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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면 저널리스트·콘텐츠랩 씨큐브 수석연구원 |
시운이 도래한 것일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북한과 미국이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한반도는 팽팽한 긴장에 휩싸였다. 그러나 우려와 기대 속에 남북단일팀을 만들어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우리는 극적인 대화의 전기를 마련했다. 그 후 지금까지 두 달의 짧은 기간에 남북은 특사를 파견하며 그동안 상상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장면들을 연출했다. 마침내 11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남쪽 평화의집에서 열리게 됐다.
2000년과 2007년의 두 차례 정상회담과는 달리 이번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 지역으로 내려온다. 만남의 전 과정은 텔레비전을 통해 사실상 생중계될 전망이다. 판문점은 1953년 정전협정이 맺어진 곳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상징적인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낸다면 한반도 나아가 세계 평화의 역사에 큰 길을 낼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당사국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몇 가지 상징적인 조치들이 낙관적 전망을 키우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가 개통됐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확성기 방송도 전격 중단했다. 지난 2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에 더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결정했다. 이는 물론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동결 선제조치는 비핵화로 가는 입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경제 제재로 곤란을 겪는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을 이끌어낼 최소한의 명분을 쌓은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언급했듯 남북정상회담의 요체는 65년 동안 끌어온 정전체제를 끝내고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한국사회, 아니 남북한 전체를 규율하는 근저의 질서가 바로 1953년 정전체제다. 냉전시대의 산물인 ‘53년 체제’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 낡은 질서를 만들고 유지해온 동아시아 냉전 대결구도는 진작 끝났다. 지금은 체제경쟁의 시대가 아니다. 한국 정치의 최우선 과제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재편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물론 남북의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이 역사의 분수령이 될 획기적 합의에 이른다면 통일의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평화를 말하지 않는 통일은 위험하다. 통일을 이야기하지 않는 평화는 공허하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영구히 종식하는 평화협정 체결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실질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 북한이 핵·경제병진 노선을 폐기하고 경제총력 노선으로 전환하는 등 평화의 제스처를 보이고 있지만 그것이 완전한 핵 포기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만큼 정상회담 비관론이 나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북한은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가 이뤄진 뒤에도 핵개발에 몰두한 전력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북한이 제재 해제를 챙기면서 궁극적으로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동결의 덫’(freeze trap)을 놓았다는 표현을 썼다.
남북정상회담의 형식을 빌린 평화의 노력 속에도 허와 실은 늘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을 이성적으로 진단하려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로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혹은 ‘사적’인 애국심을 앞세워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다. 국민의 망각을 이용해 또다시 미국까지 끌어들여 남북 평화 쇼를 한다느니 남북정상회담이 만병통치약인줄 안다느니 하며 정권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 정치인들이 아직도 활개를 치고 있다. 대한민국은 ‘극장국가’가 아니다. 쇼를 할 이유가 없다. 국민은 모르는 것 같지만 다 안다. 잊고 있는 것 같지만 다 기억한다. 대명천지에 어느 어리석은 국민이 정상회담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긴단 말인가. 아무리 눈앞에 정치적 이득이 어른거려도 국민을 호도하고 국익을 해치는 막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언제까지 역사에 죄를 지을 것인가. 남북정상회담이 정쟁의 대상이 되는 관행 아닌 관행은 이제 끝내야 한다.
평화체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남북이 진정으로 화해하고 민족적인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순원의 소설 ‘혜산 가는 길’을 보면 분단 극복과 통일에 이르는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 것인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주인공은 40년 만에 어머니를 만나러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고향 혜산과 마주보고 있는 중국 땅 장백으로 간다. 그러나 어머니를 만나지 못한다. 그 대신 친척이 전해주는 어머니의 말을 듣는다. “한꺼번에 그 한 다 씻을 수 없는 게 우리 세월이고망. 조금씩 조금씩 허물어 가야제…전에 여기 있을 때 느 아바이 봄마다 하던 벌 합봉하드끼” 합봉(合蜂)이란 서로 모시는 여왕벌이 다른 두 개의 벌통을 한 벌통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자칫 잘못 손을 댔다간 심각한 집안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양봉 기술자도 합봉에 이르러서는 고도의 통합 비법을 발휘해야 한다. 작가가 벌의 생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남북의 진정한 통합은 정부의 주도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민족적 공감대를 넓혀가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합봉에서 나온 꿀을 ‘통일꿀’이라고 부른다. 우리도 마치 합봉을 하듯 그렇게 통일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분단의 고통은 비단 실향민이나 이산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분단의 고통을 고통으로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가히 ‘후천성 분단인식 결핍증’이라 불릴 만하다. 이는 통일을 준비하는 일에 무심하거나 소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지 않다. 분단체제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롭게 전개되는 국내외 상황을 민족적 화해와 통합을 위한 긍정적 계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전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주로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는 화해와 교류 협력 확대에 방점이 찍혔다면, 이번 회담은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비핵화와 평화라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핵 문제가 핵심 의제로 전면에 등장한 만큼 한층 냉정한 정세분석과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요구된다. 한편으로는 날렵한 창조적 상상력도 필요할 듯하다. 문 대통령은 역사를 새로 쓴다는 각오로 담대하게 회담에 임해야 한다.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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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삭제 <2011. 6. 30.>
6. 삭제 <201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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