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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회고전’ 프로그램

[영화 A to Z, 시네마를 관통하는 26개 키워드] ⓡ Retrospective (회고전)

2020.08.28 이지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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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필름 아카이브는 프랑스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다.

파리에서 시네마테크 건립을 주도한 인물은 다름 아닌 앙리 랑글루아(Henri Langlois)로, 그는 친구인 조르주 프랑주 감독과 함께 벼룩시장이나 파산한 영화관, 상점 등지를 돌아다니며 1935년부터 과거 영화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사실 프랑스는 1932년에 국립 시네마테크 건립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실패한다. 이후 1936년에 설립된 ‘랑글루아의 시네마테크’는 실질적으로 나라를 대표하게 된다. 1969년 국립 ‘CNC 필름 아카이브’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로도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활동은 주요한 맥락을 이어간다.

한국의 시네마테크를 표방하고 있는 한국영상료원은 1974년 한국필름보관소에서 출발해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2007년 5월 상암 DMC 단지에 개관되었다. 이곳에는 영화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수집, 보존, 서비스하고 있으며 누구나 쉽고 즐겁게 영상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대민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한국영상자료원 누리집 https://www.koreafilm.or.kr)
한국의 시네마테크를 표방하고 있는 한국영상료원은 1974년 한국필름보관소에서 출발한 곳으로 영화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수집, 보존, 상영 서비스 등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영상자료원 누리집 https://www.koreafilm.or.kr)

◆ 앙리 랑글루아의 시네마테크 운동

사전적으로 시네마테크는 ‘시네마 + 도서관(bibliotheque)의 합성어’이다. 말하자면 ‘영화도서관’ 정도로 소개할 수 있다.

영화도서관을 처음에 기획하며 랑글루아의 포부는 컸다. 한 마디로 그는 ‘영화의 루브르’를 짓고자 했다. 이를 위해 콜렉션의 원칙을 “좋은 영화만을 모으지는 않는다”고 정한 뒤, 세계 각국의 영화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가장 먼저 모은 영화 목록은 ‘프랑스의 아방가르드 필름’이었다. 그리고 전쟁 이전의 영화, 각국의 대표작들을 차례로 수집했다. 독일의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1920), 미국의 <국가의 탄생>(1915), 러시아의 <전함 포템킨>(1925), 스웨덴의 <유령 마차>(1921)가 초기의 수집 목록에 포함됐다.

도큐먼트로서 수집된 필름들은, 이후 판단에 근거하지 않은 관습적 방식으로 대중들과 만나야 했다. 이를 위해 시네마테크는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상영’하는 역할까지 도맡았다.

실제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상영 프로그램은 논리적인 방식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국가나 시대, 스타일이나 인물 등 실용적이고 공감각적인 내용을 토대로 자유롭게 완성된다.

1991년부터 10년간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관장을 지낸 도미니크 파이니는 스스로를 ‘평론가가 아닌, 시네필(영화애호가)’이라고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시네마테크 문화는 영화를 평하거나 분류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일종의 예술품으로서 자료를 수집하고, 특정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져서 담론의 방향성을 제안하는 것이 기관의 최종 목표다.

과거에 어떠한 평가를 받았던 영화라 하더라도, 이곳에서 다른 영화들과 어우러져 또 다른 시각에서 새롭게 비추어질 수 있다.

각 기관의 영화 프로그램이 서로 다른 것도 특징이다. 예를 들어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와 툴루즈의 시네마테크는 동일한 프로그램을 소개한 적이 없다.

시스템의 측면에서 아카이브와 결합한 시네마테크 활동은 일시적이고 임의적으로 대중들과 소통한다. 그리고 이미지를 통한 ‘역사에 대한 사유’를 집결시킨다.

◆ 시네마테크의 레퍼토리 ‘회고전’

1920년대에 이미 극장은 일종의 ‘레퍼토리 세션’을 갖추고 있었다. 극장마다 선호하는 영화의 분위기가 달랐고, 제각각 상영목록을 가늠하는 척도도 달랐다.

1930년대와 1940년대를 거치면서 시네마테크 운동이 전개된 후로, 영화의 레퍼토리 목록은 이전보다 더욱 공고해졌다.

시네마테크의 경우 리셉션 개념의 갈라쇼와 더불어 사라진 필름 발굴 및 소개, 주제별 프로그램 등의 주요한 행사들을 가졌다. 이중 ‘회고전(retrospective)’ 세션은 주제별 프로그램의 대표격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회고전의 진행 방식은 ‘영화감독’ 위주의 프로그래밍이다. 당대 극장에 소개되지 못한 ‘과거 감독들’이 주요 타겟이지만, 최근에는 ‘동시대 감독’을 대상으로 삼는 일도 빈번해졌다.

참고로 1990년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대표적인 회고전 목록은 다음과 같다. <프리츠 랑>, <로베르 브레송>, <아벨 강스>, <프랑스 아방가르드>, <루이스 브룩스>…. 모두 도미니크 파이니의 기획이다. 다수가 영화감독이지만, 일부 사조나 배우의 이름도 보인다.

이처럼 ‘장르’나 ‘사조’, ‘시대’나 ‘국가’가 회고전의 빈번한 주제가 된다. 예를 들어 1937년 4월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초현실주의 사조’ 회고전을 진행했는데, 당시 루이 브뉴엘의 <안달루시아의 개>(1928) 외에 장 르누아르의 <나나>(1936)와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의 <퀸 켈리>(1928)도 함께 소개됐다.

이론적으로 <나나>와 <퀸 켈리> 같은 영화를 초현실주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작품들도 분명 초현실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훗날 앙리 랑글루아는 당시의 프로그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잘 된 프로그램의 뒤에는 과학이 숨겨져 있다. 우리가 패션쇼의 ‘오뜨쿠뛰르’라 부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영화들 사이에 관계가 생성되고, 어떤 일이 일어난다. 벽에 걸린 그림의 순서를 거치면서, 놀라운 서프라이즈가 생긴다”

현재 ‘회고전’ 세션은 시네마테크뿐 아니라, 극장이나 영화제를 통해서도 상영된다. 이처럼 회고전의 방식이 일반화되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영화가 문화적 ‘유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처음에 시네필 고유의 문화로 시작된 회고전의 역사를 통해 영화가 ‘관람’ 그 자체로 담론 생성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증명되었다. 기억을 보존하는 지식의 도구로써, 영화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시네마테크가 영상문화를 독점하던 시대는 이미 끝이 났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여전히 시네마테크뿐이다. 랑글루아의 바램대로, 시네마테크는 영화를 사랑하는 자들의 성전(temples)이 되었다.

이지현

◆ 이지현 영화평론가

2008년 '씨네21 영화평론상'으로 등단했다. 씨네21, 한국영상자료원, 네이버 영화사전, 한겨레신문 등에 영화 관련 글을 썼고, 대학에서 영화학 강사로 일했다. 2014년에 다큐멘터리 <프랑스인 김명실>을 감독했으며, 현재 독립영화 <세상의 아침>을 작업 중이다. 13inoch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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