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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구룡포'하면 과메기! 울산 '장생포'하면 고래!
수국 축제로 관광객이 절정을 이루던 지난 주말, 로컬100에 이름 올린 장생포문화창고를 찾았다.
울산광역시 남구 장생포는 고래문화특구라서 가로등, 안내판 눈길 닿는 모든 장식과 조형물에 고래가 유유히 부유하고 있었다.
바다는 알고 있었다. 아니 우리 조상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울산광역시 울주 반구대암각화에 새겨져 있는 고래잡이 그림이나 각지에서 발견되는 고래 뼈, 유물 등으로 미루어 보면 선사시대부터 고래가 모이던 깊은 바다가 이곳 장생포였단 것을.
서해의 조수간만 차가 크게 8~9m에 이른다면 동해 중에서도 수심 깊으면서 조수차가 1m에 불과한 장생포는 염전 조성과 미역 같은 해조류 성장에도 유리했다.
더욱이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교차점에 있으면서 태화강, 삼호강, 회야강 등 크고 작은 강 하류에서 부유물과 플랑크톤이 유입되는 터라 장생포 앞바다에는 새우를 비롯한 작은 물고기들이 들끓었다.
결국 새끼를 낳으려던 고래에게 장생포는 더없이 좋은 보금자리였을 터, 신출귀몰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귀신고래'는 장생포의 단골손님이었다.
고래가 드나드는 깊은 울산 바다는 커다란 선박을 대는데도 쉬웠다.

어업 성행한 여수에서 돈 자랑 하지 마라더니 장생포에서도 개가 만 원 지폐를 물고 다녔다 할 정도였다.
수출수입품을 실어 나르는 대형 선박이 빼곡했고, 6~7층 규모의 냉동창고도 즐비했다.
1973년 양고기를 가공하던 남양냉동이 들어섰다가 1993년에는 명태, 복어, 킹크랩을 가공하는 세창냉동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10년도 못 돼 경영 악화로 문을 닫아버린 탓에 냉동창고는 주인을 잃었다.
폐허가 된 냉동창고의 문을 새로 연 것은 지자체와 시민이었다.
2016년 건물과 토지를 매입한 울산 남구청은 주민들의 여러 의견을 수렴해 2021년 장생포문화창고를 개관했다.
누구나 무료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문화창고는 총 6층 건물에 다양한 체험장과 전시실을 마련했다.
소극장은 물론 녹음실과 연습실을 둬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거점이 되는 것은 물론, 특별전시관과 두 개의 커다란 갤러리, 상설 미디어아트 전시관까지 갖추고 있어. 나 같은 사람은 하루 종일 놀아도 지겹지 않겠다 싶다.
세대별로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다양해 그 어떤 나이대여도 충분히 매력 있는 복합예술공간이다.
2층 체험관은 어린아이들과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에어장생(장생은 여기의 고래 캐릭터다)' 항공 체험(?)은 나이를 잊고 사진 촬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에어장생'을 타고 여행지 도착해서 입국 절차도 밟고, 환영의 즉석 사진 촬영 등 하고 나면 종이 고래 접기, 고래 붙여 바다 만들기 등 놀거리도 많다.
비행기 모형의 에어바운스까지 탈 수 있는 프로그램은 오는 8월 24일까지 계속된다.

정선, 김홍도, 신윤복,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화폭을 거대한 미디어 아트로 재현한 '조선의 결, 빛의 화폭에 담기다' 전시회는 이 하나만으로도 족하다 싶을 만큼 대만족이다.
정선의 웅장한 산수화, 김홍도의 생동감 넘치는 풍속화, 신윤복의 섬세한 인물화가 붓의 결과 빛을 따라 거대한 미디어 아트로 되살아나는 걸 보니 제법 감동이 일었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클림프 같은 서양화 위주의 미디어아트를 보다가 우리의 고요하고 단아한 수묵화와 풍경화를 사계절과 산수화 풍속화의 멋에 맞춰 재구성한 미디어아트를 보니 시민들에게 새로운 감성을 일깨우려 노력한 '고래문화재단(문화창고 위탁 운영)'의 고심이 읽혔다.
수십 년 된 냉동 창고 문을 떼지 않고 그대로 뒀는데, 이 문 너머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다. 영하 수십도 아래로 내려가던 냉동 창고는 문화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시민의 공공 공간으로 되살아났으니, 이것이야말로 업사이클링이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내 마음에 쏙 들어온 것은 2층에서 상설 전시되는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이다.
울산 공업의 역사와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 공간에서 늙으신 내 어머니 아버지는 한참이나 시간을 보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울산석유화학단지는 정유,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중화학공업이 집약된 대한민국의 산업 심장부로 한강의 기적을 선도했다.
나보다 25~30살 더 나이 먹은 부모 세대들은 울산석유화학단지의 성장을 온몸으로 체험한 동시대 사람들이기에 더 애잔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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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굴뚝이 매캐한 연기를 내뿜는 탓에 일본의 '이타이이타이(아야 아야)병'같은 극심한 중금속 중독질환이 울산에도 있었다.
1980년대에 조성된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제련소, 석유화학공장, 중화학 기업들이 집중됐다. 구리·아연 제련소에서 나온 중금속(납, 카드뮴, 수은 등) 배출로 주민들이 카드뮴과 납에 노출되면서 중금속 중독 증상, 일명 '온산병'을 앓았다.
상주하는 해설사께서 더없이 재밌게 이야기를 들려주시니 울산의 근현대 개발사가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과거에는 옳았지만, 지금에는 틀린 일들이 더러 있다. 우리는 늘 지난 역사에서 배운다.
선사시대 이후 명맥이 끊긴 장생포 고래 붐이 다시 일어난 것은 백 년도 안 된 일이다.
한반도 연근해는 고래의 황금어장이었다고 전해진다. 우리가 포경업에 무심한 동안 연해 어장은 외국 포경선에 개방되고 남획됐다.
우리나라 근대 고래잡이는 일본 해방 후 일본 포경선이 철수하고 나서 그 당시에 고래잡이에 종사하던 사람들에 의해 시작됐다.
1946년 최초 조선포경주식회사가 설립되고 어선 2척으로 고래잡이를 시작했다.
유용한 기름으로 혹은 요긴한 단백질원으로 울산 일대 경제를 지탱하던 고래잡이는 IWC(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 국제포경위원회)의 결정으로 1986년부터 상업 포경은 전면 금지된다.
100년도 안된 장생포 고래잡이의 영광도 옛이야기가 됐다.
장생포는 長 길 장, 生 날 생, 이름 그대로 긴 생명 '고래'의 땅인가?
'고래고기는 장생포에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말도 있듯 여전히 이 동네에선 고래고기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고래는 식탁 위에만 남아있는 것이다. 장생포 고래요릿집들 대부분 밍크고래 등 혼획된 고래만을 합법적으로 유통하하고 있지만, 고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은 맞다.
그러나 장생포가 아니면 언제 밍크고래를 맛보겠나? '희소성과 금지의 역설'은 고래고기를 더욱 욕망의 대상으로 만든다.
메뉴 중 대(大)에 속하는 12만 원 '모둠수육'을 선택한다. 첫 인상은 '고래'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육고기와 닮았다.
삶은 수육과 생회가 어우러진 한 접시는 어찌 이리 알록달록할꼬. 살코기, 껍질, 혀, 창자 염통, 모두 식용 가능한 고래고기는 특히 살코기에 혈색소가 많아 쇠고기보다 더 붉은 색을 띤다.
달달한 설탕과 참기름을 무쳐낸 고래육회는 거의 소와 다름없을 정도다.
'一頭百味 일두백미'라고 소 한 마리에서는 100가지 맛이 난다더니 고래 한 마리에서는 최소 12가지 맛이 난다고 전한다. 내가 보기엔 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더 세분화하면 스무 가지 맛 정도는 나지 않을까 싶다.

고래껍질 중에서 턱 아래 쭈글쭈글한 부채꼴 모양의 가슴 부위 '우네'는 대형 고래에서도 소량만 나는 고급 부위다.
가슴을 의미하는 일본어 '무네'에서 유래한 '우네'라는데, 우리의 포경어업 자체가 일본에서 기인한 것이다 보니 부위 이름에도 일본 잔재가 남아있다.
'오배기(다섯겹)'는 고래의 배 쪽 기름층과 살코기가 겹겹이 붙어 있는 건데, 정확히 말하자면, 피하지방(기름)과 근육층(살코기)이 층을 이루고 있는 부위로, 고래 특유의 맛과 식감이 가장 극대화되는 고급 부위다.
고래의 피부 아래쪽에 붙은 지방층과 그 아래의 근육층이 함께 절단된 부분이 섞여 있으니 기름의 고소함과 살코기의 쫄깃함이 조화를 이룬다.
부모님은 십수 년 전, 부산에서 비린 고래고기를 먹은 안 좋은 기억이 있기에 처음엔 마뜩잖아하셨으나 이번엔 기우였다.
부위마다, 또 조리법마다 소금, 초고추장, 고추냉이간장 등 다양한 소스에 찍어 먹는 고래고기는 저마다 존재감이 뚜렷했다. 때론 보쌈 같이 부들부들 부드럽고, 다른 부위는 꼬들꼬들한 생 조갯살 같은 식감이 아주 재밌다.
신선하면서 기름기도 적당히 있는 살코기를 철판에 구워 먹으면 소고기 저리 밀쳐낼 정도로 맛나다고 주인이 너스레를 떤다.
장생포의 고래요릿집은 단순히 '고래를 먹는 장소'가 아니다.
여기엔 어떤 '애도와 향수의 정서'가 있다. 사라진 산업, 사라진 생업, 사라진 포경선의 향수를 고기 한 점에 담아 음미하는 행위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과거를 애도하고 회상하는 의례다.
고래로 꿈꾼 어부들, 고래 고기로 단백질을 보충한 6.25 피란민들과 한강의 기적을 일군 산업역군들을 기리는 문화적 지층….
장생포의 고래는 사라졌지만, 고래고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고래의 시간을 씹고, 도시의 기억을 삼키고, 공동체의 내일을 준비한다.

◆ 이윤희 방송작가, 로컬문화 전문가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KBS '한식연대기', 넷플릭스 '삼겹살 랩소디', 스카이트래블 '한식기행 - 종부의 손맛' 등 우리 식문화를 소재 삼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집필했다. 방송작가 22년 차지만 언제나 현역~! 지역마다의 고유한 맛과 멋을 알리는 맛깔난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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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삭제 <2011. 6. 30.>
6. 삭제 <201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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