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에는 공공미술 작품, 그 중에서도 특히 공공조형물이 많이 들어서 있다. 그런 만큼 이를 둘러싼 말도 많다. 가히 ‘공공미술 수난사’라 할 만하다. 최근 ‘서울로 7017’ 개장기념 조형물로 서울역 광장에 세운 대형 설치작품 ‘슈즈트리’가 갑론을박 속에 철거된 데 이어 다시 불거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 손목 동상 뒷담화까지 공공미술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공공미술의 현주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입길에 오르내린 대표적인 공공조형물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공미술에 대해 우리가 하는 이야기는 따지고 보면 늘 같은 얘기다. 예술이냐 흉물이냐, 국민 세금을 그렇게 써도 되냐, 공공미술에 ‘공공’이 빠졌다, 작품 선정에 투명성과 문화적 공론화 과정이 결여돼 있다는 등 판박이 지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몇몇 문제적 공공조형물의 사례만 살펴봐도 금방 그런 정황을 알 수 있다.
삼성동 포스코센터 앞에 있는 미국 추상화가 프랭크 스텔라의 ‘아마벨’은 어느 작품보다 논쟁적인 작품이다. 비행기 잔해로 만든 30톤 무게의 이 초대형 조형물은 1997년 설치될 당시부터 예술성 시비와 흉물 논쟁에 휩싸였다. 한 때 철거 위기까지 몰렸다. 예술을 이해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다 보는 눈이 있다. 미학적 진보·보수의 관점을 떠나 평균적인 국민의 눈으로 볼 때 ‘아마벨’에서 단번에 어떤 예술적 미의 단서를 발견해 내기는 쉽지 않다. 가까이서 보면 아무렇게나 구겨놓은 금속덩어리 같지만 좀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한 송이 꽃처럼 다가오는 작품. 그래서인가. 작가도 애초에 ‘꽃피는 구조물’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러나 물질문명에 대한 성찰과 인간성 회복이라는 고상한 메시지는 이 차가운 풍경 앞에서 이내 무력해지고 만다.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앞에 자리잡은 미국 작가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망치질 하는 사람(해머링 맨)’은 ‘아마벨’과는 사뭇 다르게 읽힌다. 높이가 22m나 되는 이 철제 조형물은 1분 17초에 한 번씩 망치질을 한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이는 전자혁명시대 적은 보수에 시달리는 육체노동자의 상징이다. 현대인은 ‘망치인간’을 보면서 노동의 신성함에 더해 무엇을 생각할까. 한 쪽에서는 빌딩이 많은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내린다. 그런가 하면 광장도 아닌 옹색한 빌딩 공간에 꼭 그렇게 거대한 조형물을 만들어 노동의 가치를 설파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빌딩 숲 사이로 솟아오른 거상 앞에서 불안이나 공포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논쟁적인 공공조형물로는 청계광장 초입에 있는 다슬기 형상의 ‘스프링’도 빼놓을 수 없다. 높이 20m의 이 조형물은 미국 팝아트 작가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으로 한국의 도자기와 한복의 옷고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청계천을 배경으로 한 만큼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표현했다는 작가의 설명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 역시 공공미술 작품 선정 과정의 투명성이라는 관점에서 많은 질타를 받았다. 서울시의 의사 결정 과정이 일방적이었으며 미술계와 시민 사회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헌 신발 3만 켤레로 만들어 눈길을 끈 설치작품 ‘슈즈트리’는 이제 우리 시야에서 사라졌으니 ‘이게 예술이냐’며 눈을 흘기던 사람들의 ‘보지 않을 권리’는 해결된 셈이다. 그러나 삼성동 코엑스 앞의 ‘강남스타일’ 말춤 손목 동상은 어찌할 것인가. 조형물의 주인공인 싸이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손만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해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과하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그로테스크한 ‘잘린 손목’을 세워놓은 것일까. 교차된 양손만 보면 저절로 말춤의 신명이 솟구쳐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강남구는 이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의 ‘값싼’ 조형물에 4억여 원의 돈을 들였다.
공공미술에는 사(私)가 끼면 안 된다. 정치나 상업의 그림자가 얼씬대면 공공미술은 죽는다. 공공미술 작품의 기획과 제작, 선정은 더없이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전문가가 참여해도 행정 혹은 정치에 한 발 담그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중립적이고 진정성 있는 ‘전문가다운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 공공미술이 애물단지가 되고 흉물, 아니 괴물이 되어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조형물로 대표되는 공공미술은 단순히 전시장에 있는 작품을 공공 공간에 옮겨다 놓아서 되는 게 아니다. ‘퍼블릭 아트(Public Art)’는 주변 환경과는 무관하게 풍덩 어떤 곳에 떨어뜨려 놓는 ‘플롭 아트(Plop Art)’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시각적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축물이나 조경, 심지어 도시의 스카이라인까지 꼼꼼하게 장소의 문맥을 따져 접근해야 한다. 강남스타일이라고 해서 전후 맥락에 대한 심각한 고려 없이 강남에 그냥 조형물 한 점 놓아둔 것이라면 그야말로 공공미술을 모욕하는 것이다. 대중과 소통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공공미술은 이미 공공미술이 아니다.

◆ 김종면 서울여자대학교 국문과 겸임교수
서울신문에서 문화부장 등을 거쳐 수석논설위원을 했다. 지금은 국민권익위원회와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서울여자대학교 국문과 겸임교수로 세계 문학과 글쓰기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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