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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람 손에 의해 만들어진 이론상 가장 완벽한 구형. 순수 유리이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05년 우주선 연구를 위해 제작한 것이다. 유리 배경 사진은 아인슈타인. 유리의 무정형 비결정성 이라는 물리화학적 특징은 유리 표면을 매끄럽게 할 뿐만 아니라 유리 공예품 등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다. (사진=미국 항공우주국) |
수정은 지구상 곳곳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탓에 보석치고는 값이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한다.
수정도 종류가 가지가지지만 대략 원석을 기준으로 파운드(약 450그램)당 거래 가격은 10달러 즉, 한화로 1만여 원 안팎이다.
값비싼 보석의 대명사인 다이아몬드 1그램(5캐럿) 가격이 최대 1만 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그러나 가격 수준이 아름다움 자체를 좌우하는 건 아니어서,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미적 측면에서 널리 사랑 받아온 광물이 수정이었다.
수정이나 다이아몬드나 공예가 혹은 명장의 손을 거치면 예술품으로 변신할 수 있다. 원재료의 가격을 제쳐놓고 작품성만으로 평가한다면 물론 수정으로 만든 공예품이 다이아몬드를 얼마든지 능가할 수도 있다.
아예 돈으로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수정 공예품 같은 것들도 있다. 문화재로 분류될 수 있는 발굴품들이 한 예이다.
수정은 한반도는 물론 신구대륙에 걸쳐 널리 분포하는 탓에 국내 고분과 유럽 중동 등지의 고대 무덤 등에서도 공예품의 형태로 종종 발굴되곤 한다.
이는 당대 장인이나 예술가들의 작품 재료로 수정이 그 만큼 사랑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정은 사실 조물주가 빚어낸 심미적 가치가 출중한 광물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자연계에서 수정은 모래에 벼락이 내리칠 때 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모래의 주성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산화규소가 엄청난 번개 에너지에 의해 수정으로 바뀌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의 손에 의해 한층 더 아름다움을 발하도록 인공적으로 변형된 수정들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원료는 자연산 수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정은 이산화규소(실리카)가 주원료인 탓에 큰 틀에서 보면 유리로 분류 할 수 있다.
사람들이 흔히 접하는 보통 유리의 경우 주원료는 수정과 100% 똑같은 이산화규소이지만 번개가 아니라 모래를 용광로나 가마에서 섭씨 2000도 안팎의 고열 처리해 만들어진다는 점이 다르다.
미국 하버드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된 유리 꽃들 중 단풍. 유리는 자연계에서 보기 드문 물과 유사한 무정형 분자구조를 갖고 있다. (사진=하버드 자연사박물관) |
한마디로 수정은 자연 유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유리는 인공 유리로 구별해 볼 수도 있다.
수정을 포함한 유리 재질의 공예품들은 예술의 한 장르를 이루는 동시에, 유리 소재는 그 나름의 생활문화와 유행을 이끌어 내왔던 물질이기도 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 가정이라면, 유리 재질의 맥주 컵이나 유리 소재의 반찬 그릇 등을 적어도 한두 점씩은 갖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근사한 유리 조형물 혹은 장식품을 소유하고 있는 집도 있을 것이며, 우승 트로피나 유리 재질의 상패를 거실 등 집안 눈에 띄는 곳에 비치해 두는 이들도 드물지 않을 것이다.
유리는 적어도 수천 년 전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이래 한번도 인류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생활용품이나 건축재료로 혹은 공예품이나 예술품 등으로 용도나 형태를 달리할 망정 그랬다.
온갖 첨단 소재들이 앞다퉈 일상 속으로 침투하는 21세기도 예외가 아니다. 집이나 사무실의 유리창부터 자동차 유리만 해도 그렇다. 유리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조차 쉽지 않다. 단적인 예로 깨어 있는 시간 현대인의 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스마트폰의 액정은 또 어떤가.
유리는 일상 생활용품의 소재로는 물론 예술작품의 원료로도 나무나 쇠, 흙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어인 일인지, 유리는 그 가치에 상응하는 대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
흙과 구리 철이 각각 토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문화의 주역이었지만, 어쩌면 인류가 유리를 청동기보다 더 앞서 이용했음에도 유리는 문화 혹은 시대의 접두어가 되지 못했다.
비길 데 없는 유리만의 물리적 장점, 미적 가치, 일상에서의 큰 비중 등에도 불구하고 유리는 저평가되고 그 존재감은 미약한 편이다.
유리가 그나마 남다른 눈길을 끄는 건 작가나 장인들의 손을 거쳐 예술작품이나 공예품으로 변신할 때가 아닐까.
‘작품’의 소재로써 유리의 탁월성을 예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물건들’이 있다. 흔히 ‘유리 꽃들’(Glass Flowers)로 통하는 ‘물품들’이 그 것이다.
보헤미아 출신의 블래쉬카 부자가 50년에 걸쳐 만든 4400여 점의 유리 꽃들 가운데 하나인 구절초. 진짜 꽃보다 더 섬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하버드 자연사박물관) |
‘유리 꽃들’을 ‘물건들’ 혹은 ‘물품들’이라는 보통 명사로 밖에 묘사할 수 없는 이유는, 이들이 평범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정 반대로, 유리 꽃들은 생활용품도, 단순한 공예품도, 나아가 예술작품이라고도 할 수 없는, 즉 단어 몇 자로 수식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존재인 까닭이다.
유리 꽃들은 말 그대로 유리로 만든 꽃(식물)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유리 꽃(식물)은 그 종류가 무려 4000개 이상이다. 진짜 꽃보다 더 꽃처럼 생겼고, 진짜 꽃보다 더 색깔이 생동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거의 상시 전시되고 있으니, 전시품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원래는 실물 꽃 표본을 대신하는 일종의 학술용품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예술성은 웬만한 예술작품을 뛰어 넘고, 그 섬세함은 세계 최고 수준 장인의 손길이 아니면 흉내내기 조차 쉽지 않다.
유리 꽃들은 미국 하버드 대학의 자연사박물관(HMNH, http://hmnh.harvard.edu/glass-flowers)에 소장돼 있다.
1887년에서 1936년까지 무려 반세기에 걸쳐 만들어졌다. 두 사람, 즉 보헤미아 출신의 독일인 부자지간인 레오폴드 블래쉬카(Leopold Balschka)와 루돌프 블래쉬카(Rudolf Blaschka)가 완성했다.
하버드 대학 식물표본실을 담당하던 미국인 교수가 독일로 까지 날아가 아버지 블래쉬카에게 간청한 끝에 탄생되기 시작해 50년이란 긴 세월 동안 만들어지는 족족 미국으로 건너가게 됐다.
끝이 살짝 구부러진 선인장의 가시 하나하나까지, 갖은 열매들의 생생한 색깔까지 4400여 개의 유리 꽃들은 하나 같이 탄성을 자아낸다.
블래쉬카 부자의 장인 정신과 예술혼을 뛰어 넘어 인류의 위대함에 대한 경외감까지 불러 일으키고 남을 정도이다.
작품들을 둘러보다 보면, 블래쉬카 부자의 손을 거칠 경우 이 세상에 재현되지 않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지도 모르겠다.
조물주는 천연 유리인 수정을 만들어냈고, 인간은 어쩌면 수정에서 영감을 받아 인공 유리로 예술작품을 뛰어 넘는 그 무엇들을 만들어 내왔는지도 모른다.
정보 저장매체인 CD와 DVD, 매일 대하는 집이나 사무실의 유리창, 자동차 유리창 등 생활의 한 축을 떠받치고 있는 광물질이자 공예품과 예술작품 등의 소재로까지 유리의 ‘다재다능’은 그 독특한 물성에 비롯된다.
유리는 고체지만 마치 액체와 유사한 특성이 있다. 원자 수준의 세부 배열 구조가 무정형, 비결정질인 것이다. 좀 단순하게 쉽게 말하면, 결도 결정도 없다. 고체이긴 한데 원자들의 배열만 보면 물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미세 구조든 아니면 외형이든 지구상의 물질들은 그 나름의 결이나 결정구조를 가진 예가 많다.
나무도 결이 있으며, 동물들의 근육도 말하자면 일종의 방향성이 있다. 많은 화학물질들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유리는 겉으로는 고체지만 속살은 정해진 형태를 한 것도 아니고 더구나 결정을 이루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물이 그릇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며 담기듯, 고체이긴 하지만 유리는 녹일 경우 아주 다양한 가공이 가능하다.
예를 들자면 끝이 없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구형물체 또한 유리로 만들어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선 실험을 위해서 만든 것이 그 같은 예로, 이 구형 유리의 중심에서 표면까지의 지름은 원자 두세 개 수준 정도로 사실상 길이 차이가 없다시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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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꽃들 중 선인장. 유리는 고체지만 이론상 액체처럼 흘러내릴 수 있는 분자구조를 하고 있는데, 그 흘러내림이 관찰되려면 천문학적인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계산도 있다. (사진=위키피디어) |
유리의 무정형, 비결정성 성질 때문에 이런 완벽한 구형물체가 탄생할 수 있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또 일상에서 “유리처럼 표면이 매끄럽다”는 말도 흔히 하는데 이 또한 유리의 무정형 비결정성 덕분이다.
격자나 결을 가지고 있다면 미시적 차원에서 표면이 매끄럽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뭇잎에 매달려 있는 물방울의 표면은 얼마나 매끄러운가. 유리 표면이 매끌매끌한 것도 같은 이치로 설명할 수 있다.
유리 꽃들의 완성은 블래쉬카 부자의 집념과 솜씨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소재가 무정형 비결정성의 유리가 아닌 나무나 흙 쇠 같은 다른 물질이었다면 그토록 정교한 작품은 애초에 탄생할 수 없었다.
유리는 이와 함께 갖은 색을 넣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유럽 중세시대 스테인드 글래스 등이 널리 확산될 수 있었던 것도 색 넣기가 비교적 수월한 유리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모양이든 만들 수 있고, 갖은 색까지 다 받아들이는 소재이니, 유리로는 표현 못할 아름다움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예술작품 소재로 쇠나 흙 혹은 나무가 도저히 따라오기 힘든 대목이다. 물론 일상용품 재료로써도 예외가 아니다.
맑고 투명한 상징으로 종종 회자되는 유리, 그 유리의 진면목을 알고 예술작품이나 생활용품 등을 대한다면 매일 대하는 유리의 존재가 뭔가 조금은 달라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 김창엽 자유기고가
중앙일보에서 과학기자로, 미주 중앙일보에서 문화부장 등으로 일했다. 국내 기자로는 최초로 1995~1996년 미국 MIT의 ‘나이트 사이언스 펠로우’로 선발됐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문화, 체육, 사회 등 제반 분야를 과학이라는 눈으로 바라보길 즐긴다.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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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삭제 <2011. 6. 30.>
6. 삭제 <201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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