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도입된 퇴직연금은 2023년 기준으로 가입자 수는 상용근로자의 절반에 가까운 714만 4000명으로, 적립금액은 382조 4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그동안 DB(회사책임)형 중심으로 증가해 오던 것이 몇 년 전부터는 DC(가입자책임)형으로 빠르게 전환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말 적립금 기준 유형별 비중을 보면, 연금자산 운용의 책임을 회사가 지는 DB형은 53.7%로 낮아진 반면에 가입자가 운용의 책임을 지는 기업형DC와 개인형DC라고 할 수 있는 IRP(개인형 퇴직연금)를 합친 비중은 46.3%로 늘어났다.
가입자 수 기준으로는 이미 DC형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 56.5%를 차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퇴직연금 시장은 DC형 중심으로 바뀌어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퇴직연금제도를 신규로 도입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대부분 DC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기존 DB제도 도입기업 중에서도 DC제도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퇴직하는 직장인들 중 상당수가 퇴직연금을 개인형 DC인 IRP로 바꿔놓기 때문이다.
참고로 퇴직연금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을 보면 1980년대까지만 해도 30%대에 지나지 않았던 DC형의 비중이 최근에는 70% 가까이로 높아졌다.
문제는 이렇게 DC형 퇴직연금의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기업이 근로자들에게 충분한 연금투자 교육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투자능력 부족에 따른 운용실패로 근로자의 노후 빈곤화 문제가 발생하거나, 근로자들 사이에 운용수익률 차이가 커서 새로운 불공평이 조성되고, 이것이 연금제도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DC형 퇴직연금은 기본적으로 가입자(근로자) 스스로가 연금자산을 운용하고 수익률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가입자가 지는 자기책임형 연금이다.
따라서 가입자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가입자에게 일정수준의 투자지식을 필요로 하며, 투자교육을 통해 가입자의 투자이해도를 높일 책임은 사업주 즉, 기업에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보면 인터넷을 통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가입자들의 관심부족, 교육내용의 어려움 등으로 교육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심하게 표현한다면 DC형 퇴직연금 도입 기업의 근로자 대상 투자교육 노력은 제로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학교교육이나 사회교육에서 투자지식을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DC형 퇴직연금 도입 환경으로서는 최악의 환경인 것이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 즉, 근로자들은 투자상품 운용에 대한 지식도, 자신감도 없다 보니 연금자산의 80% 가까이 수익률 낮은 원리금 보장상품에 넣어놓고 있다.
당연히 높은 수익률을 낼 수가 없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본래 기업이 져야 할 연금자산 운용리스크를 근로자에게 전가시킨 퇴직연금 도입기업의 각성이 필요하다.
책임감을 갖고 근로자들이 연금투자와 관련된 기본적인 투자지식과 우량금융상품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교육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DC형을 도입한 기업은 적어도 운용을 잘못한 책임이 근로자 본인에게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업은 또한 개개인의 투자능력 향상이 근로자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DC형 퇴직연금이 근로자들의 노후설계에 대한 인식을 바꿀 뿐 아니라 투자지식 수준을 높여 경제를 보는 눈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능력은 투자지식과 실행력을 모두 갖춰야 하는 것인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투자지식 자체는 영어나 수학 공부하듯이 일단 지식으로 배워야 한다.
그런데 100명이 영어, 수학을 배웠다고 다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투자지식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적성에 안맞는 사람, 지식이 없는 사람을 위한 상품준비도 해야 한다.
또, 지식이 있다고 반드시 투자에 옮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지식이 있어도 플러스알파 요인이 없으면 선뜻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을 행동하게 하려면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전문가를 만나 직접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연금투자교육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근로자들에게 관심과 흥미를 두도록 하는 일이다.
바꾸어 말하면 투자교육의 중심은 무관심층을 박멸하는 데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관심만 두도록 하면 정보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내버려둬도 스스로 배울 수 있다.
결국, 투자교육의 관건은 무관심층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자사의 퇴직연금제도를 철저히 이해시키고, 투자의 즐거움을 가르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어느 때는 건전한 위기감을 부추길 필요도 있다. 관심을 갖고 공부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 전 미래에셋 부회장
대우증권 상무, 현대투신운용 대표, 미래에셋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로 일하고 있다. 대우증권 도쿄사무소장 시절, 현지의 고령화 문제를 직접 마주하면서 노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품격 있는 노후를 보낼수 있는 다양한 설계방법을 공부하고 설파하고 있다.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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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삭제 <201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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