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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대극복

시설에서 '생활'을 찾다

[저출산 고령화 대극복] 유니트케어 시대 개막, 요양시설의 미래를 바꾸다

2025.03.28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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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유니트케어 도입 확대 노력은 환영할 정책이며 초고령사회 진입 국가로서 서둘러 정착되어야 할 사업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장기요양시설이 재택 요양돌봄의 또 다른 장소로서 연계·확장된 개념으로 안착하여 Aging in Place 실현을 견인하기를 기대한다.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우리는 체중의 증감과 체형의 변화를 경험하며 자신에게 더 알맞도록 옷가지를 바꾸게 된다.

우리나라 역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베이비부머가 어르신이 되는 등 상황 변화에 따라 어르신 돌봄이 변화하고 있다. 

시설급여 장기요양기관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어르신은 건강한 상태에서 노화와 질병 등의 이유로 돌봄이 필요한 상태로 바뀌게 되면 장기요양급여 등급판정을 통해 장기요양보험으로부터 요양과 돌봄에 사용되는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어르신의 요양과 돌봄이 자신의 집에서 이루어지면 재가급여, 요양시설에서 이루어지면 시설급여이다.

시설급여 장기요양기관은 시설의 정원을 기준으로 9인까지 생활할 수 있는 공동생활가정과 10인 이상이 함께 지내는 요양시설로 구분된다.

기존 노인요양시설은 의학적 치료와 공급자 중심의 획일화된 서비스에 중점을 둔 의료보호시설로 운영되었으며, 시설에서 생활하는 어르신은 기존의 사회적 관계성이 단절된 채 사생활과 존엄성, 즐거움과 같은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TV 시청 등으로 시간을 보내며 "의미 없는 매일"을 지내야 하는 곳이었다.

요양시설에 들어가는(입소) 것은 곧 죽을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견디는" 현대판 고려장과 다를 바 없다고 많은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는 이유일 것이다.

어버이날인 8일 오전 광주 북구 동행재활요양병원에서 입소환자가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고있다. 2024.5.8.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어버이날인 8일 오전 광주 북구 동행재활요양병원에서 입소환자가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고있다. 2024.5.8.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러한 노인요양시설이 최근 바뀌고 있다. 

공급자 중심의 시설환경은 이용자 중심의  '집'과 같은 생활환경과 서비스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기존의 다인실과 복도형 배치의 일률적 평면구성은 안정적 개인공간 중심의 소규모 생활공간 배치와 구성으로 변화하고 있다.

시설에서의 생활이 집과 같은 환경이 된다는 것의 가장 핵심은 시설에서의 식사와 활동 등 빼곡하게 짜여진 일정에 어르신을 끼워 맞추는 방식이 아닌 어르신이 원할 때 식사하고 활동할 수 있음에 있다.

평면구성과 공간배치 역시 시설에서의 사생활 영위를 위한 개인실과 요양돌봄의 공동생활을 위한 거실과 프로그램실이 집과 같이 구별과 연계를 반복하며 공간적 위계를 갖는다.

기존 요양시설(좌)과 유니트케어 요양시설(우) 평면구성. (출처='일본 유니트형 노인요양시설의 기능별 공간구성 분석'- 남윤철, 한국농촌건축학회논문집.20(3)
기존 요양시설(좌)과 유니트케어 요양시설(우) 평면구성. (출처='일본 유니트형 노인요양시설의 기능별 공간구성 분석'- 남윤철, 한국농촌건축학회논문집.20(3))

집과 같은 생활 지원을 위해 개인실에 화장실과 세면대 등이 설치됨은 당연하다.

기존의 공급자 중심 시설환경이 조성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펴보면 입소자의 자부담과 국가의 지원이 합쳐져 시설 운영자에게도 아무쪼록 남는 장사가 되어야 할 터인데, 법이 정하는 시설 유형별 최소 인력배치 기준과 요양돌봄 행위의 수가 산정에서는 요양돌봄의 최대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요양돌봄자의 효율적 조치 요구는 다인실과 복도형 배치, 일정에 따르는 식사와 활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공급자 중심의 급식과 요양, 일상생활 필요 편의 제공의 기본적 돌봄이 주어지는 대규모 집단생활의 병원 같은 환경에서 보호받고 수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기존 어르신 요양시설 상황도 우리나라의 기존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1980년대 초 미국 요양시설 거주 노인의 권리 보장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며 인간 중심 돌봄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으며, 시설에서의 간호보다는 시설에서의 집과 같은 생활 영위가 주목받았다.

일본은 1990년대 후반 집과 같은 환경에서 요양서비스 제공을 위한 10명 정도를 하나의 생활단위(유니트)로 묶어 유니트별 요양돌봄을 편성, 요양시설에서 공급자의 요양돌봄 단위와 이용자의 생활단위를 소규모로 일치시키는 유니트케어를 시작하였다.

이를 위해 기존 다인실, 복도형 구조를 개인실 및 거실 구조로 개선하고 입소 어르신이 시설에서 "지내는" 것이 아닌 "생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일본의 유니트케어 시행 이후 변화된 시설 생활 어르신의 삶의 행태도 기존에는 침대에만 누워 계시던 상황에서 거실과 개인실에서 활발한 여가·교류 시간이 증가하였으며, 정책 시행이 자리를 잡아가며 요양보호사들의 돌봄 근무 강도는 감소하며 소규모 유니트 중심으로 보다 세심한 요양돌봄 제공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연구결과 확인되었다.

나아가 유니트케어 시설로 전환됨에 따라 발생하는 입주정원 감소분을 지역의 소규모 다기능 서비스 거점(주간보호센터 등)으로 이주시켜 요양시설의 기능이 지역사회 차원에서 연계되었으며, 시설 생활 어르신의 지역 공동체 유대감이 향상되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인간 중심 돌봄과 시설에서의 집과 같은 생활 지원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2023~2027)"에서 한국형 유니트케어 도입을 제시하고, 2024년 3월에는 "제1차 유니트케어 시범사업 시행계획"을 공고하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니트케어 도입 지원을 위한 국가 시범사업이었던 만큼 최소한의 시설요건과 인력배치와 교육요건이 제시되었으며, 공모사업 설명회에도 많은 요양시설 운영 관계자의 참석과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7월 제2차 시범사업 운영을 위해 4월 중 유니트케어 시범사업 참여기관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약 6000개 시설급여 장기요양기관이 모두 유니트케어를 도입할 수 있는 실정은 아니다. 

주로 상가 등의 근린생활시설로 건축된 공간을 임차하여 운영되는 9인 이하의 공동생활가정 시설과 주로 개별 건물을 건축하여 운영되는 30인 이상의 요양시설은 기존의 편복도형 내부 평면구성의 변경과 개인실 중심의 편성이 쉽지 않고, 유니트 구성과 케어를 위한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등의 인력배치 요건을 충족시키며 제한된 공간 내 개인실과 거실·프로그램실을 집과 같이 조성함과 동시에 이를 통한 시설 운영의 수익을 유지 또는 증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요양시설에서 지내시다 도무지 못 견디겠다고 퇴소하시고 살던 집으로 돌아오셔서 시설 대비 부족한 요양돌봄을 받더라도 '내가 원할 때 밥 먹고, 내가 원할 때 활동하는 게 좋다'라는 어르신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집과 같은 환경에서 인간 중심의 돌봄이 실현되는 것은 짜여진 시설운영 일정에 어르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정든 집을 떠나 시설에서 지내실 수밖에 없는 어르신에게 맞추는 요양돌봄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의 유니트케어 도입 확대 노력은 환영할 정책이며 초고령사회 진입 국가로서 서둘러 정착되어야 할 사업이다. 

하지만 전국에 확산되어 있는 기존의 장기요양시설이 유니트케어의 직접 적용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여 '준유니트케어' 정도라도 적용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시설 운영자와 이용자가 보다 빠르게 유니트케어를 경험하고 필요성을 공감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장기요양시설이 재택 요양돌봄의 또 다른 장소로서 연계·확장된 개념으로 안착하여 Aging in Place 실현을 견인하기를 기대한다.

고영호

◆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정책연구센터장, 기획재정부 인구위기대응 TF 고령사회 대응반 위원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국토교통부 인구대응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령자 주거와 복지의 연계, 고령친화 공동체마을 등에 대한 고령친화 건축도시공간 정책연구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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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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