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진 건국대학교 교수 |
‘굿 샷 ~’, ‘나이스 샷 ~’ 골프를 해본 사람 아니, 아는 사람이라면 이 소리가 골프장에서 가장 자주 외치는 말이자 골퍼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임을 잘 알 것이다. 최근 TV와 온라인 동영상 채널 등에서 골프 관련 프로그램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일반 대중들의 골프에 대한 관심과 직·간접적 경험을 증대시키고 있다. 특히 골프 관련 각종 미디어 프로그램의 증가는 골프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파(par)’, ‘버디(birdie)’와 같은 골프용어와 골프규칙을 자연스럽게 알게 함으로써 골프에 관한 흥미를 높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골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촉발된 시점은 단연 1998년 LPGA US오픈에서 박세리 선수가 ‘맨발의 기적’으로 불리는 투혼을 보여주며 우승한 때다. 그 이유는 당시 박세리 선수의 우승이 상업적 가치를 넘어 IMF 외환위기로 암울한 국민에게 국난극복의 의지를 북돋운 희망의 샷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이후 ‘박세리 키즈’로 불리는 차세대 선수들의 등장으로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골프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이러한 프로골프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은 골프유행은 골프장 건설 증가로 이어지면서 골프 산업은 호황기를 맞이하였지만, 이후 골프장 회원권 가치 하락과 입회금 반환 소송 그리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다시 침체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중골프장의 확대와 스크린골프, 실내·외 골프연습장의 증가 등으로 골프 참여인구는 꾸준히 증가하였고, 골프장 간 고객 유치 경쟁은 골퍼들에게는 비교적 저렴한 라운딩 기회를 선사하였다.
최근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방역수칙이 강화되면서 골프 산업의 상황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소수의 인원이 넓은 야외에서 활동하는 골프 종목의 특성과 해외 골프 여행 단절의 장기화로 인한 국내 수요 증대 특히, 20·30대를 칭하는 MZ세대와 여성이 주축이 된 이른바 ‘골린이’(골프와 어린이를 조합한 용어로 골프 초보자 혹은 입문자를 일컫는 신조어) 증가 등에 힘입어 공급자인 골프업계는 유례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이러한 상황이 사그라질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시대의 골프 산업 변동 현황, 새로운 문화 코드로서 MZ세대의 골프 입문과 파급효과 그리고 코로나19 이후의 골프 대중화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불황 속 골프 산업의 호황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 상태에 놓이면서 지구촌 전 분야에 걸쳐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고, 비대면 수업과 회의가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비대면을 뜻하는 신조어 ‘언택트(untact, 비접촉)’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어느 시대든 위기와 기회는 함께 공존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듯이 코로나19 대유행은 스포츠경기를 중단시켰고, 지구촌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마저 순연시켜 버렸다. 게다가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면서 급기야 마네킹 응원 등 기발한 아이디어도 창안케 하였다. 이처럼 코로나19 대유행은 전문체육에서 생활체육에 이르기까지 늘 외치던 ‘화이팅’을 못하게 만든 것처럼 낯선 환경에 우리를 적응하도록 변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멈춤, 차단, 봉쇄를 통해 세계를 불황의 늪에 빠트리고 있는데, 피트니스 클럽을 대표로 하는 실내 스포츠시설업은 바이러스 확산 위험도가 높은 시설로 지정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호황을 맞는 분야가 있는데 방역, 안전, 백신, 비대면 등과 관련된 산업이 그 예이다. 이러한 산업은 특수를 누리고 있으며, 스포츠분야에서는 골프가 대표적인 호황기를 맞고 있는 종목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발표한 최근 3년간 골프장 이용객 증가율을 보면, 2018년 3793만에서 2019년 처음으로 4000만 명을 돌파했고, 2020년에는 4673만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의 상승세라면 올해는 5000만 명 시대에 이를 전망이다(매일경제, 2021.08.06.). 이러한 성장세는 골프용품 수입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관세청(2021.11.24.)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골프용품 수입액이 6억 1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수입액을 경신하였다고 한다. 수입액이 많은 품목은 골프채(3억 8900만 달러)로 전체 비중의 64.7%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골프채 부품(8700만 달러), 골프공(8400만 달러), 골프장갑(2300만 달러) 순이었다. 한편, 수입 대비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골프용품의 수출도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까지 골프용품 수출액은 9000만 달러로 2020년(6700만 달러) 대비 34.3% 증가하였는데, 특히 골프 시뮬레이터 등의 기타 용품 수출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수출액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골프용품은 수입액이 급격히 증가한 반면에 기타 구기용품은 활동 제약의 영향으로 인해 수입액이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골프용품 수입액 증가 추이는 국내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 골프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