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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의 영원한 맞수 이상범 VS 변관식

[변종필의 미술 대 미술] 미점(米點)산수화 VS 적묵(積墨)산수화

2015.05.29 변종필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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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미술관의 기획전시로 열린 ‘광복70주년 한국근현대미술특별전’에는 한국 전통미술을 계승한 화가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 중 청전(靑田) 이상범(1897~1972)과 소정(小亭) 변관식(1899~1976)은 동양화에서 영원한 맞수로 불리는 화가들이다. 두 사람은 근대화라는 물결 속에서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공통점을 지니면서도 추구한 화풍과 화가로서 성공과정은 사뭇 대조적이다.

두 화가는 당대 화단의 양대산맥이었던 조석진, 안중식과 각각 인연을 맺으며 화가로 출발했다. 이상범은 18세에 안중식의 애제자가 되어 청전(靑田, 청년 심전(心田)이란 뜻)이라는 호를 받을 만큼 스승에게 재능을 인정받았다.

반면, 변관식은 외할아버지가 조석진이라는 막강 배경을 지녔으면서도 정작 조석진이 화가의 길을 반대하는 바람에 뜻밖에 어려움을 겪었다.(조석진은 고집을 꺾지 않은 변관식을 보고 이후에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이상범과 변관식은 1922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함께 입선하며 똑같이 화가로서 인정받는 듯 했지만, 대중적 인지도에서는 이상범이 앞섰다. 이상범은 1925년부터 신문에 소설 삽화를 그리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거치며 각종 삽화와 도안 등을 담당하면서 대중과의 친밀도를 높였다.

반면, 변관식은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1929년에 국내로 돌아왔지만, 자신의 화풍에 비판적이었던 조선미전에 불참하는 등 화단과 거리를 두었고, 대중과의 소통도 자연히 멀어졌다.

이상범-귀로,1963, 종이에 수묵담채, 32×130cm, 용인 호암미술관
이상범-귀로,1963, 종이에 수묵담채, 32×130cm, 용인 호암미술관

이상범의 화풍은 미점법(米點法), 수평적 구도, 농묵과 담묵의 효과적 사용, 짧고 빠른 운필(運筆) 등이 특징이다. 특히 미점법(米點法)은 이상범 산수화를 대변하는 기법으로 쌀 모양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이 기법은 붓을 옆으로 눕혀 종이표면에 살짝 대듯이 표현하는 것으로 보기보다 오랜 숙련이 필요하다. 이상범은 실제의 풍경을 재현하는 실경산수화보다는 많은 습작을 통한 이상적 구도를 창출하는 형식에 비중을 두었다.

1950년대 이후 뚜렷한 자기세계를 확립하며 외형적 형세의 강함보다 나지막하고 평범한 야산이 주는 편안함을 좋아했다. 1960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출품했던 <유경>, 1963년의 <귀로>, 1966년의 <산고수장>에서 볼 수 있듯이 낮은 언덕, 실개천, 소와 농부, 쓸쓸한 가을 분위기 등 향토성이 짙은 화풍을 전개했다.

욕심 없는 촌부의 소박한 삶이 황량한 분위기나 스산한 정취와 어울려 친근하고 정겨움을 주는 화풍을 구사했다. 가을과 겨울의 풍경을 즐겨 그렸던 1950년대와 달리 1960년 이후에는 여름의 경치를 즐겨 그리며, 뚜렷한 자기 필치로 한국의 계절을 담아냈다. 

 

변관식-내금강진주담,1960, 종이에 수묵담채, 264×121cm, 삼성미술관 리움
변관식-내금강진주담,1960, 종이에 수묵담채, 264×121cm, 삼성미술관 리움

변관식은 이상범과 다르게 고산준봉(高山峻峰)의 장대한 자연을 다루며 과감한 구도와 힘찬 운필의 운용을 즐겨했다. 특히 금강산을 여행하면서 직접 사생하며 많은 스케치를 남기는 등 정선 이후 명멸해진 실경산수화의 맥을 이었다.

1960년 작품인 <내금강 진주담>을 보면 금강산에 각별한 애정을 쏟은 화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감지된다. 변관식의 작품은 소정양식이라 할 수 있는 적묵법(積墨法)과 파선법(破線法)이 특징이다.

적묵법은 말 그대로 먹을 쌓아서 중첩시킨 기법이고, 파선법은 선을 깨뜨리는 기법이다. 중첩된 선이 많음에도 맑고 투명함을 잃지 않은 것이 변관식 산수의 매력이다. 여기에 산의 배후를 들여다보는 듯한 공간의 깊이감에 초점을 둔 심원법은 변관식의 산수에서만 음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깊은 맛이다.

이상범과 변관식의 화풍은 그림 속의 인물표현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상범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언제나 소박하고, 정겨운 촌부의 모습이다. 소와 함께 둔덕길을 이동하거나 홀로 귀가하는 모습이 주를 이룬다.

반면, 변관식은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꾸부정한 할아버지들이 지팡이를 짚고 시간에 쫓기는 듯 휘적휘적 올라가는 모습을 그렸다. 인물들의 움직임을 일필과 속필로 그려 표현이 힘 있고, 선이 명료하다. 팔과 다리가 동시에 앞으로 나가는 우스꽝스러운 걸음걸이는 변관식 그림의 해학미라 할만하다.  

이상범과 변관식의 인물과 집표현 비교
이상범과 변관식의 인물과 집 표현 비교. 위 그림은 이상범의 ‘산고수장’이며, 아래 그림은 변관식의 작품이다.

이상범과 변관식의 독자적 화풍은 나무나 집과 같은 소재표현에서도 드러난다. 이상범은 잎이 떨어진 나무를 까칠하게 혹은 무성하게 이룬 수림형식으로 그리는 것을 즐겼고, 집을 그릴 때는 중경에 초가집과 나무와 인물을 동시에 배치하는 구성을 좋아했다.

변관식은 소나무를 홀로 표현하거나 무리를 이루는 송림(松林)으로 표현하는 것을 선호했으며, 집을 그릴 때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촌가를 산기슭이나 야산에서 버섯이 돋아난 것처럼 표현했다. 특히 복합시점을 통해 평면적 느낌에서 오는 지루함을 없애고, 자연 순화 속에서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도하는 것을 중시했다.

작품구도 면에서 변관식의 산수경관은 자연의 일부를 그렸지만, 마치 자연전체를 대하는 듯한 느낌(예: 산위에서 내려다보는 자연)이 들 정도로 풍부한 시각과 넓은 시감을 지녔고, 이상범은 중심에서 좌우로 뻗어나갈수록 화폭에 스며들 듯 여백을 처리하며 경치의 장대함을 담아냈다.

특히 이상범은 그림의 유형에서 세로형보다 기다란 가로형 그림을 많이 그려 야산이 수평으로 넓게 펼쳐진 느낌을 만끽하게 했는데 여기에는 그림이 걸릴 공간까지 고려한 이상범만의 의도가 깔려있다.

이상범-산고수장(山高水長),1966년, 종이에 수묵담채, 56.5×128cm, 개인 소장
이상범-산고수장(山高水長),1966년, 종이에 수묵담채, 56.5×128cm, 개인 소장

살펴 본대로 이상범과 변관식의 화풍은 상이하지만, 궁극에 한국인의 감성과 정서를 대변했다는 점에서는 서로 닮았다.

이상범이 고즈넉하고 평안한 분위기를 보는 이의 마음속에 잔잔하게 스며들게 했다면, 변관식은 솟구치듯 뿜어져 나오는 자연의 기운을 화폭에 온전히 담아 전달되도록 했다. 급변하는 현대미술의 파동에 밀려 전통화풍이 대중적 인기를 잃었지만, 두 화가가 그림에 담고자 한 화의(畵意)만큼은 한국미술의 전통을 계승한 화가들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변종필

◆ 변종필 미술평론가

문학박사로 2008년 미술평론가협회 미술평론공모에 당선,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에 당선됐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객원교수, 박물관·미술관국고사업평가위원(2008~2014.2)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원 겸 편집위원, ANCI연구소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학출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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