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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반도체 춘추전국 시대, 초격차와 신격차 전략 조화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 2020.10.23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글로벌 시장 20% 점유, 혁신기업 20개 육성, 고급인재 3000명 양성을 목표로 2대 추진전략과 6대 실행과제를 발표했다. 인공지능 반도체는 ‘학습과 추론을 위한 연산을 저전력에서 고성능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반도체’로 미래 산업에 핵심 기술로 고려되고 있다.

발표된 전략은 우리나라의 반도체 강점을 활용하고 다가올 미래의 기술변화에 적절하게 대비하는 효율적인 전략으로 보인다. 이 전략은 AI 반도체 분야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 나아가기 위한 혁신기술 개발 및 인재양성, 그리고 산업 생태계를 혁신적으로 성장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통상 기존 전략은 선진국의 기술을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형태로 추진됐는데 이번 전략은 선도자 형태로 진행된다는 측면에서 차별화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3~4%에 머무르고 있는데, 우리의 강점인 반도체 기술을 이용하여 AI 반도체 기술의 선도자가 돼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나라의 AI 반도체 기술을 선도자형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추진돼야 한다. 열심히 노력만 해서는 기술혁신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강점인 반도체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안이 포함돼 있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산·학·연의 실질적인 협력 없이는 AI 반도체의 기술 선도자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AI 반도체, 그 중에서도 PIM(Processing-In-Memory, 하나의 칩에서 저장과 연산이 모두 가능) 분야에서는 수많은 요소기술의 조합이 있고 어느 것이 가능성이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인력과 장비, 그리고 기술력을 가진 대기업에서 조차 수많은 조합의 기술을 모두 시도해 볼 수 없음은 물론이고 무슨 특정 기술에 집중해야 할지도 알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정부에서는 AI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한 부분이 아니라 설계·소자·공정에서 기술혁신을 추진하는데, 적절한 처방으로 보인다. 1단계에서는 서버·모바일·엣지 분야의 혁신적 뉴럴 프로세서, 미래 신소자, 미세공정·장비를 개발한다. 2단계에서는 신소자 및 혁신적 설계 기술 등을 융합해 초저전력으로 초고성능 AI 반도체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계 최고의 반도체 메모리 기술 역량을 적극 활용해 초(超)격차는 물론이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기술 격차(新격차)를 달성할 가능성도 있어, 합리적 관리와 효율적 협력, 예산 지원이 지속된다면 이 분야 시장을 크게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반도체의 성공을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학습을 위한 양질의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이에 민·관의 데이터 인프라가 구축되고, 국내 기업이 취약한 소프트웨어 분야에 특화지원 프로그램이 신설되며, 기술실증 지원도 확대한다고 하니 기술적 어려움이 많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를 방문해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이사로부터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기업(Edge용) 소개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성윤모 산업부장관, 정세균 국무총리.(사진=과기부)
정세균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를 방문해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이사로부터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기업(Edge용) 소개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성윤모 산업부장관, 정세균 국무총리.


2030년까지 AI 반도체 분야에 고급인재 3000명을 양성한다고 하는데,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양성대상이 석·박사급 대학원생과 재직자·학부생 등으로 국한돼 보인다. 특정 AI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박사후연구원(post-doc)을 위한 융합 인재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AI 반도체 분야는 빠른 연산을 하는 가속기 분야를 넘어 PIM(Processing In Memory) 단계, 그리고 한 단계 진보된 단계로 발전하게 될 것이며, 이를 위해 여러 요소 기술(그룹1: 소재·공정·소자, 그룹2: 회로·아키텍처, 그룹3: 알고리즘 및 소프트웨어)이 최적화 형태로 융합돼야 선도자 기술이 될 수 있다. 뛰어난 역량의 박사후연구원이 상기 3개 그룹 중 2개 그룹의 연구에 직접 참여해 경험하도록 해 융합적 역량을 갖게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들이 초(超)격차와 신(新)격차의 기술을 개발하고 지식기반의 新시장을 창출할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이다.

이들은 향후 중소·벤처 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 꼭 필요한 인재가 될 것이 확실하다. 양적인 양성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양성은 더 중요해 보인다. 박사후연구원 인재양성 사업 중 하나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추진하는 키우리(KIURI) 연구단 사업이 자동차 및 기초화확 분야에서 시범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까지의 사업 추진에 따른 장단점을 파악해 AI 반도체 분야에도 적용되기를 기대한다. 질적인 양성을 위해 기존보다 예산을 더 집중해 양질의 교육을 위한 인프라와 프로그램, 그리고 교육 내용의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혁신성장형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세부 프로그램을 촘촘히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는 수요기업과 팹리스의 협업, 그리고 기업간 연대·협력에 관련된 여러 사업이 포진하고 있어 제대로 작동한다면 상당한 진전이 예상된다. 앞서 언급했지만 절대적 강자가 없는 AI 반도체 분야에서 선도자가 되려면 산·학·연 협력은 물론이고 팹리스를 포함한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의 상생 협력이 매우 중요하므로, 여기에 소홀함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서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소, 팹리스를 포함하는 중소·벤처기업에는 AI 반도체 기술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이들 아이디어 중에 의미 있는 것을 대기업에서 큰 어레이(배열) 규모로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면 2030년대 AI 반도체 시장점유율 20% 달성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다. 일례로 중국에서는 중규모의 노어(NOR) 플래시 메모리 회사가 대학과 협업해 AI 반도체 칩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큰 크기 어레이에서 검증을 위해 기업과 대학이 협력함으로써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 개발이 가능해진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AI 반도체 분야는 미래 핵심기술이지만 표준화된 기술이 없고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 이는 우수한 IP를 확보할 좋은 기회임을 의미한다. 각 요소기술 및 이들의 융합 기술에 대한 의미 있는 IP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결국 성공적인 기술개발의 한 축은 IP 확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강점인 메모리 기술을 이용한 파운드리(Foundry) 사업을 이용해서 산·학·연 협력을 추진해 볼 수도 있겠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부족한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를 보완해 줄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노후 메모리 기술(예: 45 nm  NAND 플래시 기술, 기업의 첨단 기술 보안에 문제가 없는 기술로 가정)에 대해 설계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PDK: Process Design Kit)를 제공해 AI 반도체 칩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면 향후 새로운 사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형태의 신사업이 활성화되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 목표인 20%에 일조할 것으로 생각된다.

AI 반도체 기술은 핵심기술로서 다양한 산업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미래 산업에는 생산성 및 에너지 효율 제고, 안정성 등의 추구가 있을 것이고 미래 사회는 안전과 건강이 강조되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센서가 사용될 것이다. 국가에서 AI 반도체를 다양한 센서와 융합되도록 전략을 만들어 추진하면 기존 스마트 센서의 한계를 넘어 초저전력으로 실시간 인지가 가능한 인지센서를 구현할 수 있고 新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시대의 기술 변화와 우리의 역량을 고려해 超격차와 新격차 전략을 조화롭게 추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전략에는 지식기반의 산업을 이끌 수 있는 뛰어난 인재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인재가 가장 중요한 자산인 나라로 볼 수 있다. 필자는 질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키워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AI 반도체 분야에는 마치 춘추전국시대 같이 표준 기술이나 기술 강자가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우리의 강점을 활용해서 밀고 나가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030년대에 AI 반도체 기술이 우리나라 먹거리 산업의 한 축이 될 것으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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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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