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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분권위원회 출범에 거는 기대와 제언

2018.03.27 김태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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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김태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 3월 20일 자치분권위원회는 기존의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으로 변경하고 위원회 명칭도 기존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서 ‘자치분권위원회’로 변경하면서 현판식을 가졌다.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추진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으로 보인다. 과거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역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자치제도 중심의 적절한 권한배분에 치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자치분권위원회 출범은 제도자치가 아닌 실질적인 현장 중심의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에 방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또 다른 목적을 염두에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합리적 권한 배분이라는 수단적 측면에서 지방분권을 이해하려했던 것이 기존 위원회의 특징이었다면 새롭게 출범한 자치분권위원회는 분권과 자치를 그 자체 목적으로 삼고자 하는 점이 크게 다르다.

기존의 관점으로는 당장 지방분권 추진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설령 지방이양사무를 발굴하고 부분적인 권한 이양이 수반된다고 하더라도 현재대로라면 결국 제왕적 단체장만 살찌우게 될 것이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에게 권력을 되돌려 주자는 것이 자치분권의 핵심 목표이며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민주공화국의 완성과도 직접 관련이 있다. 자치분권의 목표는 헌법가치를 구현하는 것이며 서구 선진 분권 국가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자치분권이 일각의 우려와 달리 국가경쟁력을 더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헌법가치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자치분권을 수단으로 삼지 말고 그 자체 목적으로 이해하자는 것이 이번 자치분권위원회 출범의 가장 큰 특징으로 평가된다.

예컨대, 위원회는 우선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인 주민자치의 활성화를 주요 임무로 설정했다. 공공서비스 제공의 최일선 대민 접점에 있으면서도 자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읍면동의 역할을 강화시키고 주민참여를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 기능 보완 등 위원회 내부 기능에도 변화가 있으며 동시에 위원회 운영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관련 중앙부처의 적극적 참여를 제도화시킬 대책도 마련했다. 유관기관과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민 참여를 활성화시킬 구체적 복안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위원회의 명칭만을 바꾼다고 해서 새로운 시도가 새로운 결과를 수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자치분권위원회의 출범은 단순히 명칭 변경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자치분권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확인되었다.

자치분권 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자치분권위원회’로 간판을 바꿔 달고 20일 출범했다. 새출발을 알리는 현판식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자치분권 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자치분권위원회’로 간판을 바꿔 달고 20일 출범했다. 새출발을 알리는 현판식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에 따라 위원회는 그동안 자치분권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주도하고, 일반 국민들로부터 다양한 의견 수렴을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자치분권 국가를 만들자고 깃발을 든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세부 추진전략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새로 출범한 위원회가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제언을 첨언하고자 한다.

첫째, 사무의 지방이양 관련 선 이양 후 보완 관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과거처럼 필요에 따라 이양사무를 발굴하고 이양 여부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모호한 경우 일단 지방이양을 추진하면서 보완하는 획기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애당초 모든 사무는 지방에 속하며 필요에 따라 일부 사무를 중앙정부가 처리하고 있다는 시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권한의 지방 이양 관련해서 제왕적 단체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현재 논의된 주민참여 방안 관련 사항을 적극 검토해 직접민주주의를 제도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방의회의 역할을 강화하여 견제와 균형 장치가 지역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관구성의 다양화 등 새로운 시도를 과감하게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재정분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확인되었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위원회가 극복해야할 가장 큰 숙제가 바로 재정분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재정분권은 지역별 격차를 심화시켜 자칫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자는 헌법가치와 충돌하는 상황을 유발할 수도 있다.

우리의 특수한 행·재정적 상황으로 인해 분권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대별하여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분권은 수도권의 권한을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간 각자 살림을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구 선진 국가에서는 부유한 지역이 재정분권 정책을 선호한다.

우리 현실에서 재정분권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지역 간 재정 격차, 조정 문제를 중앙정부의 책무로 간주하는 시각 자체를 수정해야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협력 시스템을 통해 자율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재정분권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재정분권은 수입측면과 지출측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통상 재정분권이라 함은 지출의 재량권 확대를 의미한다. 수입 측면에서의 재정분권이 강조되는 경우는 연방국가에 주로 해당된다. 단방 국가에서 이 부분은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자치분권위원회가 자치분권의 컨트롤 타워가 될려면 발표된 내용들에 추가하여 부처별 국고보조금 관련 세부 사항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제도를 구비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국고보조금도 보통교부세와 마찬가지로 국고보조세 개념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자치분권위원회가 큰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새롭게 함께 출범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의 긴밀한 협력도 필요하다. 분권과 균형발전은 수레의 두 바퀴다. 자치분권위원회 내부적으로도 작은 두 수례바퀴가 균형을 잡아줘야 하겠지만 국가적 관점에서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의 지혜로운 협력과 그랜드 구상이 요구된다.

새로운 거버넌스 환경에 지혜롭고 선제적으로 대처하는데 소홀할 경우 자칫 양 위원회가 공히 과거와 같은 불편한 시간을 보내야할지도 모른다. 자치분권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의 인식이 지금처럼 우호적인 적도 없었고, 특히 지방분권 개헌 논의가 구체화된 시점에 우리 모두 새롭게 출범하게 된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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