술 혹은 공동체예술의 적절한 활용은 도시 미관 개선 외에 주민참여 및 공동체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생활문화동호회는 지역의 생활의제와 예술과의 결합을 통해 주민들이 삶의 활력을 찾고, 적극적·능동적 자기표현을 통해 그리고 가족 및 이웃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지역의 주인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매개체의 역할을 담당한다. 지역이 간직한 다양한 유무형의 문화유산과 문화자원은 지역 및 주민에 정체성을 부여하고 연대할 수 있는 공통의 가치를 생성한다. 문화영향평가제도는 도시재생사업이 주민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지역공동체의 형성과 활성화를 이룰 수 있도록 문화적 요소를 어떻게 발굴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

셋째, 전통가옥, 근대건축물, 마을길, 담장, 보호수, 폐산업시설 등은 문화적 리모델링 혹은 문화적 활용을 통해 문화관광 자원화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섣부른 개발과정에서 파괴되고 소실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지역 고유의 역사, 지역공동체의 정체성과는 무관하게 타 지역의 콘텐츠(벽화그리기, 축제 등)을 무비판적으로 모방·적용함에 따라 고유성의 파괴와 문화적 획일화의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문화영향평가는 지역의 고유한 유·무형의 문화유산이나 경관의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은 없는지를 진단하고, 지역의 고유한 역사문화자원의 발굴과 보존, 활용, 콘텐츠화를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나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통해 도시재생사업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의 사전적 예방기능을 수행하는 것 또한 문화영향평가의 중요한 역할이다.

Henri Lefebvre가 지적한 바와 같이 도시는 작품이다. 그리고 문화는 도시를 이루는 리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음을 구현할 수 있는 하나의 음계이다. 더욱 풍요롭고 건강하며, 활력 있는 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지역의 고유성과 다양성을 강화할 수 있는 ‘문화적 가치’와 ‘문화적 접근방법’이 선택이 아닌 필수적 요소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여기에서 문화영향평가제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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