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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건만 아니온 것과 같다는 '춘사불래춘'는 서시, 양귀비, 우희와 함께 고대 중국의 4대 미녀로 꼽히는 절세미녀 왕소군 이야기다.
흉노와의 화친 정책에 의해 흉노족에게 시집가 왕의 애첩이 되었으나 고향을 그리며 "오랑캐 땅은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라고 한탄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봄이면 널리 인구에 회자되는 이 글귀는 시인 동방규가 왕소군을 그리며 지은 것이다.
많은 사람이 평안함과 따뜻함을 찾는 고장 '담양(潭陽)'은 먼 옛날 고려 때부터 담양이라 불린, 이름 그대로 물과 햇볕이 풍요로운 땅이었다.
그래서일까? 하늘을 찌를 듯 푸르디푸른 대나무와 단풍이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길, 그리고 물길 따라 유려하게 펼쳐지는 관방제림은 생각만 해도 시원하고 청초하면서 뭔가 운치 가득하다.
유난히 꽃샘추위와 눈발이 만연한 2025년, 일찌감치 봄을 느끼기 좋은 푸르디푸른 땅, 전라남도 담양으로 향한다.
어쩌면 방송작가 생활하면서 전라도의 대도시 광주나 목포보다 더 많이 찾아간 곳이 담양인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담양은 작년 기준 1576만 명의 방문객(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데이터랩' 기준)이 다녀간 대표 관광지다.
로컬100에 담양을 대표하는 대나무공원 죽녹원(竹綠苑)과 국내 가장 예쁜 길로 널리 알려진 메타세쿼이아 길, 그리고 관방제림 등 담양을 대표하는 명품숲이 이름 올린 것은 당연하다.
사실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방송'과 '글'을 직업 삼은 내게 담양은 숲의 땅이라기보다 가사문학의 땅으로 먼저 다가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때 소쇄원이 주는 담박한 문취에 위로받던 쓸쓸한 시절도 있었다.
꽉 막힌 조선의 조정과 불화했던 사림(士林)들은 무등산 정기 어린 담양 일원에 누와 정자를 짓고, 빼어난 자연경관을 벗 삼아 시문을 짓고 후학 양성에 힘썼다.
정치와 선을 긋고 오직 대쪽같이 올곧은 선비 정신 계승에 힘썼던 이들은 국난이 일었을 때는 분연히 일어나 무기를 들고 앞장섰다.
아들 고인후와 같이 전사한 고경명 같은 의병장이 바로 이 땅의 사림이다. 이것이 호남 사림들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였다.
이런 꼿꼿한 사림들이 나고 자란 담양의 대나무 공원 죽녹원은 바람 세찬 2월에도 한결같은 푸르름으로 반겨주었다.
약 31만㎡의 울창한 숲이 펼쳐진 죽녹원은 2005년에 개원한 국가지방공원이자, 이곳의 대나무숲은 국가 산림문화자산이다.
산림문화자산이라는 단어가 생소한데, 생태적, 경관적, 정서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큰 유형·문형의 자산이라는 것이다.

사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대나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은 아니다.
그러나 연평균 기온이 12.5℃로 매양 따뜻하면서 연간 강수량이 1300㎜로 고온다우한 담양은 대나무가 자라기 최적의 환경이었다.
영산강 상류가 임야를 가로지르면서 담양의 토지가 비옥한 것도 한몫했다.
그 덕에 우리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그저 오래된 이야기로만 만날 뻔한 대나무 숲을 이토록 멋스럽게 거닐 게 된 것이다.
죽녹원 입구에서 나무 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라가면 대나무가 선사하는 초록 향연에 눈이 시원해진다.
그리고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대숲 바람이 일상에 지친 심신이 깨어나면서 귀로 또 한 번 대나무를 즐기게 된다.
푸른 대나무 사이사이 쏟아지는 햇빛과 햇볕은 안온하고 아늑하다.
연신 카메라를 들면서 영화 '봄날은 간다'의 주인공들처럼 푸른 바람의 찰나를 어떻게든 담으려 애를 써 본다.
이대로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걷겠다 싶은데, 이렇게 대숲을 거닐며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총 2.4km의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운수대통 길, 죽마고우 길, 철학자의 길, 선비의 길 등 총 8가지 주제로 저마다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대숲 길을 기호 따라 골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적게는 2~3분 많게는 15분~20분 코스라 남녀노소 누구라도 편히 대나무가 주는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마음껏 섭취할 수 있다.
약 45cm쯤 돼 보이는 대나무 한 마디가 자라는 데 약 40일에서 45일 걸린다니, 하루에 1cm씩은 자란단 말이다. '우후죽순'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지 싶다.
그런데 손 닿는 대나무마다 칼로 이름을 새겨 넣거나 하트를 그려 넣어 상처 난 게 눈에 밟힌다.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그래도 대나무들이 이런 생채기 따위에 굴하지 않고 하늘 높이 치솟는 것에 안도한다.
게다가 대나뭇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죽로차(竹露茶)가 자생하고 있다.
죽녹원 바깥에는 갖은 대나무 기념품 등 볼거리와 먹을거리도 쏠쏠하다.
죽녹원 답사 후 찾아간 식당은 원래 담양시장 안에서 '암뽕순대'를 팔다가 시장 개발과 함께 이전한 30년 업력의 가게다.
아마 '암뽕'이라는 단어는 전라도 사람이 아니고서는 잘 모를 것이다.
암뽕은 새끼보, 아기보와 같은 말로, 돼지나 소의 태반과 자궁을 식재료로서 일컫는 단어다.
정체를 알고 나면 좀 거북하고 미안하긴 하지만, 여느 내장과 마찬가지로 고소하고 쫄깃해서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부위다.
암뽕은 다른 내장들에 비해 냄새가 심해 씻고 삶거나 요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전라도의 향토음식 '암뽕순대'는 암뽕이라는 이름이 붙긴 했으나 이것으로 순대를 만드는 것은 아니고, 돼지 '막창'에 속을 채워 만든 순대를 암뽕순대라 부르고 있다.

'삼겹살 랩소디'를 제작할 때도 느꼈지만, 그 옛날 돼지란 곧 축제였다.
털 한 모도 버리지 못해 구둣솔을 만들고, 오줌보로 공을 차고 놀았다는 돼지!
그 부속을 어찌 버렸으랴.
암뽕마저도 귀한 식재료였을테고 그 이름은 '암뽕순대'에 오롯이 남아있다.
돼지막창 역시도 냄새가 역하기 쉬운 부속. 속을 뒤집어 불순물과 지방 덩어리를 깨끗하게 제거하고 소금이나 밀가루로 깨끗하게 씻어내기를 여러 번 해야 특유의 잡내를 잡을 수 있다.
그 다음 대파, 양파, 숙주, 당면 등 여러 재료로 막창을 채우는데, 전라도의 많은 가게에서는 숙주도 아닌 콩나물을 애용한다.
콩나물이 순대 소에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아예 암뽕순댓국 국물에도 들어있다.
그래서일까? 국물이 여느 순댓국처럼 진하고 텁텁한 게 아니라 맑은 갈비탕처럼 깨끗하면서 콩나물국밥처럼 시원하기도 하다.
종래의 암뽕순대국과는 확연히 차별된다.
'암뽕순대'라는 이름의 원형 '암뽕'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쫄깃하고 고소한 '막창'의 특징을 잘 살려서 속은 부드러우면서 씹는 맛은 살아있는 막창순대를 기가 막히도록 잘 구현했다.
"돼지 막창이 잘 보면 두께가 달라요. 어느 한 쪽은 굵고 어느 한 쪽은 가늘어요. 그래서 속을 넣고 잘 삶은 다음에 막창이 두꺼운 쪽은 더 푹 삶아서 국밥으로 내고 막창 두께가 좀 덜한 쪽은 접시순대로 냅니다."
담양시장에서만 25년 장사했다는 주인 이정숙(74) 씨의 노하우가 확실히 엿보이는 암뽕순댓국, 아니 엄밀히는 막창순댓국이다. 속도 어찌나 보드라운지 꼭 요샛말로 '크리미' 하달까?

"옛날에 이 지역 사람들은 순대를 대나무에 넣고 찝니다. 그러면 대나무기름과 돼지 기름이 어우러져 잡내도 싹 없어지고 훨씬 순대가 맛났지요. 같은 대나무는 세 번 이상 사용하지 못해요. 대나무 기름이 싹~빠지니까 더 이상 쓸모가 없지요."
대나무로 필통이나 컵, 의자까지 만들지만, 여전히 음식을 만들 때도 이리 활용하고 있다니 놀라웠다.
"예전에는 식당 바깥에서 조리가 가능했으니까 찜통 자체가 엄청나게 컸어요. 그래서 대나무를 1m 길이로 잘라서 한꺼번에 순대 삶는 게 가능했는데, 요새는 실내로 찜기를 들여야 하기 때문에 40~60cm 정도로 짧게 잘라서 사용합니다."
이렇게 대나무에 넣어 한 시간 반 정도 찐 대나무암뽕순댓국.
쫄깃하고 녹진하면서 시원하고 구수한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춘사불래춘이라더니, 아니올씨다.
봄은 벌써 흔들리는 저 댓잎 마디마디에, 그리고 우리의 코와 입에 진작 당도했다.
이제 쭈욱~~ 기지개 펴고 일하러 가자!!!
◆ 죽녹원
ㅇ 주소 | 전남 담양군 담양읍 죽녹원로 119
ㅇ 영업시간 | 매일 09:00 - 18:00 / 입장료 있음
ㅇ 문의 | 061-380-2680
ㅇ 누리집 | www.juknokwon.go.kr
※ 자세한 사항은 누리집 참조

◆ 이윤희 방송작가, 로컬문화 전문가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KBS '한식연대기', 넷플릭스 '삼겹살 랩소디', 스카이트래블 '한식기행 - 종부의 손맛' 등 우리 식문화를 소재 삼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집필했다. 방송작가 22년 차지만 언제나 현역~! 지역마다의 고유한 맛과 멋을 알리는 맛깔난 글을 쓰고 싶다.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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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삭제 <2011. 6. 30.>
6. 삭제 <201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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