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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참관기

우지숙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2017.11.21 우지숙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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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숙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우지숙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대학원에서 <행정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과목을 가르치는 나는 ‘정책이 여론을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정책이 여론을 이끌어야 할 것인가’라는, 행정과 정치 분야의 오래된 질문에 대해 고민해 왔다.

여론을 무시하는 정부정책은 독재 또는 엘리트주의를 반영하는 것이 되겠지만 정책이 여론을 반영하는 데만 급급하면 포퓰리즘이라는 공격을 받기 십상이다.

여론을 구성하는 개개인들의 의견이 사안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답변한 내용이었는가도 늘 의심의 대상이 된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하나의 단초로서 단순히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시민들이 관련 이슈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에 대한 토론을 거친 후에 갖게 되는 의견, 즉 정보에 근거한 의견(informed opinion)을 찾아서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 공론조사의 핵심이다.

매우 의미 있고 그 효용성도 검증되어 온 절차이지만 제대로 실시하려면 많은 비용과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자주 시도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공론조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책홍보의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들을 했던 참여정부가 2005년에 8·31 부동산정책에 대한 대규모 공론조사를 시행한 적이 있다. 그 때 나를 비롯한 행정 및 홍보 분야 학자들은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홍보의 여러 모델 중 쌍방균형모델, 즉 국민의 의견을 파악하여 국민을 더 잘 설득하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여 정부 정책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진정한 쌍방모델을 시도하는 건가 하고 많은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공론조사의 이론적 배경과 방법론적 엄밀성을 충분히 적용하지 못한 채 외부 홍보컨설팅 업체에 이 조사를 맡김으로써, 방법과 절차를 비롯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오히려 고도의 여론조작 시도라는 비난까지 받아야 했다. 부동산정책에 반대하는 측의 비난과 학계와 전문가의 비판을 한꺼번에 받아야 했던 참여정부에서는 그 이후 다시는 이러한 규모의 공론조사를 시도하지 않았다.

이후 나는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에게 공론조사에 대해 가르치고 조별 과제로 소규모 공론조사를 실제로 실행해 보게 하고 있다. 그 때마다 831 부동산정책 공론조사 내용을 강의 자료로 삼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참여정부 때의 일을 되새길 수밖에 없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우리 학자들이 심하게 비판을 했던 것은 아닐까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당시에는 아마도 다음 번의 공론조사는 더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들을 가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다음 번’이 12년 후에나 오게 될 줄은 아마 짐작하지 못했으리라.

그리하여 2017년, 국민과의 소통과 숙의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새 정부가 들어서고 신고리 5·6호기 재개 여부를 두고 공론조사를 실시하게 되었다. 10월 14일 나는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참여자들의 2박3일 합숙현장에서 발표와 토론의 과정을 직접 참관하였다. 발표 및 토론의 세팅과 진행은 매끄러운 편이었고 무엇보다도 발표자, 토론자, 조사참여자들 모두 진지한 모습으로 성실하게 절차에 참여하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이슈에 대한 참가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온 전문가 발표자들이 원전중단 측과 원전재개 측의 양측으로 나뉘어 지나치게 대립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한 점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해당사자들이 전문가로서 발표와 토론을 맡은 경우도 많았고, 발표자들이 정보의 전달보다는 청중을 ‘설득’하려는 것에 더 중점을 두다 보니 “상대측이 왜곡된 정보를 보여주었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저 쪽 주장에 현혹되지 마라” 등의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간간히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 참가자들은 전문가 발표를 끝까지 귀기울여 경청하면서 조금의 야유나 청중으로서의 무례함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발표자들의 노력과 진정성을 높이 사며 세션이 끝나는 시점에 박수와 환호성으로 발표자들을 격려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477명의 참가자들을 10명씩 나누어 47개의 조로 운영했던 토론 세션의 모습이었다. 나는 점심 시간에 한 토론조의 참가자들과 우연히 합석하게 되었고, 그 분들의 양해로 한 세션의 토론 내용을 옆에 앉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물론 토론 과정에는 일체 참여하거나 관여하지 않고 관찰만 하는 조건이었다.

1시간 동안의 토론 과정은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합리적이고 수준 높은 것이었다. 각 토론조마다 전문성 있는 토론중재자(moderator)가 배치된 것도 도움이 큰 듯했다. 내가 참관한 세션의 토론중재자는 토론의 목적을 안내하고 시간을 안배하며 각 주제의 포커스를 잡는 데 탁월한 모습을 보였고, 끝까지 발언을 하지 않는 참가자들의 발언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고 토론시간이 끝난 후 전체 세션으로 돌아가 조별로 발표하게 될 질문을 뽑아내는 과정을 참가자들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등 매우 프로페셔널하게 토론을 진행하였다.

무엇보다도 10명의 토론참가자들은 각자가 가진 의견 뿐 아니라 개인의 관련 경험까지 편안하게 공유하였고, 서로에게 질문도 자연스럽게 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수의 사람들이 토론을 지배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고, 처음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두 명의 참가자들도 토론중재자의 중재로 곧 발언을 시작하였다.

또한 한 명의 참가자가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발언 기회를 받자 “이 문제는 어차피 정부에서 결정하는 것이고, 위에서 다 결정되어 있는 것이고 우리는 들러리 서고 있는 것 뿐”이며, “정부에서 공약을 깨는 것을 회피하려고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등 공론조사 자체의 의미를 축소하는 발언을 하였다.

이에 대해 한두 명의 참가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요, 정말 그런 면이 있지요”라고 맞장구를 친 후, 다른 한 명의 참가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를 열심히 수행해야 한다. 우리는 국민의 표본이다. 우리는 여기서 열심히 토론하고 의견을 제시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가 전처럼 그냥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견을 묻고 있지 않은가. 나는 그것이 고맙다.”라고 발언하면서 토론은 다시 활기를 띠었다. 

전체적으로 모든 참여자가 열린 자세로 활발히 토론하였고 몇 번의 발언이 오간 후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 후에도 토론에 임하는 진지함이나 예의 등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맞장구치면서도 본인의 입장에 대한 표현에도 거리낌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숙의와 경청의 과정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어떠한 토론 과정도 완벽하거나 좋은 점만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좋은 토론’을 구성하는 하나의 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견을 대하는 자세는 시민성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고 좋은 토론을 구성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도 하다.

혹자는 이 열 명의 토론이, 심지어는 477명의 토론이 아무리 잘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정부정책을 결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또한 477명이 아무리 대표성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대신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공론조사는 정부정책을 결정하는 최종 결정도구도 아니고 사회적 합의를 대신하는 것도 아니다. 정책의 최종 결정자는 정부이며 그 결정에 대한 책임 역시 정부가 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결정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어느 정도든 국민의 여론을 반영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여론을 구성하는 국민 의견의 질(quality)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비전문가가 정책을 결정한다는 비판 역시 공론조사를 반대하는 이유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 당사자들이 포함된 국민의 의견을 배제하고 전문가들만 모여서 정책을 결정해도 되는 사안이란 없다. 또한 국민들의 비전문성보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이해관계와 편향의 문제가 더 심각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비전문가인 국민들도 의견을 가질 수 있으며 가져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원리이다. 공론조사는 국민의 의견의 질을 높이고, 참여하는 시민들의 효능감과 시민성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고안된 것이다. 그리고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는 공론조사가 숙의적 정책결정과정과 민주적 거버넌스 모델의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려운 공론조사를 다시 시도한 우리 정부와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론화 위원회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흔쾌히 토론 과정의 참관을 허락해 주신 열 명의 토론참가자 분들과 토론중재자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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