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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뜨다, 2017 버전 왕달님!

[김창엽의 과학으로 보는 문화] 가장 오래된 문화재, 달

2017.09.28 김창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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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공원에서 경치를 감상하는 시민 뒤로 달이 차오르고 있다. 과연 이 시민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의 한 공원에서 경치를 감상하는 시민 뒤로 달이 차오르고 있다. 과연 이 시민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달은 지구와 엇비슷한 시기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까닭에 인류는 말할 것도 없고 지구상의 생명체들은 그 태생부터가 크든 작든 달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적잖은 바다 생물들의 경우, 달의 중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밀물과 썰물의 영향권에 놓일 수 밖에 없다.

달이 없었다면 지구는 오늘날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수도 있다. 달의 존재는 조수간만의 차, 즉 밀물과 썰물을 유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달의 중력이 지구 자전에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일부 천체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달이 없었을 경우, 즉 지구와 달의 상호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지구의 자전 속도는 8시간 가까이나 빨라 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구가 빨리 자전하면, 낮과 밤 모두 짧아질 수 밖에 없다. 아마 지구상의 바람은 지금보다 훨씬 거셌을 것이고, 거의 모든 생명체들은 하루 24시간이 아닌,  그보다 짧은 자전주기에 맞춰 진화했을 것이다.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생태계 자체가 전적으로 달라졌을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지난해 11월 떠오른 이른바 슈퍼문. 가장 어두운 보름달보다 무려 30% 이상 밝다. 이처럼 지구 가까이에 다가와 뜨는 밝은 달은 2034년에나 볼 수 있다. (제공=톰루엔)
지난해 11월 떠오른 이른바 슈퍼문. 가장 어두운 보름달보다 무려 30% 이상 밝다. 이처럼 지구 가까이에 다가와 뜨는 밝은 달은 2034년에나 볼 수 있다. (제공=톰루엔)

그러니 기후를 비롯해 지구의 풍광 자체가 어쩌면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를 수도 있다. 달의 존재가 지구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주고 있음에도, 마치 평소 공기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사람들이 숨을 쉬듯, 그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달이 인류 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은 두말 할 필요조차 없다. 예를 들어 한국의 주요 명절 가운데 2개,  즉 추석과 정월 보름은 모두 보름달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달의 공전 주기를 기준으로 한 음력을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달 문화’의 깊은 뿌리를 방증한다.

물론 달이 한국 혹은 중국 등 아시아권의 문화에만 특별히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다. 세시풍속을 넘어서 시나 소설, 구전 등을 통해 전해지는 달 얘기는 지구촌 곳곳에 차고도 넘친다. 단적인 예로 달은 여신으로 혹은 여성성으로 인식되곤 하는데, 그 여신의 이름만도 전세계적으로 80가지가 넘는다는 관측도 있다.

달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가장 선명하게 각인되는 건, 아무래도 보름달을 통해서일 듯 하다. 그믐달이나 초승달보다 현저하게 크고 눈에 잘 띄는 탓일 게다. 게다가 꽉 찬 상태이기 때문에 육안으로 구분도 쉽다. 그 다음으로 인식하기 쉬운 게 아마도 반달 일터인데, 반달 역시 그 구분이 쉽기 때문이 아닐까.

반달과 보름달 사이의 어떤 달, 혹은 반달과 초승달이나 그믐달 중간 형태의 어떤 달들은 눈으로 봐서만은 그 형태를 묘사하기부터가 쉽지 않다. 보름달이 유달리 주목을 받는 데는 한마디로 둥그렇고 밝고 크게 보이는 등의 ‘물리적’ 특성이 결정적으로 역할 했을 것이란 뜻이다.

아폴로 우주선에서 찍은 달에서 본 반달 모습의 지구. 달과 지구는 태생적으로 서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관계이다. (제공=미국 항공우주국)
아폴로 우주선에서 찍은 달에서 본 반달 모습의 지구. 달과 지구는 태생적으로 서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관계이다. (제공=미국 항공우주국)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 추석이 큰 명절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아마도 이 시기가 여러모로 먹을 거리가 풍족하고, 날씨가 적당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추수가 끝난 뒤 휴식을 취하고, 아울러 조상 등을 기린다면 가을보다 적당한 시기가 없었을 것이다. 가을에 적당한 날을 잡는다면 음력 생활권에서는 보름달이 뜨는 날이 누구나 공통적으로 인식하기에 알맞은 날이 됐을 확률이 높다.

음력 7월 15일은 대부분의 곡식이나 과일이 여물기 전이고, 음력 9월 15일 보름은 추위가 두드러진 탓에 축제일이나 명절로는 적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옛날 옛적 가을 명절은 자연스레 음력 8월 보름으로 정해질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이다.

서양에서는 음력 보름이 축제 혹은 명절의 기준이 되는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서양 사람들이 달에 무관심했다든지, 혹은 달의 존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덜 받았다는 뜻은 아니다. 아마도 음력보다는 양력이 일찍이 일상 생활에 자리 잡은 탓이 더 클 것이다.

유럽 전통에 뿌리를 둔 신생국가인 미국의 경우 축제일이나 기념일이 ‘몇 월 몇 째 주 무슨 날’로 정해지는 예가 흔한데, 이는 양력 중심인 그들의 전통적 사고를 반영하는 예라고 해야겠다.

축제일 혹은 명절이 음력 기준이 아닐 뿐, 달 자체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서양인들이 동양인들보다 많았는지도 모른다. 근대 과학은 서양에서 발원한 예가 대부분이지만, ‘유사 과학’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각종 속설 역시 서구 문화권에서 더 흔히 발견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서구인들은 특히 보름달에 적잖게 주목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면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 즈음해서는 불길한 일, 혹은 좋지 않은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는 식이다.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가 부쩍 늘어난다든지, 심지어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로 인한 사고가 많다는 등의 풍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름달과 관련한 일종의 사회적 터부 혹은 징크스 수준일 정도로 보름 즈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서구 사람들 사이에는 강한 편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병원 그리고 유수의 유럽 연구기관들이 보름달과 의료사고 혹은 인체의 각종 생리 변화 관계를 정식으로 여러 차례 조사할 만큼 ‘보름달 속설’은 서구사회에서 뿌리가 깊다.

보름달은 한국 중국 등 동양 문화권에서는 최소한 부정적 인식을 불러오는 대상은 아닌 편이었다. 오히려 풍요를 상징하는 등 친근하게 받아들여지곤 했다. 재앙을 불러온다든지, 음산한 이미지의 상징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달에 대한 인식이 밝은 편은 아닌 경우가 많았는데, 보름달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영어 단어에서조차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단적인 사례로, 달을 뜻하는 형용사인 lunar와 광인, 즉 정신이상자라는 의미의 lunatic은 어원이 동일하다. 인간의 정신세계가 보름달 등에 의해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는 식으로 고대 서구인들이 인식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캘리포니아의 사막 위로 저무는 보름달. 서구인들은 동양권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보름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제공=제시 이스트랜드)
캘리포니아의 사막 위로 저무는 보름달. 서구인들은 동양권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보름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제공=제시 이스트랜드)

서구인들 사이에는 또 보름달이 잠을 빼앗아간다는 식의 속설도 여전히 명맥을 유지한다. 하지만 미국 등지에서 이뤄진 의학적 조사에 따르면, 밤이 밝은 보름에는 아무래도 저녁 시간 집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많은 등의 영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달빛이 수면 중추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국이나 중국 등지에서 보름달, 특히 추석 보름달은 기다려지는 존재였다. 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일이십 년 전만 하더라도 추석 보름달은 유달리 밝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가을 하늘은 수증기가 적은 등 청명할 확률이 높고, 그만큼 달빛이 선명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인들 정서로는 달이 보이지 않는 그믐을 즈음한 시기나, 혹은 흐린 하늘 탓에 달의 존재를 볼 수 없는 날이 별로 좋지 않게 인식되는 예가 많다.  반면 보름달이든 반달이든 달이 하늘에 걸려 있을 경우 대체로 친근하게 느낀다. 대다수의 문학작품들이 달을 최소한 불편하지 않은 존재로 묘사하는 건 이런 정서의 반영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달에 관한 이런 저런 구전이나 달을 소재로 한 소설 혹은 시가 한국인들의 정서를 더 이상 풍요롭게 하지는 않는 듯 하다. 자연에서 점차 멀어져 인공적인 것들의 영향을 압도적으로 크게 받는 요즘 세태가 아마도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환한 인공 조명과 이런저런 이른바 문명의 이기들은 밤에 활동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늘려 놓고 있다. 또 깨어 있는 밤 시간 자체를 연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가끔씩 고개를 들어 달을 응시하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보는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듯 하다.

게다가 요즘은 봄 가을로 기승을 부리는 황사 탓에 명징한 달을 구경하기 자체가 쉽지 않다. 하늘 가득한 미세 먼지들로 인해 부옇게 보이는 달은, 설령 보름달일지라도 사실 더 이상 상서롭거나 풍요의 상징이 되기 힘들다. 온 인류의 커다란, 살아있는 문화재, ‘달님’을 잃어가고 있다면 과장일까?

김창엽

◆ 김창엽 자유기고가

중앙일보에서 과학기자로, 미주 중앙일보에서 문화부장 등으로 일했다. 국내 기자로는 최초로 1995~1996년 미국 MIT의 ‘나이트 사이언스 펠로우’로 선발됐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문화, 체육, 사회 등 제반 분야를 과학이라는 눈으로 바라보길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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