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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파리 패션쇼에서 여성모델이 원피스 복장으로 런웨이를 걷고 있다. 파리 패션쇼는 런던, 밀라노, 뉴욕과 함께 세계 4대 패션쇼로 춘하, 추동 각각 2년마다 열린다. (사진=위키피디어닷컴) |
여행의 출발 혹은 종점이 되는 공항 활주로(runway).
누군가에는 짜릿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적잖은 사람들에게 그 느낌은 아찔한 것일 수도 있다.
착륙을 위한 것이든, 혹은 이륙의 예비단계이든 활주로는 질주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비행과 질주는 연속동작이긴 하지만 확연히 구분된다. 짜릿함이나 아찔함은 그러한 구분의 경계를 넘나들 때 생겨난다.
활주로는 비행장에만 있지 않다. 패션쇼가 펼쳐지는 주 공간도 활주로이다. 패션쇼의 런웨이와 공항 활주로는 영어 단어로만 똑 같은 게 아니다. 공간의 속성 또한 서로 사뭇 닮았다.
패션쇼를 육안으로 구경하지 않는다 해도, 옷과 하나가 된 모델의 동작, 또 때론 패션쇼의 몽환적 분위기는 관객에게 아찔하거나 짜릿하게 다가올 수 있겠다.
공항 활주로가 여행의 시작이라면, 패션쇼 활주로는 유행의 신호탄과도 비슷하다. 패션쇼에서 트기 시작한 새로운 유행의 싹은 종래의 유행이 머지않아 물러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앉음으로써 여행이 일단락 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석 달여 전인 지난 10월 초 막을 내린 ‘파리 패션 위크’에서 단연 관객들의 눈길을 붙잡은 건 ‘런웨이 셋팅’이었다.
파리 패션쇼는 런던, 밀라노, 뉴욕과 함께 세계 패션쇼의 이른바 ‘빅4’ 이다. 메이저 중의 메이저인 이번 파리 패션쇼의 한 활주로는 문자 그대로 진짜 공항 활주로를 흉내 낸 것이었다.
모델들의 워킹이 이뤄지는 길다란 동선의 공간뿐만이 아니라 관중석까지도 공항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꾸며졌다. 탑승할 비행기를 기다리는 공항 웨이팅 룸처럼 실내의 관람석을 셋팅한 것이었다.
패션쇼 런웨이를 공항의 대합실과 활주로처럼 꾸민 패션쇼가 이제야 시도됐다는 건 늦은 감마저 있다.
세계 유명패션쇼 런웨이 설치는 이 분야만을 주로 디자인하는 업체들이 맡는다. 설치 업체 쪽이 무대 셋업에는 정통하지만 패션쇼의 속성을 제대로 꿰뚫어 보지 못한 탓일 수도 있고, 반대로 패션쇼 주최측이 공항 활주로가 내포하는 의미를 일찍이 포착하지 못한 까닭일 수도 있겠다.
패션은 크게 보면 하나의 유행을 일컫는 단어이다. 하지만 보통은 주로 ‘유행 의류나 복장’ 혹은 ‘의류나 복식의 유행 현상’ 그 자체를 가리키는 의미로 통용된다.
그래서 예를 들면, 유행하는 하나의 옷을 콕 찍는다면 패션은 형체가 있는 유형물이지만, 복식이나 복장 등의 전체적인 유행의 흐름을 의미한다면 무형의 개념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유행으로써 패션은 유형이든 무형이든 자연스레 다중들 사이에서 수렴돼 이뤄진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까닭에 패션 뒤에 과학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거나 의식하려 들지 않는다.
패션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존재 측면에서 경제학이자 동시에 심리과학의 산물이기도 하다. 등이나 허리 부분의 파임을 강조한 드레스나 파격적인 모양의 깃을 한 여성용 블라우스를 선보이는 건 두말할 나위 없이 공급자인 디자이너들이다. 반면 수요자들은 의류시장에서 각각의 호불호 등을 통해 공급자들에게 피드백을 넣는다.
세계 패션시장의 규모는 200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2017년 한국의 국가예산 약 400조원의 다섯 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이 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패션은,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종국적으로 심리과학에 의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션은 현대인들에게 하루하루 끊임없이 이뤄지는 일상적인 고민과 판단의 영역에 속한다고도 할 수 있다.
“오늘 무슨 옷을 입고 출근할까?”, “데이트에 어떤 옷을 입고 가지?”, “작업하는데 이 옷 입어도 괜찮을까?”, “면접 옷으로는 좀 튀지 않나?”… 설령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패션의 지배를 받고, 패션의 홍수 속에서 헤엄치거나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상상해도 틀리지 않은 게 요즘 세상이다.
그날그날 혹은 그때그때 선택 받는 패션은 딱 하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런 선택이 무수하게 모아져서 패션의 한 흐름이 결정된다.
헌데 이런 패션의 거대한 물줄기를 쥐고 있는 게 바로 과학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팀은 옷의 형태나 색깔, 직물의 소재를 고르는 개개인의 평균적인 눈은 놀라울 정도로 “무난”한데 꽂힌다는 사실을 최근 실험을 통해 알아냈다.
수백 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연구 조사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팀의 결론은 “패션이 일종의 이항 방정식에 의해 결정된다”는 거였다.
이항 방정식을 결정하는 두 변수는 ‘색상’과 ‘유행성’이었는데, 색상과 유행성은 다시 ‘단순성’과 ‘복잡성’에 근거해 판단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의 결론을 간단하게 풀이하면, 사람들은 옷의 색상과 형태, 상하의의 매치 혹은 어울림 등에 대해 너무 단순하지도, 그렇다고 해서 너무 복잡하지도 않은 쪽을 선호하는 결론을 대체적으로 내린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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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의 유행을 주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 업체의 2014년 런던 쇼. 인도의 전통 스타일 겉옷과 이 업체의 속옷을 조화시킨 복장을 모델이 선보이고 있다. (사진=타임스나이퍼닷컴) |
옷에 관한 한 어린아이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가릴 것 없이 각자의 선호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막상 최종적으로 고르는 옷은 꼭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이나 형태, 위 아래 옷의 어울림만이 아니다.
남들이 좋아할만한, 즉 봐주는 이들의 호감을 불러올만한지도 염두에 두고 옷을 고르는 것이다. 이 같은 선택은 알기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할 수도 있다.
주변을 돌아 보라. 옷의 형태가 지나치게 파격적이거나 색깔이 과도하게 울긋불긋 하거나, 혹은 상하의와 속옷이 온통 빨갛거나 검거나 흰색이 되도록 입는 사람들 찾기가 쉬운지를.
옷에 대한 선택과 결정권은 그러나 오롯이 사람들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사람들은 옷이나 유행의 지배에서 자유롭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단적인 예로 예비군 경험이 있는 남자라면, ‘군복의 효과’를 몸소 체험해봤을 것이다. 예비군복만 입으면, 평소보다 호기롭고 때로는 공격적이며, 언사가 거칠어지고, 외향적으로 돌변하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털어 놓는 사람이 드물지 않은 것이 그런 예다.
복장 혹은 복식이 옷을 입은 사람만을 변화시키는 것도 아니다. 제복을 입은 군인이나 경찰을 보면 권위나 카리스마 같은 걸 사람들은 느낀다.
같은 맥락에서 직장인들의 정장 차림은 맡은 바 직무에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업무에 충실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반면 평상복이나 캐쥬얼 차림은 해당 복장을 한 사람에게 접근하기가 보다 쉬울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최근 들어 등산복이나 운동복 차림으로 해외여행을 하거나 일상 업무를 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등산복의 일상화가 유행의 하나가 된 예인데, 논란의 밑바탕에는 등산복 등이 주는 편안함과 자유분방의 느낌이 깔려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해외 여행지 등에서 화려한 색상과 형태를 한 등산복은 타인의 눈에 잘 띄는데다 이 같은 복장은 심리적으로 자기 절제를 흩뜨려 놓기 쉬운 탓에 입방아에 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
유행의 방정식은 극단을 피하는 인간의 선택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다. 하지만 극단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는데 유행의 묘미 아닌 묘미가 있다.
단적인 예로, 20~30년 전만 해도 이른바 ‘하의실종’으로 수식될 정도의 짧은 치마는 최소한 한국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무릎 위로 조금 올라오는 정도의 미니스커트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은 사라졌다고 해야 할 정도로 세상의 눈이 크게 달라졌다.
패션쇼 런웨이를 활보하는 모델과 그들이 걸친 옷들을 보면서, “저런 걸 실제로 입을 수 있을까”하고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적잖이 있을 수 있겠다.
공급 측면에서 패션을 주도하는 유명 디자이너들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를까. 디자이너들은 과학기술 지식이 풍부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유행의 과학’을 몸으로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바느질 하나, 노끈과 단추 한 개, 한 줄의 주름과 한 뼘도 못 되는 노출이 유행에 미치는 영향을 디자이너들보다 직관적으로 더 잘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디자이너들에게 패션쇼 런웨이는 이론의 여지 없는, 새로운 유행의 이륙을 가늠해 보는 활주로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파격 혹은 과격으로 비칠 수 있는 복식이나 복장 디자인이 디자이너들에게는 당연한 직무요, 때때로는 예술혼의 현시이다.
실용과 아방가르드의 경계에서 그들은 패션의 한쪽 경계를 끊임 없이 허물고 확장한다. 이어 시장에 넘겨진 그들의 디자인은 감춰진 유행 방정식에 따라 수요자와의 끊임 없는 소통을 통해, 패션으로 녹아 든다. 바로 패션의 과학이다.

◆ 김창엽 자유기고가
중앙일보에서 과학기자로, 미주 중앙일보에서 문화부장 등으로 일했다. 국내 기자로는 최초로 1995~1996년 미국 MIT의 ‘나이트 사이언스 펠로우’로 선발됐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문화, 체육, 사회 등 제반 분야를 과학이라는 눈으로 바라보길 즐긴다.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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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삭제 <2011. 6. 30.>
6. 삭제 <201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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