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진 피부와 흰 머리 투성이 노인이 머리카락을 화려하게 꾸미고 리본과 깃털로 장식하고 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는 노파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젊음이 사라진 노파의 모습은 몸치장을 도와주고 있는 젊은 하인의 탄력적인 피부와 대조되어 보인다. 거울에 비친 장미는 싱그럽고 아름답다. 그러나 꽃을 쥔 오른손은 주름으로 가득하다.
노파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만족한 듯 엷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베르나르도 스트로치의 <거울 앞의 늙은 여인-바니타스> 그림이 주는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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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도 스트로치 <거울 앞의 늙은 여인-바니타스>1615, Oil on canvas, 132 x 108 cm |
비너스를 그리거나 젊은 미인을 모델로 표현한 경우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여성의 젊음은 미와 순결의 상징이었다.
늙고 추한 여자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보다 상대적으로 기피 대상이자 혐오의 대상이었다. 나이든 여성은 성애의 대상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취급했다.
그런데 늙고 추한 여자의 그림이 많이 제작된 시기가 있었다. 중세 시대부터 바로크 시대까지 뜻밖에도 기피의 대상이었던 나이든 여성이 많이 그려졌다.
중세시대에 나이든 여성은 미와 순결의 상징인 젊은 여성의 찬사와 대비되는 측면에서 육체적 쇠락의 상징으로 그려졌고, 르네상스 시기에는 미적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모델들에 관한 반어적인 찬사를 내재한 풍자문학의 주제로 부각했다.
이것이 바로크시대에 오면서 여성의 결함을 매력의 한 요소로 보는 긍정적인 재평가로 바뀌게 된다. 이렇듯 늙은 여인에 대한 평가는 독설과 풍자, 긍정적 시선으로 이어졌다.
이 가운데 르네상스 시대에 활동했던 조르조네(Giorgione, 1477~1510)와 쿠엔틴 마시스(Quentin Massys, 1464-1530)가 각각 늙은 여인을 주제로 한 그린 그림은 미술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특별한 그림으로 꼽힌다.
조르조네가 그린 <늙은 여인>은 그의 작품세계에서 극히 희귀한 초상화로 꼽힌다.
<늙은 여인>은 미술사에서 비너스를 주제로 한 누드화의 원전이자 근원으로 여기는 조르조네의 걸작 <잠자는 비너스>와 극히 대비되는 주제라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둘만 하다.
<늙은 여인>은 그림의 보존성에 문제가 있었지만, 여성의 반쪽 모습을 탁월한 묘사력과 강한 명암대비, 무엇보다 보는 이의 시선을 응시하는 표정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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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조르조네, <늙은 노파> 1508. Oil on canvas, 68x59cm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 / 오른쪽: 쿠엔틴 마시스 <추한 공작부인> 1525-30, Oil on wood, 64x46cm, 런던내셔널 갤러리 |
당대 최고의 화가가 왜 이렇게 보잘것없어 보이는 늙은 여인을 그렸을까? 특별한 인물이었을까?
여인(모델)에 관한 정보가 없는 가운데 그림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단서는 손에 들려진 ‘시간의 흐름과 함께(COL TEMPO)'라고 쓴 종이뿐이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젊음(아름다움)이 사라졌다는 의미인가? 어쩌면 노파 역시 한때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이었을지 모른다. 뭇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만큼 매력 만점인 여성으로 사랑을 독차지 했을지도.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어느 순간 젊음은 사라지고 자신에게 남은 것은 늙고 볼품없는 외모뿐이다. 노년기 눈꺼풀, 치아 없는 입, 처진 가슴 등이 그것을 말해준다. 이제는 여성으로서 내세울 것은 없어 보인다.
초라한 차림에서 생활의 빈궁함도 보인다. 그래서 기본적인 꾸밈조차 귀찮고 그저 지나간 세월만 야속하게 생각하는 눈빛이다.
반면, 쿠엔틴 마시스의 그린 그림 속 여인은 늙음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보인다. 외모는 늙었지만, 여자로서 자신을 치장하고 가꾸는 것을 아직 포기하지 않은 듯 온갖 멋을 부렸다. 조르조네의 그림 속 여인과는 반대이다.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 있는 쿠엔틴 마시스 <그로테스크한 여인>은 나이든 여인을 주제로 한 장르에서 가장 놀라운 작품으로 꼽힌다.(삽화작가였던 존 테니엘이 나중에 이 그림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위한 삽화에 사용한 뒤부터 제목이 추한 ‘공작부인 The Ugly Duchess’으로도 불린다)
거대한 귀, 주름, 원숭이 같은 얼굴이 거대한 뿔처럼 솟아오른 특이한 머리 장식 때문에 더욱 강조되었다. 실존 인물을 모델로 그렸다고 하기에는 지나칠 만큼 못생겼다.(실제 이 그림은 마시스의 친구였던 에라스무스가 늙음을 병이라 여기며 노파를 비하하고 험담했던 ‘우신예찬(1511)’에 등장하는 ‘미치광이 노파’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정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처진 가슴골을 노출한 커트 드레스와 값비싸 보이는 보석, 오른손에 붉은 장미꽃봉우리를 들고 누군가의 시선을 끌고자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움을 너머 안쓰럽기까지 하다.
당시 이 그림은 놀림과 비웃을 받으면서도 모방 작품이 나올 만큼 인기가 있었다. 현실의 인물은 아니지만, 노파의 지나친 허영심과 수치스러움을 모르는 형색을 풍자하는 그림은 르네상스 미술의 중요한 하나의 주제로 다루어졌다.
노파에 관한 인식만 놓고 보면 중세의 어둠을 떨쳐내고 인간성의 회복을 지향했던 르네상스 정신과는 맞지 않는다. 늙는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욕망은 나이를 초월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다.
‘젊음은 아름답고, 늙음은 추하다’는 것이 모순인 줄 알면서도 인간은 오랜 시간 젊음을 되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현대사회에 성형수술로 아름다움을 갖겠다는 욕망도 같은 맥락이다. 유행을 넘어 보편적 현상으로까지 자리잡아가는 성형수술은 고대의 ‘젊음을 되찾는 샘’에 몸을 담가 다시 젊어지고 싶은 남녀의 공통적인 꿈을 의학적으로 실현한 셈이다.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무조건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인간의 근본 욕구이기 때문이다.
미술의 근본이자 미의 표본을 제시한 그리스 시대에도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과 찬사는 컸다. ‘아름다운 것은 선하다’ 라고 할 정도 미(美)에 관한 찬사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결정적 차이는 ‘선(善)’이라는 단어에 있다. 예술의 진실은 완벽한 아름다움과 그를 통한 도덕적 관념, 선에 대한 관념을 함양하는 것에 있고, 예술의 아름다움은 ‘진선미가 통합된 형태에서 실현되는 것이라는 그리스 시대의 정신은 예술만이 아닌 인간의 삶에 그대로 적용되는 진실이다.
궁극의 외형적 아름다움은 내면적 아름다움과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몸(외형)이 아닌 정신과 마음(내면)에서 느끼고 감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신적 성숙이 수반되지 않은 아름다움은 한낱 껍질에 불과하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보다 더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은 정신적 성숙, 내면적 아름다움이다.
외모를 중시했던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어떤 것에 삶의 가치를 두느냐에 있다.
로마 시대의 시인 오비디우스가 ‘여성은 화장보다는 덕성에 의해 더욱 아름다워진다’ 라고 한 말이나 셰익스피어가 ‘겉모습이란 건 가장 지독스런 허위일지도 모른다.’라고 했던 말들은 시대를 넘어 남녀노소 누구나 새겨야 할 경고이다.
참고문헌 및 추천도서 :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석 옮김 <무서운 그림>세미콜론, 2016. / 움베르코 에코 지음, 오숙은 옮김 <추의 역사> 열린책들, 2009.

◆ 변종필 미술평론가
문학박사로 2008년 미술평론가협회 미술평론공모에 당선,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에 당선됐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객원교수, 박물관·미술관국고사업평가위원(2008~2014.2)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원 겸 편집위원, ANCI연구소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학출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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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삭제 <201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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