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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량특집] 두려움의 미학, 오컬트 영화

[영화 A to Z, 시네마를 관통하는 26개 키워드] ⓞ Occult film (오컬트 영화)

2020.07.17 이지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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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로 분류되는 공포영화(horror film)가 대중에 사랑받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다.

그리고 이때부터 신비주의(occultism) 소재의 영화들이 등장했다. 초자연적 현상이나 유령, 악마 등을 다루는 영화는 이후 ‘오컬트 영화(occult film)’라 불리게 된다.

대부분의 예술이 ‘끔찍한 사실’이나 ‘흉측한 소재’를 드러내기보다 암시적으로 보여주려 애쓴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컬트 영화가 무시무시한 소재를 직접 소개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소재의 혐오감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스크린 속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매해 여름마다 엇비슷한 공포영화가 등장하고, 한 편이 흥행하면 비슷한 취향의 또 다른 작품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오컬트는 유행에 민감한 영화장르이다.

◈ 오컬트의 효시 <로즈마리의 아기>

- 영화 <로즈마리의 아기> 포스터. (사진=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http://www.kmdb.or.kr)
영화 <로즈마리의 아기> 포스터. (사진=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http://www.kmdb.or.kr)

최초의 오컬트 영화라 할 수 있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로즈마리의 아기(국내 개봉명 : 악마의 씨)>(1968년작)를 둘러싼 일화가 있다.

제작자 윌리엄 캐슬이 주인공과 비슷한 신장 결석 증상으로 입원한 뒤, 그가 치료 받는 병원에서 영화음악 작곡가가 사망하는 일이 생긴다.

더구나 그의 퇴원 즈음, 로만 폴란스키 아내의 사망 사건이 발생한다. 임신한 채로 영화와 비슷한 상황에서 그녀가 살해당한 것이다. 이후 이 사건은 일종의 ‘저주’처럼 영화와 관련해 소개될 때가 있다.

비정상적 형상이 개연성 있게 예술에 대입될 때, 세간의 시선은 작품을 ‘마술적 성향’으로 설명하려고 든다.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는 선사시대 벽화처럼, 세속적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주술 효과를 이러한 작품들은 연상시킨다.

실제로도 오컬트는 비유적이고 마술적인 현상에 집중하는 장르이다. 과학적으로 완전히 추론할 수 없는, 초정상적인 힘을 기반으로 영화의 플롯이 진행된다.

그럼에도 이들 영화가 가지는 역설적 감정을, 사건 자체의 기이함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초현실적’ 혹은 ‘초자연적’이라 소개되는 미스테리한 감상은 오직 ‘관객의 입장’에서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들 영화의 미스테리는 ‘주관적으로’ 바라볼 때에만 성립된다.

<로즈마리의 아기>를 찍을 당시 카메라의 원칙에 대해 폴란스키는 자서전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원작이 중시한 주관성에 다가가기 위해, 나는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를 사용했다. 먼 거리에서 찍을 때 흔히들 빠르게 작업하려고 심도 깊은 렌즈를 사용하는데, 이렇게 하면 작업 속도가 높더라도 시각적 효율성은 떨어진다. 이런 경우 이미지는 설득력을 잃는다”

분명 이 작품이 가진 미스테리한 분위기는 ‘알지 못하는 것’ 혹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불가사의한 감정을 강화하기 위해 감독은 ▲주인공의 입장에서 관객들이 (전체가 아닌) 부분을 알도록 만들거나 ▲커다란 사건의 일부만을 영화에 드러내거나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인물이 난관에 부딪히게 만들어 곤란한 상황을 강조한다.

비견컨대 이때의 미스테리는 ‘비밀’이 아니다. 감춰진 무언가를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어렴풋이 느끼지만 몰라서 곤란한 심리적 상황을 영화가 연출한다. 그런 면에서 오컬트는 ‘병리학적 즐거움’을 위해 소비되는 면이 있다.

◈ 한국의 오컬트 <불신지옥>과 <곡성>

근래 한국 영화계에서 피가 낭자한 고어물(gore)이나, 자극적인 살인 소재의 지알로(giallo) 풍 영화를 만난 적은 없는 것 같다.

이런 장르가 지극히 미국적인 것도 원인이지만, 우리가 선호하는 환상영화 대부분이 ‘귀신’ 소재에 집중된 것도 이유일 것이다. 단언컨대 한국의 공포영화 80% 이상은 오컬트 소재로 구성돼 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공포영화에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산괴령>(1931년작)은 ‘알고 보니 귀신이 아니었다’는 리얼리즘의 드라마와 결합하고, <월하의 공동묘지>(1967년작)는 ‘한(恨)’에 집중해서 도덕적 영역으로 주제를 옮겨간다.

이는 곧 ‘타장르와 결합’해서 한국식 오컬트 영화가 변화한 것이다. 스릴러나 멜로, 사회적이고 리얼리즘적인 다양한 드라마가 한국의 공포 소재들과 결합한다.

그런 점에서 온전히 ‘샤머니즘’에 집중하는 이용주 감독의 <불신지옥>(2009년작) 같은 영화가 등장했던 것은 반갑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가지 전통 민간신앙에 집중해서 사건을 진행하며, 과정에서도 타 장르의 명쾌함을 끌어들여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진중하고 모호하게, 서구식 오컬트 해법에 몰두할 뿐이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2016년작) 역시 괜찮은 오컬트 장르영화다.

이 영화 속 ‘악마’는 때로 잔인하게 충격을 주고, 때로는 현실적으로 일상에 침입한다. 이때 감독은 대중들의 시선 위치를 설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완벽하게 ‘앎의 정도’를 지배하고, 불안을 연장시키며, 결과가 지연되도록 만든다.

어쩌면 오컬트 영화의 미스테리함은 광대한 어둠을 비추는 ‘작은 빛’ 정도로 소개될 수 있을 것이다.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좁은 영역만을 엿보도록 만들고, 미지의 세계로 관객들의 시선을 밀어 넣는다.

앞으로도 기원적이고 근원적인 매력의 오컬트적 혼동을 극장에서 만나기를 기다린다.

이지현

◆ 이지현 영화평론가

2008년 '씨네21 영화평론상'으로 등단했다. 씨네21, 한국영상자료원, 네이버 영화사전, 한겨레신문 등에 영화 관련 글을 썼고, 대학에서 영화학 강사로 일했다. 2014년에 다큐멘터리 <프랑스인 김명실>을 감독했으며, 현재 독립영화 <세상의 아침>을 작업 중이다. 13inoch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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