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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를 알리기 위한 영화잡지의 노력

[영화 A to Z, 시네마를 관통하는 26개 키워드] ⓥ Voting system(영화 설문조사 시스템)

이지현 영화평론가 2020.10.23

영국영화협회가 발간하는 영화잡지 ‘사이트 앤 사운드’는 1952년부터 10년에 한번씩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라는 제목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각국 영화평론가들이 이 설문에 참여하고, 1992년부터는 감독차트가 따로 공개된다.

가장 최근의 목록은 2012년에 완성되었다. 당시 비평가 투표에서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1958)이, 감독 투표에서는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1953)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수많은 영화 관련 기관들이 정기적으로 감독이나 비평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voting system)’를 진행한다. 그중 사이트 앤 사운드의 리스트는 조사 범위가 넓고 발표 간격도 길어서 중요도에 있어서는 최상이라고 언급된다.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와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 포스터. (출처=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http://www.kmdb.or.kr)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와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 포스터. (출처=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http://www.kmdb.or.kr)

◈ ‘까이에 뒤 시네마’의 연간 영화 톱텐

한편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차트는 ‘까이에 뒤 시네마’의 연간 영화 목록이다. 사이트 앤 사운드의 영화순위가 2022년에 발표될 것이란 점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2020년의 명단 쪽에 좀 더 관심이 생긴다.

1951년에 까이에 뒤 시네마가 창간된 후 꾸준히, 이 잡지의 편집진은 연간 톱텐(Top Ten) 명단을 선정했다. 몇 차례 누락되긴 했지만, 거의 매해 영화 리스트가 소개됐다.

까이에 뒤 시네마는 기본적으로 ‘누벨바그’ 사조와 연관되어 있다. 2차 대전 이후 무너진 프랑스의 영화산업을 이들 비평가 집단은 건설적으로 재건하고자 했다. 스스로 영화를 만들고 ‘새로운 창작법’을 내세워서 거대한 문화 흐름을 주도하고자 했다.

까이에 뒤 시네마의 영화 목록에는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훗날 이들이 ’작가’라 명명하는 감독의 리스트와 1950년대 탑텐 영화의 연출자들이 전부 겹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1951년의 1, 2위는 장 르누아르의 <강>(1951)과 로베르 브레송의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1950)가 차지하고 있다. 르누아르나 브레송은 당시 프랑스 주류 영화계의 감독이 아니었다.

미국영화인들 중 세 사람의 이름이 눈에 띈다. 하워드 혹스의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1963),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1955)과 <오인>(1956), 오손 웰즈의 <미스터 아카딘>(1955)과 <악의 손길>(1958)이 각각 해당년도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밖에 루이 브뉘엘, 칼 드레이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로베르토 로셀리니, 프리츠 랑의 이름도 1950년대 영화랭킹에서 발견된다. 이들은 모두 ‘작가주의 10인 영화감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연출자들이다.

◈ ‘씨네21’의 올해의 영화

1995년 5월, 영화탄생 100주년을 맞이해서 한국에서는 월간지 ‘키노’와 주간지 ‘씨네21’이 창간되었다.

언뜻 두 잡지의 경향성은 과거 ‘까이에 뒤 시네마’와 ‘포지티브’의 관계처럼 대립되어 보였다. (참고로 까이에 뒤 시네마가 미학적이었다면, 포지티브는 다소 절충적이고 진보적이었다.)

하지만 두 나라의 영화잡지를 비교해서 살피기는 어렵다. 다만 키노가 미학적인 비평의 분위기를 가졌다면, 씨네21은 대중화 경향에 조금 더 가까웠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씨네21의 경우, 보팅시스템을 적극 활용한다.

‘올해의 영화’ 선정에만 순위 매기기 방식이 활용된 것은 아니다. 씨네21은 매주 ‘별점’을 매겨서 영화감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씨네21처럼 ‘대중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언급되는 잡지사가 네트워크화된 리뷰의 방식을 사용한다면, 이는 미학적인 측면보다 ‘씨네필(cinephilie)의 문화’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니 씨네21의 경향성은 까이에 뒤 시네마나 포지티프보다는 ‘씨네클럽’ 같은 영화애호가들의 표현행위와 더 가깝다고 보아도 된다. 표현적이고도 행동적인 비평 양식을 이 잡지는 선호한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씨네21이 뽑은 ‘올해 베스트 영화’의 설문 결과가 발표된다. 이 명단은 ‘한국영화’와 ‘해외영화’를 구분하고, ‘올해의 영화인’ 분야를 선정한다는 특징이 있다.

2003년 7월 키노가 폐간된 뒤, 지금에 와서 씨네21의 초기 행보를 돌아보는 것은 불필요할 일이 되었다. 그럼에도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 한국의 비평문화는 자리 잡았다. 이론적이고 절충적인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현재는 광고와 영화 프로그램이 리뷰를 제공하는 시대이다. 창의적인 방식의 디지털 플랫폼이 대중들의 취향을 이끌어간다.

미학적 비평이 사라진 시대, 영화목록을 바라보며 ‘정보와 평가’ 사이의 이중적인 기능을 생각한다. 이 리스트는 숨겨진 나만의 보물을 발견하게 만든다.

혹은 예술 작품에 다가가도록 우리를 유혹하는 역할을 한다. 어쩌면 현재와 미래를 위한, 작은 표식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전염병의 유행으로 올해는 ‘극장 개봉작’조차 만나기 힘든 상황이다. 올해 리스트가 어떻게 채워질지 짐작하기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눈앞에 어김없이 투표의 결과가 나타날 것이란 사실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명확한 숫자를 달고, 올해의 영화 목록은 관객들을 찾을 것이다.

이지현

◆ 이지현 영화평론가

2008년 '씨네21 영화평론상'으로 등단했다. 씨네21, 한국영상자료원, 네이버 영화사전, 한겨레신문 등에 영화 관련 글을 썼고, 대학에서 영화학 강사로 일했다. 2014년에 다큐멘터리 <프랑스인 김명실>을 감독했으며, 현재 독립영화 <세상의 아침>을 작업 중이다. 13inoch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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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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