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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세계적으로 12억벌이 팔리는 청바지는 21세기 인류를 특징 짓는 하나의 키워드가 됐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청바지 > 기타 바지’
세계 시장 기준으로 청바지의 점유율은 청바지를 제외한 여타 바지 전체를 합한 걸 능가한다. 여름철이나 열대지방에서 주로 입는 반바지 등을 제외한 순수한 긴 바지만을 기준으로 할 때 그렇다는 얘기다.
청바지는 단순한 의류가 아니다. 청바지의 특별함은 단지 시장 점유율이 높고, 남녀노소 너나 없이 한두 벌쯤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청바지는 문화의 아이콘이다. 동시에, 다른 바지 혹은 의류와 구별되는 저만의 유행을 만들어 왔다. 과장되게 말하면, 현대 인류의 의류는 청바지와 그 외의 의류로 대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10여 년 전 미국의 서부지역을 3개월 넘게, 수만 km가량 여행하며 그 곳의 시골바람을 쐰 적이 있다. 그때 카우보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는데, 거의 한결같이 하의는 청바지였다.
익히 알려진 대로 현대 청바지는 미국 서부가 원조다. 한국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아랍 사람들이 히잡을 하는 게 이채롭거나 어색한 일일 수는 없듯, 카우보이에게 청바지는 일종의 토착 전통복장처럼 여겨진다.
‘청바지=미국 서부=카우보이’라는 일종의 등식이 현대인들의 뇌리에 자리 잡은 데는 영화나 TV 드라마 혹은 광고의 영향이 적지 않을 터이다. 이유야 어떻든 일반적인 바지들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저마다 다른데 반해 청바지에 대해서만은 인류 공통의 ‘개념’ 같은 게 자리잡았을 정도로 청바지의 위상은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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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서부 노스 다코타의 카우보이 청년이 마구를 손질하고 있다. 청년의 청바지가 더 이상 자연스러울 수 없어 보인다. 미국 동부 출신인 그는 목장 일을 좋아해 대학을 마치고 시작한 은행 일 대신, 카우보이로 직업을 바꿨다고 말했다. |
청바지의 ‘성공’은 ‘능직’(데님 denim)이라는 옷감의 차별성에서 시작됐다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다른 직물 재료에서 찾아보기 힘든 데님 특유의 실용성과 미적 특성이 현대인의 생활환경 또 심미성과 기막히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청바지 소재를 이루는 데님은 질기고 인장강도가 높기로는 웬만한 다른 옷감이 따라올 수 없다. 수많은 면 실오라기로 이뤄진 데님은 비유하자면 틈이 거의 없다시피 촘촘하게 짜인 그물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데님이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의 필수 하의처럼 여겨지는 것은 무엇보다 튼튼하기 때문이다. 일반 화학섬유 재질의 바지를 입다가 길바닥에 넘어졌을 때, 마찰로 인해 옷이 찢어지거나 닳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청바지는 공사판 같은 데서 시멘트 벽면 등에 문드러지듯 강한 마찰이 일어나도 여간 해서 찢어지지 않는다.
청바지의 강도를 강조하는 TV 커머셜 중에 차량 견인 로프 대신 청바지를 대용으로 삼는 장면 등이 나오는 것도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qv2vzMeMCE). 실제로 청바지는 줄다리기 하듯 성인 10여명이 양편으로 나뉘어 잡아 당겨도 찢기 어렵다.
청바지 특유의 강도는 재판에서까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1992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벌어진 성폭행과 관련한 형사소송에서 가해 남성과 피해 여성 측이 청바지의 강도 등을 두고 공방전을 벌인 것이다.
당시 전세계인의 관심을 특히 끈 대목은 1998년 이탈리아 항소법원이 “피해 여성이 매우 몸에 조이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청바지의 특성으로 보아 피해 여성의 동의가 없이는 성폭행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가해 남성의 편을 드는 판결 요지였다. 이 판결은 2008년 최종심에서 다시 뒤집히긴 했지만, 세계 각국에서 많은 여성과 당국자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청바지의 질긴 재료 특성에 얽힌 이런저런 얘기는 수도 없이 많다. 청바지가 그 태동기인 19세기 중후반 미국의 카우보이와 광산 노동자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으며 그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시작한 것도 다름 아닌 뛰어난 강도를 지닌 데님의 재질 특성 때문이었다.
일부 문화인류학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청바지를 작업복으로 사용할 경우 대략 3년을 계속해 착용해야 헤어지고 떨어져 못 입게 될 만큼, 내구성에서 다른 바지들과 확연하게 차별된다.
청바지 문화가 꽃을 피운 건 그러나 유달리 질긴 데님의 재질 특성에만 오롯이 의존한 것은 아니었다. 문자 그대로 청바지의 ‘청색’도 변화된 시대상과 사람들의 심리에 크게 어필하는 요소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옷의 색깔로써 청색은 빨간색이나 노란색 혹은 검은색 흰색 갈색 등과 함께 주로 선호되는 색임은 분명하다. 헌데 유달리 청색이 데님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 건, 데님의 소재 특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청바지는 데님의 기본 소재인 면실을 한 올 한 올 염색 처리하는 과정을 거쳐서 탄생한다. 면실은 목화로부터 얻는 것이므로 원래는 흰색이다. 흰색 면실을 염색하는 염료는 원래 인디고(indigo)라는 열대 지방에서 주로 나는 식물에서 채취한 것이었는데, 요즘에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인디고 블루 염료를 주로 쓴다.
청바지를 오래 입다 보면 세척이나 마찰 등으로 인해 색깔이 바랜다. 세월이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는 이 바랜 색깔에 매료되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러 색깔을 빼서 바랜 것처럼 새 제품으로 출시되는 청바지가 있을 정도이니, 바랜 청바지 색깔의 매력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청색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반적으로 젊음의 색으로 받아들여진다. ‘젊은’ 새 청바지가 입는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그에 비례해 색이 바래 가는 것이 마치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워, 바랜 색깔 청바지가 선호된다는 분석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청바지 면실이 처음 염색될 때 색깔은 청색이 아니라 노란색이라는 사실이다. 인디고 염료는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잘 녹도록 환원제를 넣어 처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염료의 색깔이 노란색으로 바뀌는 것이다.
일단 염색된 노란색의 면실은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면, 즉 산화되면 다시 청색으로 바뀐다. 산화라는 과정이 없다면 청바지가 아니라 ‘황바지’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청바지의 상업적 성공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요소는 ‘리벳’(rivet)이다. 청바지에 관한 최초의 실용적 특허가 바로 리벳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특허는 시쳇말로 청바지 역사상 ‘공전의 히트’를 친다.
청바지 최초의 특허이자 인기를 드높이는데 기여한 리벳이 호주머니 귀퉁이들에 붙어 있다. 리벳 도입은 작지만 영향력이 큰 기술적 개가였다.(사진=리바이스) |
리벳은 보통 철제 제품을 결합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못이나 나사와는 달리 비교적 성형이 자유로운데다, 한쪽 끝이 아니라 양쪽 끝에서 고정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호주머니 귀퉁이처럼 사용이 빈번하거나 뜯겨 나가기 쉬운 부분에 리벳을 박은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사실상 청바지의 대명사가 된 미국회사가 있다.
바로 리바이 스트라우스이다. 청바지 리벳 특허는 1872년 제이콥 데이비스라는 미국인이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가 리바이 스트라우스에게 공동 특허를 내기로 제안함으로써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두는 초석이 됐다.
사회적으로 주로 노동자 계층이 입던 청바지를 확산시킨 데는 1950년대 나온 두 편 영화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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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청바지 TV 광고. 한 남성이 견인 로프 대신 사용하기 위해 청바지를 벗고 있다. 데님 소재 청바지는 직조 특성상 어떤 직물 소재보다도 강한 강도를 자랑한다.(사진=리바이스) |
즉 제임스 딘과 말론 브랜도가 각각 주연한 영화 ‘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 1955년)과 ‘위험한 질주’(The Wild One 1953)는 당시의 시대 흐름과 맞아 떨어지면서 특히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한 청바지 문화 확산의 불꽃을 당겼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세계적으로 팔리는 청바지는 12억 벌에 이른다. 70억 지구인 가운데 6명에 1명 꼴로 청바지를 해마다 구입하는 셈이다. 청바지 구매는 원산지인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시장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고 서유럽이 20%, 특이하게도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시장이 1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보인다.
한국과 일본에서 아시아권 국가 가운데 유달리 청바지 문화가 ‘융성’한 이유는 상세히 분석된 바 없다. 다만 둘 다 일찍이 미군이 주둔하기 시작한 나라였고, 미군의 주류를 이루는 병사들이 청바지를 즐겨 입는 미국 서부 출신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바지는 직물 소재의 특수성에 문화 현상들이 더해져 21세기 인류를 특징 짓는 하나의 키워드가 됐다. 일상복 옷감으로는 사실상 최고의 강도를 자랑하는 데님 소재, 그 염색과 탈색의 화학적 특성, 리벳이라는 손톱만한 기계조립 부속품 등이 기막히게 어울리고 서로 녹아 들어감으로써 청바지는 하나의 문화 장르를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 김창엽 자유기고가
중앙일보에서 과학기자로, 미주 중앙일보에서 문화부장 등으로 일했다. 국내 기자로는 최초로 1995~1996년 미국 MIT의 ‘나이트 사이언스 펠로우’로 선발됐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문화, 체육, 사회 등 제반 분야를 과학이라는 눈으로 바라보길 즐긴다.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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