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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5월, 피렌체에서 엿보는 단테의 추억

[정태남의 클래식 여행] 이탈리아/피렌체(Firenze)

2021.05.17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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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 강 남쪽 언덕 위에 조성된 미켈란젤로 광장에 올라서서 불 밝혀진 피렌체 시가지를 내려다보면 마치 꽃이 만발한 듯하다. 그러고 보니 피렌체의 옛 이름 ‘플로렌티아’는 ‘꽃 피는 곳’이라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시선은 대성당과 피렌체의 정청이던 팔랏쪼 벡키오(Palazzo vecchio)와 아르노 강의 유서 깊은 다리 폰테 벡키오(Ponte Vecchio)로 집중된다.

그중 가장 핵심을 이루는 건축물은 두오모, 즉 대성당인데 천재 건축가 브루넬레스키가 1436년에 완공한 거대한 돔은 르네상스 건축의 효시로 손꼽힌다. 대성당의 정식이름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Santa Maria del fiore), 즉 ‘꽃의 성모 마리아’라는 뜻이다. 꽃의 도시 피렌체와 꼭 맞아떨어지는 이름이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내려다본 피렌체의 야경. 대성당(오른쪽), 팔랏쪼 벡키오(중간), 폰테 벡키오(왼쪽)에 먼저 시선이 집중된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내려다본 피렌체의 야경. 대성당(오른쪽), 팔랏쪼 벡키오(중간), 폰테 벡키오(왼쪽)에 먼저 시선이 집중된다.

봄 향기 그윽한 5월의 피렌체는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된다. 5월은 생명력이 넘쳐흐르는 아름다운 달이다. 그래서인지 5월이 되면 여러나라에서 축제와 음악제가 열린다. 예로, 체코에서는 ‘프라하의 봄 국제음악제’가 매년 열린다.

그런가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스프링 실내악축제’(Seoul Spring Festival of Chamber Music)라는 수준 높은 음악제가 매년 열린다. 그런데 여담이지만 ‘서울의 봄 실내악축제’이라고 하면 훨씬 더 좋을텐데 아름답고 순수한 우리말을 팽개치고 왜 굳이 영어 단어를 끌어들여 어색하게 ‘서울 스프링 실내악축제’라고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피렌체에서는 마지오 무지칼레 피오렌티노(Maggio musicale fiorentino), 즉 ‘피렌체 음악의 5월’이라는 국제적인 음악제가 매년 열린다. 피렌체를 대표하는 이 음악제는 피렌체와 토스카나 지방에서 열리는 칼렌디마지오(Calendimaggio)라는 아주 오래된 축제와 연계된다. 

‘5월의 첫날’이란 뜻의 이 축제는 봄이 온 것을 축하하여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함께 모여서 먹고 마시며 즐기던 전통 축제인데 <신곡>을 쓴 이탈리아의 대문호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1265~1321)의 어린 시절 추억 속에도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우피치 박물관에서 본 아르노 강의 다리 폰테 벡키오.
우피치 박물관에서 본 아르노 강의 다리 폰테 벡키오.

올해는 단테 서거 70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다. 그는 르네상스의 여명이 서서히 밝아 오던 피렌체에서 1265년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9살 되던 1274년 5월 1일 아버지를 따라 부유한 은행가 포르티나리의 저택에서 열리는 칼렌디마지오 축제에 갔다가 주인집의 여덟 살 난 딸 베아트리체를 보고는 그만 눈과 마음이 완전히 뒤집혀 버렸다.

그후 10년이 흘렀다. 19세의 청년 단테는 폰테 벡키오 근처 강변로에서 그녀와 마주쳤다고 하는데 그때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이 세상에서 더 이상 만날 인연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단테에 의하면 그녀를 본 것이 그것이 생애 두 번째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녀는 집안에서 일찌감치 점찍어둔 부유한 바르디 가문의 젊은이와 1287년에 결혼했다. 단테도 집안에서 일찌감치 점찍어둔 부유한 도나티 가문의 딸과 1285년에 결혼하여 자식도 낳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항상 베아트리체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런데 베아트리체는 꽃다운 24세의 나이에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베아트리체의 가묘. 베아트리체는 이곳에 묻혔던 곳으로 추정된다.
베아트리체의 가묘. 베아트리체는 이곳에 묻혔던 곳으로 추정된다.

단테가 살던 시대의 피렌체는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하면서 앞으로 문화의 중심지가 될 바탕을 다져 나갔다. 하지만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교황간의 알력 다툼으로 피렌체는 교황 지지파와 신성로마제국 황제 지지파로 분열되어 있었다. 혼란한 정세에 휩쓸렸던 단테는 1302년에 피렌체로부터 영구히 추방되고 말았다.

그는 오랜 유랑 생활 끝에 라벤나에서 1321년에 숨을 거두었는데, 죽기 전에 베아트리체를 추억하면서 방대한 서사시 <희곡(Commedia)>을 완성했다. 당시 이런 문학작품은 당연히 라틴어로 쓰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그는 고향의 보통사람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썼다. 이리하여 피렌체와 그 주변 토스카나 지방에서 쓰던 말은 나중에 이탈리아의 표준어로 굳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단테 기념상.
단테 기념상.

이 작품 속에서 단테는 1300년 부활절 이전 목요일 밤부터 부활절 다음 목요일 자정까지 고대로마의 문인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저승을 둘러보는데 여정은 지옥으로부터 시작하여 연옥을 거쳐 성모 마리아, 산타 루치아, 그리고 베아트리체가 있는 천국으로 향하는 것이다.

베르길리우스는 인간의 이성(理性)을 상징하고 베아트리체와 단테와의 관계는 예수 그리스도와 인류간의 관계를 상징한 것이라고도 볼 수도 있겠다.

후세의 문인 보카치오(1313-1375)는 이 작품이 신성하다고 해서 <신곡(La Divina Commedia)>이라고 했고 이 제목으로 1555년 베네치아에서 처음 출판되었다.

한편, 19세기 유럽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위대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프란츠 리스트(1811~1886)는 단테의 <신곡>에 영감을 받아 <단테 소나타>와 <단테 교향곡>을 작곡했다. 위대한 문학작품이 위대한 음악으로 승화되었던 것이다.


정태남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미술·언어·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이탈리아 도시기행>,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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