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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한 그녀의 묘소 앞에서 들려오는 애틋한 ‘소녀의 기도’

[정태남의 클래식 여행] 폴란드/바르샤바(Warszawa)

2017.07.31 정태남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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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바에 도착해서 다음날 아침 일찍 유서 깊은 포봉스키 묘지를 순례자와 같은 마음으로 찾았다. 반 쯤만 열려있는 성녀 호노라타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니 여름 아침의 밝은 빛 아래 광대한 ‘죽은 자의 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런데 곧 앞이 캄캄해졌다. 

묘지 초입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폴란드 출신 유명 인물들의 묘소 위치가 표시되어 있는데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그녀의 이름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주변에는 안내소도 없었을 뿐 더러 너무 이른 아침이라서 묘지 방문객도 없었으니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녀의 이름은 국내 출판물에는 ‘테클라 바다르제프스카’로 표기돼 있는데 폴란드 현지 발음을 그대로 한글로 표기하면 ‘테클라 봉다르제프스카’ 쯤 된다. 그녀는 19세기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다.

<소녀의 기도>를 작곡한 테클라 봉다르제프스카의 묘소.
<소녀의 기도>를 작곡한 테클라 봉다르제프스카의 묘소.

폴란드가 낳은 위대한 음악가라면 단연 쇼팽을 가장 먼저 꼽게 되며 그 다음은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비에냐프스키와 한때 폴란드 수상을 역임했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파데레프스키 등을 꼽는다.

이들의 명성에 비하면 그녀는 풋내기 무명 음악가나 다름없지만 그녀가 남긴 피아노 소품 한 곡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는다. 이 단순하고 짤막한 곡의 제목이 다름 아닌 <소녀의 기도>이다. 하지만 그녀는 불행히도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그녀에 관한 자료도 아주 드물다.

그녀의 짧았던 삶의 궤적을 한번 추적해 보고 싶던 나는 그녀가 이 묘지 어느 곳에 묻혀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곳으로 달려왔던 것이다. 하지만 2헥타르가 넘는 넓은 포봉스키 묘지에는 수만 기의 묘소가 있는데 안내판에도 없는 그녀의 묘소를 무슨 수로 찾아야 할지 막막했던 것이다.

소녀의 석상. 그 앞에 빨간 꽃송이가 놓여있다.
소녀의 석상. 그 앞에 빨간 꽃송이가 놓여있다.

한참을 돌고 돌아 겨우 찾은 관리 사무실에 가서 물었더니 관리인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다가 책장에서 두꺼운 묘소 목록을 꺼내 한참 뒤지더니 마침내 그녀의 묘소 위치를 찾아냈다.

관리인이 그려준 약도를 받아들고 포봉스키 묘지 담벼락과 평행을 이루며 동쪽으로 뻗은 길을 따라 가다가 왼쪽으로 발걸음을 돌리자, 나뭇가지 그늘 아래에 그녀의 이름이 새겨진 소녀의 석상이 보였다.

나의 시선은 누군가가 그 앞에 놓고 간 시들지 않은 빨간 꽃송이에 한동안 집중되었다.

그녀는 바로 그 아래 아침 햇빛을 받은 석관 안에서 영원히 잠들어 있는 것이다.

석관에는 ‘테클라 봉다르제프스카-바라노프스카,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라고 새겨져 있는데 ‘바라노프스카’는 남편의 성 ‘바라노프스키’를 지칭하며, 이 석관은 1862년에 만든 바라노프스키 가족 묘소이다.

소녀의 석상을 보니 왼손으로 잡은 두루마리에는 프랑스어로 <소녀의 기도(La prière d'une vierge)>라고 새겨져 있고 석상의 왼쪽에는 그녀가 1861년 9월 29일에 세상을 떠났다고 기록되어 있을 뿐, 무슨 이유인지 출생연도가 없다.

그녀는 1829년에 중북부 소도시 므와바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어릴 때 바르샤바로 이주했다고 전해지는데 다른 자료에는 그녀가 1834년에 바르샤바에서 출생했다고 하니 어느 것이 정확한지 알 수가 없다.

그녀가 어린 소녀일 때 바르샤바 신문에 그녀가 자선음악회에서 뛰어난 연주로 관중들을 놀라게 했다는 기사가 있는 것을 보면 어릴 때부터 피아노에 재능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1852년에 공무원 얀 바라노프스키와 결혼해 모두 5명의 자식을 낳았다. 그 중 둘째와 셋째 딸은 성장해 바르샤바 음악원에서 공부했는데 유명한 피아니스트 파데레프스키와 학교친구였다. 

오른쪽 두리마리에는 프랑스어로 <소녀의 기도>가, 왼쪽 원형판에는 테클라 봉다르제프스카가 1861년 9월 29일에 절명했다고 새겨져 있다.
오른쪽 두리마리에는 프랑스어로 <소녀의 기도>가, 왼쪽 원형판에는 테클라 봉다르제프스카가 1861년 9월 29일에 절명했다고 새겨져 있다.

테클라 봉다르제프스카는 일생동안 모두 약 35곡의 피아노 소품을 썼다. 그 중 20대 초반에 작곡한 <소녀의 기도>는 1856년에 바르샤바에서 처음 출판되어 크게 인기를 끌었고 1859년에 파리에서 발간되는 음악 주간지의 부록으로 출판돼 폭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곡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 했다.

그녀는 이 곡으로 유명세를 누리다가 1861년 9월 29일 27세(또는 32세)의 나이로 숨지고 말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났는지도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당시 폴란드가 러시아의 압제 아래에서 고통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소녀의 기도> 속에는 뭔가 애틋한 감정도 느껴지는 것 같다. 

정태남

◆ 정태남 건축사

이탈리아 건축사이며 범건축(BAUM architects)의 파트너이다.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 미술, 언어, 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로마역사의 길을 걷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이탈리아 도시기행>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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