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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갯벌, 우린 왜 그걸 몰랐을까

[김준의 섬섬옥수] 인천광역시 옹진군 주문도

2017.07.24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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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외포 선착장, 하루에 두 번 열리는 뱃길을 찾는 차들과 사람들로 새벽부터 북새통이다. 볼음도, 주문도, 아차도로 가는 뱃길 너머는 바로 북한과 마주하고 있다. 들어가는 길도 나오는 길도 절차가 복잡하다. 단순히 표만 끊는다고 배를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배표만 아니라 다른 섬 길에는 없는 승선권이 있다. 딱 정원만큼 당일 아침 일찍 배타기 전에 내놓기 에 미리 가서 확보를 해야 한다. 예약을 할 수 없다. 주말이면 단체로 들어가는 여행객들이 있어 더욱 신경이 쓰인다. 배 출발 시간보다 앞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어렵게 표를 구했다. 안개가 잔뜩 낀 외포 앞바다. 앞에 섬들이 흐릿하다. 배가 제시간에 뜰까 생각했다. 바로 그때 여객선터미널에서 안내방송이 들렸다.

아침에 안개가 짙어 주문도에서 배가 뜨질 못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늦게 도착할 것 같습니다. 오늘 일을 보고 나오실 분은 시간을 생각해서 탑승해주시기 바랍니다. 내일 차량을 가지고 나오실 때는 가급적 아침 배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오후 배는 차량을 탑승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섬에 들고 나는 것이 이렇다. 표만 끊는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문도처럼 오전 오후 두 차례 배가 다니는 곳은 당일치기로 일을 보고 나오려고 해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어렵다. 여러 사정이 들고 나는 것을 막기도 한다. 이래서 섬사람들은 다리를 놓아 달라고 매달리는 것이다. 그 부작용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강화도 인근에도 이미 교동도가 개통을 했고, 석모도도 다리가 완공되었다.

물이 빠지면 하율이네 가족은 뒷장술로 간다. 하율이가 누구보다 좋아한다. 그리고 백합도 가장 잘 캔다. 섬살이를 시작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가족애가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다 .
물이 빠지면 하율이네 가족은 뒷장술로 간다. 하율이가 누구보다 좋아한다. 그리고 백합도 가장 잘 캔다. 섬살이를 시작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가족애가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다.

갯벌은 준 선물 1, 가족사랑

엄마 잘 안 빠져.
조개가 커서 그래. 천천히 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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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율이는 엄마가 끌개로 확인하고 지나 간 자리에서 백합을 잘 도 찾는다. 끌개는 그레, 끄레, 끄렝이라고도 하는 백합캐는 어구다. 하율이는 유치원에 가는 것보다 갯벌에 가는 것이 더 좋단다.

이제 섬살이 6년 째, 하율이도 갯벌에 두렵지 않다. 오히려 어머니가 채비를 하면 먼저 호미를 들고 나선다. 하율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터다. 엄마와 아빠를 졸졸 따라 다니며 백합을 캐다 싫증이 나면 갯벌에 뒹군다. 이보다 좋은 놀이터가 또 있을까. 백합잡이는 아빠나 엄마보다 더 낫다. 아빠의 평가다.

백합은 모래가 많은 펄갯벌에 서식하는 백합과 이매패류다. 상합, 생합이라고도 한다. 조개 중에 으뜸, 암갈색 껍질에 무늬가 다양해 백합이라 했다는 설도 있다. 웬만해서는 입을 열지 않아 부부화합 상징으로 여기며, 일본에서는 혼례음식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서해안 백합 주산지는 새만금갯벌 특히 부안 계화도, 김제 심포, 군산 하제 갯벌에 많았다.

주문도는 이웃한 볼음도 그리고 장봉도까지 서해바다의 백합서식처다. 새만금 갯벌이 사라지면서 그 가치가 더욱 높이지고 있다.
주문도는 이웃한 볼음도 그리고 장봉도까지 서해바다의 백합서식처다. 새만금 갯벌이 사라지면서 그 가치가 더욱 높이지고 있다.

하율이네는 주문도에 펜션을 운영하며 섬살이를 한다. 주문도 토박이가 아니라 몇 년 전 귀촌을 했다. 가족사정으로 섬살이를 시작하면서 하나 둘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이곳 교회에서 사목을 했던 형님의 그늘이 컸다. 그런데 진짜 도움은 갯벌이었다. 다행스럽게 주문도 갯벌은 순씨처럼 외지인도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다. 내친김에 독학으로 갯벌공부를 하고 민간 갯벌해설사 모임도 만들어 갯벌교육도 하고 있다.

물이 빠지면 하율이네 가족은 뒷장술로 간다. 하율이가 누구보다 좋아한다. 그리고 백합도 가장 잘 캔다. 섬살이를 시작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가족애가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다

갯벌이 준 선물 2, 백합

백합을 캐는 뒷장술 갯벌로 들어가는 입구에 두 개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하나는 ‘마을어장(가무락, 굴, 백합) 양식장을 무단으로 출입하여 불법 포획할 때는 절도행위로 간주하여 형사고발’하겠다는 것과 ‘각장 5㎝’이하 백합은 캐지 말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뢰 및 대남전단’이 발견되면 신고해달라는 것이다. 들어올 때 승선권에도 해안선일대 배회행위 금지, 야외 숙영금지, 사진촬영 및 낚시금지, 해안선 일대 미확인물체 촉수금지 및 발견시 신고 등 사항을 지켜달라고 적혀 있었다.

이곳 노부부들에게는 백합만 캐도 생활이 가능하다. 생활비, 용돈 그리고 손주들 과자값까지 부족함이 없다. 이보다 훌륭한 보험이 있을까. 잘 지켜야 한다.
이곳 노부부들에게는 백합만 캐도 생활이 가능하다. 생활비, 용돈 그리고 손주들 과자값까지 부족함이 없다. 이보다 훌륭한 보험이 있을까. 잘 지켜야 한다.

주문도 주민들은 동죽은 조개로 취급도 안한다. 끌개로 백합을 찾다 동죽이 잡히면 그냥 살려 준다. 생합만으로도 충분한 탓이다. 사실 동죽은 백합처럼 오래 보관할 수 없다. 싱싱할 때 요리를 해야 한다. 백합은 값도 비싸지만 냉장고에 넣지 않고도 입을 벌리지 못하도록 무거운 돌로 자루를 눌러만 놓아도 며칠은 보관할 수 있다.

그래서 냉장고가 없던 시절 문지방에 백합자루를 놓고 오가며 밟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계화도 어민에게 들었다. 계화도 어머니들도 동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새만금 갯벌에 비할 수 없지만 주문도에도 백합이 제법 많다.

주문도 뒷장술에서 캔 백합.
주문도 뒷장술에서 캔 백합.

백합 최대서식지 새만금이 무너졌으니 이제 장봉도, 볼음도, 주문도가 서해바다에서 꼽는 서식지이다. 잘 지켜야 한다. 나오는 길에 경운기를 태워준 노부부가 그랬다. 백합으로 용돈벌이와 생활비가 충분하다고. 백합이 노부부에게 효자다.

노부부에게 보험이다. 어떤 사회보장제도가 노부부의 삶을 이렇게 오롯이 지켜줄 수 있겠는가. 자꾸만 새만금갯벌에서 만난 어머니들이 떠오른다. 백합 잡아 아이를 키웠다는 부녀회장, 백합만 보면 눈물이 난다는 순덕이모, 백합을 그리워하다 백합을 따라 가버린 은실엄마, 모두 갯벌에 기대어 살았던 어머니들이다. 있을 때 잘해야 한다. 후회하지 말고. 백합이 인간에게 하는 말이다. 아이러니하게 접경지역이라 그나마 오롯이 백합서식처가 남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늘 문제는 인간이다.

갯벌이 준 선물 3, 섬밥상

사진 위 부터 밴댕이회, 대하장, 백합탕.
사진 위부터 밴댕이회, 대하장, 백합탕.
강화도 일대에서 지금 제철음식은 단연코 밴댕이다. 주문도에서 받은 저녁밥상에 올라왔다. 밴댕이 한 마리는 좌우로 사이좋게 회 두 점이 나온다.

밴댕이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 따뜻한 밥이 있어야 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막 한 밥 한 술에 밴댕이 회를 딱 걸치고 된장과 마늘과 고추를 올린다. 어떤 초밥이 이를 따라오랴. 몇 번 먹다 질리면 그 위에 묵은 김치를 하나 더 올린다. 상추로 싸먹는 것은 거부한다. 밴댕이의 달콤하고 담백한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다.

밴댕이 옆에 놓인 것이 대하장이다. 솔직하게 꽃게장보다 대하장이다. 장맛도 좋지만 대하 속살에 스며들어 달콤짭짤한 맛이 일품이다. 이것만으로도 섬밥상은 인기 만점이다. 여기에  백합으로 끓인 탕이 곁들여졌다. 뒷장술에서 하율이네 가족과 직접 캔 백합이다.

 천일염으로 간을 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넣은 것이 없다고 안주인이 레시피도 완전공개했다. 이정도면 어떤 식탁도 부럽지 않다. 철 이른 전어구이와 삶은 소라(피뿔고둥)가 뒤로 밀려났다.

주문도는 섬을 둘러싸고 갯벌이 발달했다. 한 때는 김 양식장도 있었다. 지금도 선착장이 있는 마을에는 창고로 사용하고 있는 김 공장이 남아 있다. 갯벌은 백합만 주는 것이 아니다. 쌀이 부족한 시절에는 방조제를 쌓아 물길을 막고 논을 만들었다. 진촌 앞에 너른 들이나 대빈창으로 가는 길에 있는 너른 논은 모두 갯벌을 막아 만든 것들이다. 갯벌농사 못지않게 쌀농사도 많다. 그 근원을 찾아가면 모두 갯벌이다.

한옥 집에 십지가를 걸다

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이다. 대빈창에 들렸다. 중국에서 큰 손님들이 올 때 맞는 곳이라 했다. 군사용 식량창고와 무기를 보관하는 큰 창고 있었다는 설도 있다. 주민들로부터 구전으로 들은 이야기다. 오히려 큰 바닷가 정도로 푸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뒷장술까지 연결하면 정말 10리, 4㎞가 넘는 해변이다.

지금은 지형이 많이 바뀌었지만 옛날에는 정말 이곳이 모두 모래밭이었다. 백합이 많은 것도 이런 지형지질이 만들어낸 선물이다. 대빈창 해안에는 조림한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날아드는 모래와 바람을 막아 준 덕분에 농사를 짓고 마을도 이루었다.

비를 맞고 들판을 가로 질러 면사무소가 있는 마을로 들어섰다. 교회 종소리가 반겨준다. 낡은 김 공장 옆 능소화가 곱게 핀 집에서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사립문을 나와 길을 따라 걸어가셨다. 작은 가방을 들고 깨끗하게 차려입은 모양이 교회로 가는 길이다. 주문도에는 특별한 교회가 있다.

1902년 만들어졌으니 백년이 훌쩍 넘었다. 진촌마을에 세워진 ‘중앙교회’다. 한옥건물은 1923년 주민 650여 명 성도들이 헌금을 모아 지었다.

서도중앙교회 정문, 2층 종루 모양을 이루고 있으며 오른쪽 문은 여자 성도들이 왼쪽 문은 남자 성도들이 드나들었다.
서도중앙교회 정문. 2층 종루 모양을 이루고 있으며 오른쪽 문은 여자 성도들이 왼쪽 문은 남자 성도들이 드나들었다.

강화도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어 건축자재를 옮겨오는데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진촌교회라 불렀지만 나중에 ‘서도중앙교회’로 명칭이 바뀌었다. 초기에는 영생학교라는 이름으로 교육활동도 겸했다. 당시 강화도는 서양 문물이 들어오는 관문이었다. 인천 개항 전이다. 강화도와 김포를 잇는 다리가 놓이기 전 일이니, 주문도는 낙도 중에 낙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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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은 2층 종루형태이며, 본당은 팔각지붕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이 창문이란다. 답답하지 않고 바람이 순환해서 통하도록 창문을 어긋나게 설치했다고 한다. 지금도 매주 일요일이면 이곳에서 예배를 보며, 한 달에 한 번은 전 주민이 모여서 식사를 겸하기도 한다.

정말 살아있는 근대건축물이다. 옛날에는 오른쪽 문은 여자가 왼쪽 문은 남자가 이용했고, 강단에서 볼 때 오른쪽은 남자들이 왼쪽은 여자들이 예배드리고 식사를 했다. 남녀유별을 강조하던 시기의 전통이 그대로 내려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교회는 1997년 인천문화재로 지정 되었다. 

김준

◆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어촌사회 연구로 학위를 받은 후, 섬이 학교이고 섬사람이 선생님이라는 믿음으로 27년 동안 섬 길을 걷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에서 해양관광, 섬여행, 갯벌문화, 어촌사회, 지역문화 등을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을 하고 있다. 틈틈이 ‘섬살이’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며 ‘섬문화답사기’라는 책을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섬문화답사기, 섬살이, 바다맛기행, 물고기가 왜, 김준의 갯벌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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