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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선 복구와 남북관계 복원의 첫걸음

2021.08.03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

정전협정 68주년을 맞은 7월 27일 남북 정상들의 합의에 따라 통신연락선이 전격 복구됐다.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북한 대남부서들이 사업총화를 통해 대남관계를 대적관계로 전환하고 모든 통신 연락채널을 차단한 데 이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단절 13개월여 만에 통신선을 복구함으로써 남북관계 복원의 발걸음도 빨라지게 됐다.

북한이 일련의 남북관계 단절 조치를 취하면서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못한 남측 당국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지만, 보다 본질적인 불만의 근원은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은 남측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에 기대를 걸고 하노이 담판을 벌였지만 ‘노딜’로 끝나자 미국을 설득하지 못한 남측의 역할에 강한 불만을 품고 민족의 이익을 앞세운 당사자가 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은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9·19 남북군사합의서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남측 일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계속되자 이를 막지 못한 남측당국에 강한 불만을 품고 모든 통신 연락채널 폐기와 함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부부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대남관계를 대적관계로 전환한 것은 화해협력과 공존공영을 합의한 6·15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선대수령의 유훈과도 맞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강경조치를 취한 것은 수령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을 가장 중대한 범죄로 보는 수령체제의 속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역할분담 차원에서 대남부서를 총괄하는 김여정 부부장이 ‘악역’을 맡아 강경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선대 수령의 유훈에 어긋나는 ‘무리수’를 썼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선한 역할’을 맡아 남북관계복원의 전면에 나섰다.

4·27 판문점선언 3주년을 즈음해 남북정상들이 여러 차례 친서교환을 통한 소통으로 연락채널을 복구함으로써 남북관계 복원의 첫발걸음을 내디뎠다. 남과 북의 정상들이 통신연락선 복구에 합의한 것은 2018년에 이룬 합의를 이행하여 성과를 낼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남·북·미 정상들이 나서 이뤄놓은 ‘한반도의 봄’을 ‘가을의 결실’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단절상태로 끝난다면 3국 정상 모두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이미 임기가 끝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은 역사가 됐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시대 합의를 계승하기로 했다. 임기가 끝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중의 업적으로 평가를 받게 되겠지만, 계속 집권할 김정은 위원장은 합의가 사문화될 경우 리더십의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는 한반도의 봄을 김정은 위원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령이 나서 대외관계를 풀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려는 공약을 실현하지 못하면 인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리더십의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북한이 남북연락채널을 복구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을 모색하는 배경은 ▲지난 5월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공동성명에 기초해 새로운 대북접근을 시도하기로 한 것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6월에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전략적 지위와 능동적 역할”, “조선반도정세의 안정적 관리”, “유리한 외부적 환경의 주동적 마련” 등을 언급한 것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 코로나19 팬데믹과 셀프 봉쇄, 자연재해 등에 따른 북한의 경제위기 심화 등 최근의 정세흐름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통신연락선을 연결하고 남북관계 복원을 추진하는 것은 기존 남북합의와 북미합의에 기초해 ‘능동적’으로 대외관계를 풀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합의를 존중하고 ‘조정된 실용적 접근’을 추진하겠다고 함으로써 북한이 우선 남북대화의 창구를 복원하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철회에 대한 의지를 실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셀프봉쇄 등으로 경제위기가 매우 심각해지고 있어 북한당국은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시험을 자제하면서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전략경쟁 본격화, 코로나19 팬데믹 지속, 내부 심각한 경제사정 등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이 내부단속과 자력갱생으로 난관을 돌파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인도적 지원과 제재해제를 위해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세를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1일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서 밝힌 것처럼 ‘반전의 시기’에 헤쳐 나가야 할 복병은 이달에 예정된 한미연합군사연습의 진행 여부다. 북한은 3년 전, ‘한반도의 봄’을 재연하려면 ‘민족자주의 원칙’에서 예정된 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8년 3월에 예정됐던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올림픽휴전 개념을 도입해 중단함으로써 한반도의 봄이 올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6·12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 채택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과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구두 합의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합의 준수를 확약함으로써 북한도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쌍중단’ 차원에서 미국이 약속한 한미연합군사연습의 완전중단을 요구하면서 대북 적대시정책의 ‘집중적 표현인 제재’를 해제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김여정 담화를 통해서 예정된 한미군사연습을 남북정상의 신뢰회복 의지와 연결시켜 ‘희망과 절망의 선택’으로 규정하고 중단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통신선 복구 이전에 우리 정부는 통상적인 군사연습,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지휘소 훈련의 필요성 등을 내세우고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여 한미군사연습의 규모를 축소해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한반도 봄날의 재현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한미군사연습 중단을 요구함으로써 한미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 한반도 평화-비핵 교환 협상 재개 가능성, 코로나19 팬데믹 지속, 도쿄올림픽, 전작권 전환, 대선국면 등을 고려해서 한미가 협의하여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봄을 열 때 김정은 위원장이 예정된 한미군사연습을 진행해도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규모 병력동원이 없는 이번 군사연습에 대해 북한이 반발하는 것은 한국정부의 민족자주 원칙 견지 의지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철회와 관련한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북한이 통상적인 군사연습의 진행 여부를 희망과 절망의 선택, 대화와 대결의 양자택일로 규정하고 압박할 경우 타협의 여지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남북관계를 복원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의 정권교체가 일어날 경우 기존합의 이행을 장담할 수 없다. 임기 막바지에 이른 문재인 정부와 관계를 복원해야 북미협상도 시너지가 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생활문제 해결을 위해 전략적 지위와 위상, 영향력을 활용해서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대외관계를 풀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반전의 시기를 만들려면 한미의 선택 못지않게 북한의 선택도 중요하다.

* 이 글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로 통일연구원의 공식적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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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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