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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죽음을 애도하는 말라 스트라나의 종소리

[정태남의 클래식 여행] 체코/프라하(Praha)

2016.12.19 정태남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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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타바 강은 프라하 시내를 관통하며 독일 쪽으로 흘러간다. 이 강의 서쪽 언덕 위에는 프라하 성과 성 비투스 성당이 프라하 시가지를 엄습하듯 내려다보고 있다. 블타바 강에 놓여진 카렐 다리는 강의 동쪽지역에서 바로 이 프라하 성으로 향하는 길목이다.

이 다리를 건너가는데 거리의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밝은 선율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모차르트는 프라하를 사랑했고 프라하는 모차르트를 사랑했다고 하는데 그가 프라하에 체류하던 중 이 곳을 지날 때 마다 머리에 어떤 악상이 떠올랐을지 궁금해진다. 

프라하 성에서 내려다 본 말라 스트라나 지역.
프라하 성에서 내려다 본 말라 스트라나 지역.

카렐 다리를 지나 옛 왕들이 지났던 길을 따라가 본다. 그런데 블타바 강의 동쪽 시가지와는 뭔가 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곳은 수백 년 동안 내려온 고유의 분위기 간직하고 있는 아기자기하면서도 품위있는 프라하 토박이 지역이라고나 할까.

이 지역의 이름은 말라 스트라나(Malá Strana). 문자 그대로 번역한다면 ‘작은 지역’이란 뜻이 되는데 이런 형용사가 붙은 이유는 프라하 성 아래에 펼쳐진 평지의 면적이 블타바 강 건너편 구시가지 지역과 신시가지 지역에 비하면 협소하기 때문이었다. 

이 지역은 16세기에 들어 두 번 대화재로 초토화됐다. 그러자 귀족들은 황제가 거주하는 프라하 성 가까이에 자리 잡고 싶어서 이 지역 재건 사업을 주도하게 된다. 당시 건축은 바로크 양식이 대세였기 때문에 품위있는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과 성당들이 들어서면서 건축과 예술에 관련된 이탈리아계 주민들의 숫자도 늘어났다.

카렐 다리를 지나 프라하 성으로 향하는 길. 성 미쿨라슈 성당이 시야의 초점을 이룬다.
카렐 다리를 지나 프라하 성으로 향하는 길. 성 미쿨라슈 성당이 시야의 초점을 이룬다.

사실 이 지역에는 당시에 세운 귀족 저택들이 밀집해 있는데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발렌슈타인 궁과 정원은 이탈리아 건축가들이 설계한 것으로 현재 체코 상원의사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다른 귀족들의 건물이나 수도원 중 다수는 현재 프라하 주재 외국 대사관이나 고급 호텔로 사용되고 있다.

말라 스트라나의 좁은 길을 걷다가 체코 국기와 유럽연합기가 나란히 세워진 수수한 건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이 건물 입구에는 어떠한 간판도 보이지 않고 단지 입구 아치문의 상부에 마치 암호처럼 음표만 달랑 하나 새겨져 있을 뿐이다.

음악가와 음악 애호가들을 위한 아리아 호텔. 간판은 없고 아치문 위에 음표만 보인다.
음악가와 음악 애호가들을 위한 아리아 호텔. 간판은 없고 아치문 위에 음표만 보인다.

이 곳은 아리아 호텔(Aria Hotel)이라고 하는 5성급 부티크 호텔인데 특이하게도 음악가와 음악 애호가들을 위한 호텔이다.

그래서인지 이 호텔의 객실은 모두 모차르트, 스메타나, 비제 등 유명 음악가들의 이름이 붙어져 있다.

또 이 호텔의 중정은 르네상스식의 스그라피티 기법으로 장식돼 있는데 처마 아래에는 일렬로 그려진 음악가들의 초상화가 눈길을 끈다.

이 호텔의 옥상에 올라서니 지붕선 너머로 성 미쿨라슈(독일식은 니콜라스) 성당의 푸른색의 우아한 쿠폴라(돔)와 종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때 마침 무슨 특별 미사가 있는지는 몰라도 종탑으로부터 목소리를 잔뜩 낮춘 듯한 종소리가 울려 나오기 시작하더니 말라 스트라나 지역 구석구석에 스며들 듯 퍼져나간다.

한편, 프라하에서 성 비투스 성당이 고딕양식의 건축을 대표한다면, 성 미쿨라슈 성당은 바로크 양식의 건축을 대표하는데, 독일 출신의 딘첸호퍼(Dienzenhofer)라는 건축가 가문이 3대에 걸쳐 완성한 것으로 1703년 착공 후 1756년에 종탑이 세워짐으로써 지금의 모습으로 굳어졌다. 

그러고 보니 이 성당은 모차르트와도 관련이 깊다. 모차르트는 공교롭게도 이 성당의 종탑이 세워진 해에 태어났고 그가 프라하에 체류할 때는 이 곳에서 오르간을 연주하기도 했다. 물론 이 성당과 모차르트의 관계는 그 뿐만 아니다.

모차르트의 추모미사가 열렸던 성 미쿨라슈 성당.
모차르트의 추모미사가 열렸던 성 미쿨라슈 성당.

모차르트는 빈보다 프라하에서 더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

사실 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이 곳에서 크게 각광 받았고 <프라하 교향곡>은 그가 이 곳에 체류할 때 작곡했다.

1787년10월 29일 프라하에서 초연한 오페라 <돈 조반니>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모차르트가 다시 이 곳에서 새로운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 것은 1791년.

그는 그해 9월 6일에 있을 보헤미아의 왕위에 오른 레오폴트 2세의 대관식을 위해 새로운 오페라를 위임받고는 로마제국의 티투스 황제를 주제로 하는 <티토의 자비>를 작곡하고는 이 곳에서 초연했던 것이다.

그런데 모차르트는 이 오페라를 선보인지 불과 3달만인 12월 5일에 빈에서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프라하 극장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주축이 되어 12월 14일에 이 성 미쿨라슈 성당에서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미사를 올렸다.

이 때 프라하 시민 4000명이 몰려들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고 하니 프라하는 그를 끝까지 사랑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추모 미사 때도 바로 이 성당의 종소리는 말라 스트라나 구석구석에 울려 퍼졌으리라.

정태남

◆ 정태남 건축사

이탈리아 건축사이며 범건축(BAUM architects)의 파트너이다.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 미술, 언어, 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로마역사의 길을 걷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이탈리아 도시기행>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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