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는 사람의 본능적인 감정표시이다.
부모 자식의 사랑, 연인간의 사랑 등을 비롯하여 키스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감정을 확인할 수 있는 의사표시이다.
키스는 나라, 성별, 나이에 따라 표현의 차이가 있다. 사랑의 첫 키스에서 욕정의 키스, 이별이나 죽음의 키스까지 사연과 의미도 각양각색이다. 특히, 욕정의 키스에 있어서는 그 방법도 다양하다.
그 예로 5세기에 쓴 인도의 경전 <카마수트라>에는 서른 가지가 넘는 키스의 방법이 기술되어있다.
가벼운 입맞춤에서 진한 키스까지 서로 간의 감정 상태, 애정 정도, 상황에 따라 키스종류와 방법은 제각각이다.
키스가 사회적 관습으로 용인되기까지 동화, 소설, 연극, 미술 등 여러 장르의 힘이 컸다. 키스를 예찬하는 예술작품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사이, 특히 남녀 사이 애정의 온도를 가늠하는 역할을 했다.
미술작품에서 키스 장면은 과거에서 현재까지 주요소재 중 하나이다. 신화와 종교, 소설이나 실화 속 등장인물들을 배경으로 한 키스장면이 많다.
미술작품은 영상과 달리 순간의 멈춤 동작을 그리기 때문에 어떤 상황의 키스인지는 그림에 담긴 내용의 인지 정도에 따라 다르다. 화가들이 키스장면을 그릴 때 어떤 주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키스의 의미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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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프랑수아 부셰<헤라클레스와 옴팔레> 1735. 장 레옹 제롬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1890, 프란츠 폰 슈투크 <스핑크스의 키스> 1895. |
그리스·로마시대 미술에서 사랑은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지기 전까지 신들의 전유물이었다. 신화를 테마로 삼은 그림은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특별한 제약 없이 성적 행위를 표현할 수 있었다. <그림1>은 로마·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키스 장면들이다.
먼저, 로코코 시대의 화가 부셰 그림은 남성편력이 심했던 옴팔레 여왕과 육체적 쾌락의 대상이 되었던 헤라클레스(신들의 노여움으로 노예의 벌을 받음)의 신화를 다뤘다.
같은 주제를 다룬 화가들의 그림에서 헤라클레스가 여장남자의 모습으로 조롱당하거나, 당당한 옴팔레 앞에서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그려진 것과 달리 부셰의 그림에서는 강제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같은 주제의 다른 그림보다 적극적이고 에로틱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두 번째, 그림은 현실의 여인이 아닌 자신이 조각한 여인상(갈라테이아)과 사랑에 빠진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키스로 생명을 불어넣은 장면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신의 도움으로 이뤄낸 기적의 사랑이야기는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싶은 남자들의 욕망을 부추긴다.
세 번째, 스핑크스의 키스장면은 환희보다는 어딘지 무서움이 느껴진다.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스핑스크의 전설로 볼 때 그림 속 스핑크스 발톱에 꽉 잡힌 남자의 자세는 거부의 몸짓으로 보인다. 스핑크스를 감싸 안지 않고 허공을 향해 뻗은 팔이 그것을 암시한다. 스핑크스에 의해 정기가 빨려 나가는 죽음의 키스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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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위)와 로미오와 줄리엣(아래)의 키스장면으로 주제로 한 그림 |
미술사에서 화가들은 16세기 후반부터 인간의 형태를 빌어 묘사되던 신 대신 실재 인간을 그림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거나 당시 유명한 희극과 오페라 속의 사랑을 인간의 몫으로 돌려놓았다.
인간을 중심에 둔 사랑의 표현은 숱한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었다. 특히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삼은 그림이 적지 않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사랑을 모티프로 한 그림이 대표적이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은 13세기말 이탈리아의 비극적 실화가 바탕이 되었다.
이 실화는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서 서로를 갈망하는 연인으로도 재현되었고, 많은 화가에게 애절한 사랑을 대변하는 그림으로 인용되었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또한 세상에서 보기 드문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이야기로 미술작품의 모티프가 되었다. 그림 속 연인들은 비극적인 결말과는 상관없는 듯 그려졌다. 사랑의 순간, 그 순간의 감정에 솔직한 연인들의 마음에 초점을 맞췄다.
신에서 인간의 몫이 된 사랑은 더욱 다양한 시각과 작가 중심에서 접근한 그림들로 나타난다. 신화나 종교, 소설 속 연인의 키스가 아닌 화가 개인의 경험과 감성에 근거한 키스 작품들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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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프란체스코 하이에스 <입맞춤> 1859, 뭉크 <키스> 1897, 클림트<키스> 1907-1908 |
<그림3>의 그림들은 키스라는 주제로 한층 개성 강한 화풍으로 사랑의 순간을 표현한 것들이다. 프란체스코 하이에스의 <입맞춤>(1859) 작품은 중세복장의 남녀가 키스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치 무대 위 사랑하는 장면을 그림으로 옮긴 느낌이다.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남자와 팔로 남자의 목을 감싸며 자신의 몸을 맡기는 여자의 동작이 사실적 기법으로 표현되어 실재감을 느껴진다. 계단의 그림자, 어렴풋이 보이는 깊고 어두운 방 등 두 사람을 감싸고 있는 주변 분위기가 광택 있는 질감의 드레스와 대조적이다. 전체적으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내뿜고 있다.
두 번째 뭉크의 유명한 <키스>는 유화, 판화를 통해 제작했던 입맞춤 시리즈 중 대표작이다. 그림 속 연인은 표정을 읽을 수 없다. 키스로 인해 온전하게 하나의 몸이 된 듯한 두 사람의 얼굴이 겹쳐져 구분 없이 표현되었다.
세 번째는 클림트의 유명한 <키스> 작품이다. 앞선 두 작품보다 황홀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발산한다. 클림트의 작품은 키스 장면보다 보석과 황금빛 화려한 천에 둘러싸인 남녀와 주변의 금빛 배경이 압권이다. 황홀한 키스의 순간을 분위기로 표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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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로트렉, 피카소, 로이리히텐슈타인의 키스를 주제로 한 그림 |
키스를 주제로 한 작품은 시대와 성별을 초월하고 장르를 불문한다. 입체파는 물론 초현실주의, 팝아트에 이르는 현대회화에서 키스는 훨씬 과감하고, 파격적인 구성으로 표현되었다.
키스를 주제로 한 현대 작가 중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키스가 지닌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그림으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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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5> 르네 마그리트<연인>1928 |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해석에 따라 복잡 미묘한 작품이다. 마그리트의 작품은 표면적 드러남보다 숨겨진 속뜻을 유추해내는 것이 관건이다.
이 그림 역시 보이는 것 외에 여러 해석의 여지를 지니고 있다. 어쩌면 키스는 겉의 드러남보다 두 사람의 마음, 즉 내면의 갈무리되어 있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심리적 의미는 순전히 관람자의 몫이다.
시대에 따라 연애 풍속도는 바뀐다. 사랑을 주제로 한 드라마의 엔딩이 키스 장면인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 현대사회에서 연인들의 애정표현은 과거와 다르게 솔직하고 과감하다.
공공장소에서도 자연스럽게 애정표현을 한다. 키스하는 연인들의 행위는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신들의 마음을 따른다. 키스는 사랑과 행복을 확인하는 징표이다.
키스는 인간의 숱한 경험 중 기억에 오래 남는 것 중 하나이다. 첫 키스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달콤한 키스는 영원토록 기억한다.
키스의 효능에 관한 여러 가지 의학적 정보보다, 여전히 우리를 들뜨게 하는 것은 키스가 무엇보다 마음과 정신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
* 참고문헌 및 추천도서 : 박희숙지음 『명화 속의 삶과 욕망』 마로니에북스, 2007.

◆ 변종필 미술평론가
문학박사로 2008년 미술평론가협회 미술평론공모 당선,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에 당선됐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객원교수, 박물관·미술관국고사업평가위원(2008~2016), ANCI연구소 부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관장으로 재직 중이며 미술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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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삭제 <201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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