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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누가 가장 진실하니?

[변종필의 미술대 미술] 미술 속 거울

2017.03.15 변종필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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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이유궁전의 ‘거울의 방’ 내부모습: ‘거울의 방’은 방의 이름에 맞게 17개로 나뉘어진 벽면에 578개의 거울이 장식되어 있는 방으로 유명하다.

베르사이유궁전의 ‘거울의 방’ 내부모습. ‘거울의 방’은 방의 이름에 맞게 17개로 나뉘어진 벽면에 578개의 거울이 장식되어 있는 방으로 유명하다.

사람은 누구나 거울을 본다.

연령과 성별에 따라 횟수 차이는 있지만, 거울 보기는 일상의 흔한 행동이다. 외출할 때는 기본이고, 집안에서 움직일 때, 화장할 때, 옷을 입고 난 후, 누구를 만나기 전 하는 습관성 행동이다.

인간의 생활에서 거울은 12~13세기부터 등장했지만, 지금의 거울은 16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 사람들이 납작한 유리판에 반사성질을 지닌 합금(주석+수은)을 얇은 층으로 입혀서 굽는 기술로 반사의 선명도를 높이면서 탄생했다. 그 전에는 맑은 물이나 흑요석 같은 암석 등이 거울을 대신했다.

거울은 형태와 모양, 크기,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제작되었는데 반사라는 기본 특성을 살려 건축에서는 인테리어 장식물로 사용되지만, 그보다는 진실한 모습을 비추는 상징물로 받아들여졌다.

스스로 모습을 돌아보는 대상, 볼 수 없는 부분을 비추거나 뭔가 감추고 싶은 부분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물건 등의 상징적 의미로 인식했다.

이러한 특성은 미술작품에서 표현된 거울에서 잘 드러난다. 미술사적으로 거울은 매우 특별한 오브제였다. 특정 대상을 비추는 단순 역할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 대상으로 표현되었다. 즉, 대상의 반사뿐 아니라 반사된 대상(사물, 인간, 자연 등)에 따른 해석이 다양했다.

이는 거울이 묘사된 그림 중 어떤 암호를 해석하는 것처럼 숨은 의미를 지닌 그림에서 잘 드러난다. 그 대표 그림으로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가 그린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이 있다.

사진만큼 사실적 표현이 뛰어난 그림으로 이제는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그림 중의 하나이다. 이 그림의 유명세는 상징성을 지닌 다양한 오브제(object-물체, 대상, 객체)에 있다.

그림에 등장한 신발(성스러운 의식을 위한 준비), 터키산 융단(부의 사징), 크리스털 묵주(약혼선물, 신부의 덕성요구), 애견(정절, 충실), 오렌지(아담의 사과), 붉은 침대(남녀결합, 귀족집안의 유산, 출생과 죽음), 샹들리에 촛불(하느님의 눈) 등 화면 곳곳에 다른 상징성(종교적 혹은 세속적)을 지닌 오브제들을 정밀하게 그려 놓았다.

얀 반 에이크<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1434년, 패널에 유채, 82×60cm / 부분 확대
얀 반 에이크<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1434년, 패널에 유채, 82×60cm / 부분 확대

방안의 여러 물체 중에서도 부부 뒤의 중앙에 그려진 볼록거울(붉은색 원)이 그림의 핵심 오브제이다.

거울 장식 테두리에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겪은 고난의 10개 장면이 있지만, 그보다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볼록거울 안의 모습이다.

거울에는 그림에서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공간의 모습이 담겨있다. 부부의 뒷모습이 보이고, 창문과 창밖 자연풍경이 보인다.

특히 부부 앞에 푸른색 옷을 입은 사람과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어렴풋이 보인다. 두 사람은 이 그림을 그린 화가와 화가의 조수이다.

볼록거울에 화가 자신의 모습을 살짝 그려 넣어 자신이 부부의 초상을 그린 화가임을 증명하고 있다.(실제 볼록거울 위 중세시대 고문서 장식의 고딕체는 ‘1434년, 얀 반 아이크가 여기에 있었노라’라는 사인이다.)

화가는 거울을 통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암시한다. 즉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는 인간의 의지나 인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한다.

이처럼 볼록거울을 통해 화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형식은 16세기 플랑드르 화가 쿠엔틴 마시스(Quentin Massys)가 그린 <대금업자와 그의 아내>에도 나타난다. 정교한 그림으로 그려진 그림 속 여러 물체들은 인간의 탐욕과 관련된 오브제들인데 이 부부 앞에 놓인 볼록거울(붉은 점선 원)은 인간이 돈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볼록거울에 비친 십자가(창틀)와 교회 종탑을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는 눈앞의 현실보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상에서 심판받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쿠엔틴 마시스<대금업자와 그의 아내> 1514, 패널에 유채, 71×68 cm / 부분 확대
쿠엔틴 마시스<대금업자와 그의 아내> 1514, 패널에 유채, 71×68 cm / 부분 확대

스페인의 위대한 화가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의 명작 <시녀들>이란 작품에도 거울이 등장한다. 붓을 들고 있는 화가(벨라스케스) 뒤 화면 중앙쯤에 액자처럼 걸린 물건(붉은 점선 사각)이 거울이다.

이 그림에서 거울은 앞선 그림의 볼록거울과는 달리 반사된 모습이 왜곡없이 그대로 비쳐지는 평면거울이다. 벨라스케스는 평면거울의 특징을 살려 현재 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이 무엇인지를 암시한다.

커다란 캔버스를 앞에 두고 화가가 그리는 것은 바로 거울 속에 비춘 모델이다. 거울에 비처진 인물은 펠리페 4세와 왕비이다.

화면 중앙의 마르가르타 공주의 부모로 벨라스케스에게 그림 제작을 주문한 인물이다. 결국 화가는 거대한 캔버스에 그리고 있는 대상이 왕과 왕비라는 것을 거울을 통해 말해주고 있다.

벨라스케스<시녀들Las Meninas or The Family of Philip IV>1656-57, 캔버스에 유채, 318×276 cm/ 부분 확대
벨라스케스<시녀들Las Meninas or The Family of Philip IV>1656-57, 캔버스에 유채, 318×276 cm/ 부분 확대

미술사에서는 거울의 상징적 의미 외에도 대상을 비춘다는 특성을 살린 그림들이 지속해서 등장한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파르미자니노(Parmigianino)의 <볼록거울에 비친 자화상>은 화가가 19살에 이발소에서 보았던 볼록거울에 매료됐을 때의 느낌을 표현한 그림이다.

평면거울과 다른 볼록거울의 특징을 살렸다. 볼록 거울은 먼 곳은 작게 비추지만, 가까운 것은 크게 확대하는 특징이 있다.

거울 속 왜곡된 형상은 그의 작품에서 특정한 신체부위를 길게 늘이는 방식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신고전주의 최고 화가인 앵그르(Jean-Auguste-Dominique Ingres)의 <무아테시에 부인>은 부유한 은행가의 아내를 그린 작품으로 1844년에 시작하여 12년 만에 완성한 그림으로 유명하다.

이 그림 속 거울은 부의 상징과 동시에 부인의 뒷모습과 공간의 확장효과라는 두 가지 효과를 얻기 위한 장치이다. 앵그르는 여성초상화에 종종 거울을 배치하는 구성으로 이 같은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러한 구성은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마네(Edouard Manet)도 응용했다. 그의 <폴리베르제르의 술집>은 실재하지 않은 거울을 상상을 통해 화면에 배치하여 공간의 확장성은 물론 거울에 비친 술집의 풍경을 흥미롭게 표현했다.

상상력으로 그린 거울이다보니 실제 반사되는 형식과는 다르게 표현되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장면이 그림에서는 가능하다.

위 좌로부터 시계방향 : 파르미자니노<볼록거울에 비친 자화상>1923-1524 / 벨라스케스<거울을 보는 비너스>1644, 캔버스에 유채, 122×177cm / 앵그르<무아테시에 부인>1856, 캔버스에 유채, 120×92.1cm/마네<폴리베르제르의 술집>1881-1882, 캔버스에 유채, 96×130,cm
위 좌로부터 시계방향 : 파르미자니노<볼록거울에 비친 자화상>1923-1524 / 벨라스케스<거울을 보는 비너스>1644, 캔버스에 유채, 122×177cm / 앵그르<무아테시에 부인>1856, 캔버스에 유채, 120×92.1cm/마네<폴리베르제르의 술집>1881-1882, 캔버스에 유채, 96×130,cm

이상의 예시 작품들은 과학적 진실보다는 거울을 인식하는 작가의 태도와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물이 인식되는 것은 본다는 주관적 행위와 보이는 객관적 행위의 일치에 의해서인데 그림에서는 주관적 해석과 객관적 행위가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은 과학적 진실보다 상상력에 의한 의미부여에 더 큰 비중을 둘 때가 많다.

미술작품에서 거울이 무엇을 비추는지, 어떻게 그려졌는지에 따라 의미와 상징성이 달라진다. 여러 의미와 상징성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로 사용될 때이다. 실제 많은 화가가 거울을 이용해 자화상을 그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인에게 거울은 외모를 가꾸고, 에티켓을 위한 필수품이다. 휴대폰의 다양한 앱(App)이나 휴대용 손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모습은 흔한 광경이 되었다.

많은 화가가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듯 오늘 하루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통해 진실한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 참고문헌 및 추천도서 : 전창림 지음 <미술관에 간 화학자> 어바웃어북, 2013.

변종필

◆ 변종필 미술평론가

문학박사로 2008년 미술평론가협회 미술평론공모 당선,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에 당선됐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객원교수, 박물관·미술관국고사업평가위원(2008~2016), ANCI연구소 부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관장으로 재직 중이며 미술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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