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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비평에서 퀴어영화까지

[영화 A to Z, 시네마를 관통하는 26개 키워드] ⓠQueer cinema(퀴어영화)

이지현 영화평론가 2020.08.14

처음으로 ‘여성영화’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1970년대로, 정신분석학이 유행하던 시기였다. 기본적으로 정신분석학은 ‘관점’을 언급하는데, 이는 곧 ‘여성의 관점’과 ‘남성의 관점’으로 세분화되었다.

따라서 영화제작자의 입장에서 어떤 영화를 ‘남성중심적’이라고 말하려면, 이와 비교해 ‘여성용 영화’라거나 ‘여성혐오적인 영화’ 같은 것이 존재하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했다.

폐쇄적이고 지역화된 학문이었지만, 이론가들의 입장에서 페미니즘은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번졌다.

먼저 미국을 중심으로 영미권 국가들은 ‘성적인 차이를 제도상에 어떻게 기입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비교적 학문적인 접근이다.

이와 달리 프랑스를 비롯한 라틴계 국가들은 ‘인간 개인에 대한 인권’과 실생활에서의 ‘보편적인 성문제’에 파고들었다. 사회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페미니스트 영화 운동은 미국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제2회 광주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갯빛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제2회 광주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갯빛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젠더퀴어의 등장

1970년대 영화잡지 <스크린>의 평자들은 영화 속 여성의 이미지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들이 보기에 여성 캐릭터는 대개 성녀나 어머니, 팜므파탈 등으로 정형화되어 있었다.

당시 미국의 페미니즘 이론가들은 3가지 방법으로 문제 해결책을 고민했는데, 첫째로 정신분석학을 이용한 ‘시선 분석’ 방식을 들 수 있다.

내러티브 진행에서 여성의 시선이 중요하다고 이들은 언급했고, 시각적인 표현도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널리 알려진 ‘텍스트 분석’ 방법이 이 과정에서 이용되었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하에서 억압된 여성 캐릭터를 통해 ‘사회의 징후 읽기’라는 새로운 비평 패턴이 당대에 등장했다.

셋째, 포스트모던한 ‘해체주의’가 여성주의와 만났다. 기존에 알려진 ‘여성적 특성’이 생물학적으로 필연적인 분류가 아니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따라서 여성의 정체성을 해체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른바 ‘젠더 이론’은 그렇게 나타난다.

초기의 젠더 이론은 ‘사회적 성별’에 관해 몇 가지의 변형을 제안했다. 그리하여 ‘젠더 롤’이나 ‘젠더 아이덴티티’ 같은 사회적 관점을 논의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후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가부장적 사회와 완전히 분리되어서 ‘남/여’ 구분을 언급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속화되었던 것이다.

트랜스젠더(transgender)라는 용어가 그 결과 만들어진다. ‘이상한’ 혹은 ‘특이한’ 이라는 뜻을 가진 ‘queer’를 이용한 젠더퀴어(genderqueer) 역시 같은 시기에 등장한 용어이다.

지금에 이르러 1990년대의 페미니즘 운동은 ‘젠더 스터디’라 불린다. 이 시기의 영화비평에는 ‘관음증, 페티시즘, 절시증’ 같은 용어들이 자주 보인다.

알튀세르나 라캉 같은 프랑스의 이론가들이 자국보다 영미권에서 더 적극적으로 수용되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 독립영화와 여성영화제

가장 먼저 1990년대 여성주의 이론가들의 눈에 포착된 연구대상은 ‘남성감독이 만든, 남성 위주의 카메라 움직임을 가진 영화들’이었다.

할리우드의 상업영화 대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심지어 이 영화들은 ‘관객’과 ‘스타’와의 관계를 일반화하는 과정에서도 남성우월주의적 대중영화의 트렌드를 뒤쫓는다.

막대한 제작비와 관련되어 있기에, 상업영화 내부에서 이 문제를 균형적으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했다. 때문에 독립영화 그룹이 움직였다.

최초의 페미니즘 다큐멘터리 <The Woman's Film>이 제작된 것은 1971년이다. ‘샌프란시스코 뉴스 릴’ 그룹은 40분 분량의 이 흑백영화를 통해 여성들이 겪은 삶의 불평등에 대해 인터뷰했다.

최초의 여성영화제도 이 무렵 시작되었다. 1972년 뉴욕에서 열린 ‘The First International Festival of Women’s Films’가 그 행사이다. 이후 1973년에는 ‘에딘버러 국제영화제’ 내부에서 여성 관련 이벤트가 신설되기도 했다.

현재 수많은 여성영화제들이 교류의 장으로써 토론의 기회를 제공한다. 여성감독들이 만든 다양한 독립영화가 영화제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점진적으로 상업영화 시스템 내부로 진입하고자 한다.

◈ 그리고 퀴어영화

1990년대 초반, 영화잡지 <사이트 & 사운드>는 동성애 주제의 독립영화를 일컬어 ‘뉴 퀴어 시네마’라고 명명했다.

사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학술적 저술에서 자주 ‘퀴어’라는 단어를 발견한다. 하지만 이를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LGBT(성적소수자들을 이르는 말.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앞 글자를 딴 것. * 편집자 주)의 정체성이나 경험에 관해 언급하는 영화 모두를 포괄적으로 퀴어영화(queer cinema)라 부를 뿐이다.

최근 들어 퀴어영화는 대중영화 바깥의 트렌드가 되어 사회적 상상력과 결합하고 있다.

이를테면 <꿈의 제인>(2016년작) 같은 한국독립영화는 흥행 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년작)이나 <마티아스와 막심>(2019년작) 같은 해외영화들은 메이저영화와 견주어서도 밀리지 않는 확고한 팬층을 보여줬다.

‘페미니즘 운동’과 ‘영화의 페미니즘’은 사실상 병존해왔다. 영화를 통해 여성주의는 현실과 결합했고, 새로운 관점과 미학을 유행시켰다.

퀴어영화 역시 그 커다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대중적 호소력을 증명하며, 영화의 장르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퀴어영화의 저력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지현

◆ 이지현 영화평론가

2008년 '씨네21 영화평론상'으로 등단했다. 씨네21, 한국영상자료원, 네이버 영화사전, 한겨레신문 등에 영화 관련 글을 썼고, 대학에서 영화학 강사로 일했다. 2014년에 다큐멘터리 <프랑스인 김명실>을 감독했으며, 현재 독립영화 <세상의 아침>을 작업 중이다. 13inoch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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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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