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퇴직수기를 공모하는데 우연히 심사위원을 맡은 일이 있다.
심사를 위해 105건의 수기를 읽고 많이 놀랐다.
공무원들은 60세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도 받기 때문에 특별히 걱정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수기 내용이 '퇴직하고 나니 절벽 위에 서 있는 기분이더라'는 것이었다.
갈 곳이 없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그중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고위직 공무원 한 분의 수기를 소개한다.
이 분은 퇴직도 했고 연금도 받으니까 한번 신나게 놀아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오래 가지 못했다.
3개월쯤 놀아보니 즐겁기는커녕 답답해서 미치겠더라는 것이다.
가장 힘든 게 아침에 일어나면 아내의 눈치가 보이는 것이었다.
'저 양반은 오늘도 안 나가나?'
동네 도서관에 갔더니 노인들이 신문 한 장 보려고 쟁탈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안 되겠다. 취직해야지'라고 결심하고 여기저기 원서를 보냈는데 준비가 안 되어서인지 면접 보러 오라는 곳도 없었다.
그런데 하루는 한 군데서 면접보러 오라는 통지가 왔다.
최근 들어 많이 생기고 있는 주간노인보호센터였다.
100세 시대를 맞아 이웃나라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에도 많이 생기고 있는 이른바 노노(老老) 케어 일자리 중 하나이다.
면접에 합격하여 하루에 5~6시간 일을 한다고 했다.
노인들을 돌보고 같이 놀아주는 일이다.
이분이 성격이 싹싹한 분이고 또 시골에 혼자 계신 노모를 생각하여 성심성의껏 돌봐 드린다고 했다.
그래서 받는 월급 70만 원과 집에서 내던 건강보험료 30만 원을 합하여 100만 원을 벌어다 주고 집에 없으니까 그 수기의 마지막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그렇게 무섭던 아내가 천사로 바뀌었다."
퇴직한 남편과 아내 사이의 갈등문제를 다룬 TV토크프로에 출연하여 비슷한 광경을 목격한 일도 있다.
참여자들에게 주어진 질문 중 하나는 퇴직한 남편이 낮에 집에 있으면 당사자인 남편이나 그 아내 입장에서 불편을 느끼느냐는 것이었다.
남녀 참여자들 대부분이 '불편을 느낀다'고 했다.
여성들은 퇴직하고 집에 있는 남편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게 부담스럽고 왠지 속박을 당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했다.
게다가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준다는 게 너무 서투르고 잔소리까지 하기 때문에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남성들은 자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 같은 아내의 눈치가 보여 불편하다는 대답이었다.
집안일을 도와주다가 아주 사소한 실수로 핀잔이라도 듣게 되면 화도 나고 서글픔까지 느끼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보다 20년쯤 고령사회를 앞서가고 있는 일본에서는 더 오래전부터 남편 퇴직 후 부부 갈등이 사회적으로 문제화되어 있었다.
퇴직 후 부부 갈등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남편재택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기도 한다.
퇴직한 남편이 집에 있음으로 해서 아내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 이상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증상으로는 우울증, 고혈압, 천식, 공황장애, 암공포증, 십이지장궤양, 키친드링커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남편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병이라고 해서 '부원병(夫源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남편 퇴직 후에 이렇게 부부 갈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커플문화를 가진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와 일본은 남편이 현역으로 있는 동안은 남편과 아내가 서로 분단된 세계에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부가 서로 다른 세계에서 행동하기 때문에 남편이 현역으로 있는 동안은 배우자의 사정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각자 자기 일에 열중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남편은 회사일도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아내는 가사에 열중하다가 자녀양육이 끝나면 아르바이트, 취미, 지역사회 활동 등을 하며 나름의 삶의 보람을 찾는다.
그런데 이렇게 분단되어 있던 아내의 세계에 어느날 갑자기 남편이 퇴직하고 집에 있게 되면서 문제가 생긴다.
퇴직 전에는 평일 저녁과 휴일에만 집에 있었던 남편이 거의 매일 집에 있다.
남편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그때까지는 신경쓰지 않았던 남편의 성격이나 생활습관이 아내에게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쌓인 스트레스가 '남편재택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나타나고 심한 경우 중년·황혼이혼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지난 이십수 년 사이 이혼 건수와 이혼율 자체는 크게 줄었는데, 전체 이혼건수 중 혼인지속기간 20년 이상인 중년·황혼이혼의 비율은 1990년의 14%에서 2023년에는 23%로 늘었다.
문제는 중년·황혼이혼을 생각하게 되는 계기이다.
종래부터 있어왔던 이유인 성격차이, 경제문제, 배우자의 외도 등과 더불어, 퇴직 후의 부부 갈등이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어이없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현실인 걸 어찌하겠는가?
이 때문에 일본의 노후설계 전문가들은 퇴직을 앞둔 부부들에게 퇴직후의 부부 화목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조언하고 있다.
특히 낮 동안은 가능한 한 부부 각자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것을 권유하고 있다.

노후설계전문가 오가와유리 씨 같은 경우는 자신의 기고에서 퇴직 후 가장 인기있는 남편은 집안일 잘 도와주는 남편, 건강한 남편, 요리 잘하는 남편, 상냥한 남편 중 그 어느 것도 아니고 '낮에는 집에 없는 남편'이라고 쓸 정도이다.
우리나라 또한 남편 퇴직 후의 부부 갈등 문제가 빠르게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지 않은지 하는 생각이 든다.
부부 서로가 퇴직 후의 부부 화목에 대해서 거의 준비를 할 기회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중년·황혼이혼은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 이십수년 동안 이혼율은 꾸준히 낮아져 왔는데 전체 이혼건수에서 차지하는 중년·황혼이혼의 비율은 1990년의 5%에서 2023년에는 무려 36%로 늘어났다. 이렇게 늘어난 배경에는 퇴직 후의 부부 갈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언론을 통해서도 노후설계 강의 현장에서도 퇴직 후의 부부 갈등에 대한 고민을 많이 듣기 때문이다.
따라서 퇴직 후 노후자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부부 화목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부부 모두가 낮 동안은 수입을 얻는 일이든, 사회공헌활동이든, 취미활동이든, 이 세 가지를 겸한 활동이든 자기만의 시간을 갖도록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 전 미래에셋 부회장
대우증권 상무, 현대투신운용 대표, 미래에셋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로 일하고 있다. 대우증권 도쿄사무소장 시절, 현지의 고령화 문제를 직접 마주하면서 노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품격 있는 노후를 보낼수 있는 다양한 설계방법을 공부하고 설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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