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와 환율이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과 중산층 등 서민에게 부담이 큰 식료품 물가를 중심으로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5개월(6월~10월)간 전체 소비자물가가 0.9% 오르는 동안 식료품 물가는 3.3% 이상 올랐다. 물가와 더불어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달러 자산이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는 불안감으로 달러 자산으로 자금이 몰려가는 '달러 포모(Fear Of Missing Out, FOMO)' 현상도 확산하고 있다.
물가 불안도 사실 상당 부분 고환율과 관련이 있다. 지난 5개월(6월~10월)간 수입 물가를 보면 달러 기준으로는 상승률이 0.55%에 불과하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2.64%나 올랐는데 이는 원달러 환율이 2.07%나 상승한 탓이기 때문이다. 물가와 환율은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구조에서는 사실 같은 문제이다. 물가는 화폐의 대내적 가치를 의미한다면, 환율은 화폐의 대외적 가치를 의미한다. 모두 화폐가치를 말하는 것으로 물가와 환율이 고공행진을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화폐가치가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가 불안이나 환율 변동성은 모두 화폐가치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사실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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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면에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고, 실제로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주권'에 대한 인식이다. 20세기의 식민지 역사와 그 연장선에서 완전히 독립을 이루지 못한 분단 상황에 있다 보니 안보 등에서 근대 주권국가의 위상을 갖추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근대 민족국가는 근대 주권국가와 동의어이듯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국가 운영의 중요 영역에서 '주권국가'의 틀을 확립하는 일이다.
주권국가에서 '주권'이란 자국의 주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다른 나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우리 사회는 군사나 정치 영역에서는 주권 개념이 익숙하지만, '경제주권(economic sovereignty)'은 인식이 매우 낮다. 반면, 미국 사회에서 경제주권의 확보는 당연시하고 있다. 현대 경제학에서는 경제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통화정책을 얘기한다. 그런데 독자적 통화정책의 전제조건이 화폐가치의 안정성 확보다. 즉 '화폐주권'은 경제주권의 출발점이라는 말이다. 모든 화폐발행권을 행사하는 중앙은행이 가장 중요한 임무로 '물가안정'을 삼는 이유도 물가안정과 화폐가치 안정은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내적 화폐가치인 물가안정과 달리 대외적 화폐가치인 환율의 안정성은 오늘날처럼 국가 간 자금의 이동이 자유로운 개방경제에서는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외환 정책의 '트릴레마(3중의 딜레마)'라 한다. 화폐의 대외적 가치인 환율 안정성도 중요하기에 화폐주권을 확보하려면 투기적 자금 이동이나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등으로 환율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국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서 환율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개입 역량은 사실상 외환보유고에 달려 있다. 1991년 조지 소로스에게 공격당한 영국이나 한국의 1997년 외환위기 모두 환율을 방어할 외환 부족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이해로 한국과 싱가포르는 좋은 비교 대상이다. 싱가포르의 전체 소비자물가와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 5개월(6월~10월)간 각각 0.3%와 0.7%로 0.9%와 3.3%를 기록한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안정적이다. 개방도가 매우 높음에도 물가가 안정된 원인 중 하나가 같은 기간 동안 우리 환율이 2.1% 상승한 것과 달리 싱가포르 환율(미국 달러/싱가포르 달러)은 0.1% 상승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입물가 상승률을 보면, 앞의 기간 동안 한국이 2.64%를 기록했으나 싱가포르는 1.89%로 이 차이의 대부분은 환율 변동률 차이에서 비롯한다. 우리나라 수입물가 상승률 중 달러 기준으로는 0.5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높은 환율 변동률을 우리나라 통화 당국자들은 이른바 서학개미 등 해외 투자의 탓으로 돌리며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데,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언급한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Net International Investment Position, NIIP)은 싱가포르에 비해 매우 작다. 2014년부터 흑자인 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은 2014년 809억 달러, 2019년 5178억 달러, 2024년 1조 1020억 달러로 증가해왔다. GDP 대비로도 2014년 5% → 2019년 30% → 2024년 59%로 증가해왔다. 그럼에도 원달러 환율은 2022년 2월 러우전쟁 이전까지 대체로 1100~1200원 사이에서 안정적 모습을 유지해 왔다. 게다가 비교 대상인 싱가포르의 경우 GDP 대비 순대외금융자산이 2014년 196% → 2019년 235% → 2024년 150%로 우리보다 몇 배나 높아도 환율이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싱가포르 통화당국(MAS, 싱가포르 중앙은행)의 높은 외환시장 개입에 있다. 미국 재무부는 미국과 교역 규모가 큰 국가들의 환율정책과 거시경제 상황을 대체로 반기별로 평가한 이른바 '환율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다. 2019년부터 포함된 싱가포르는 올해 6월까지 12차례 중 미국이 요구하는 외환시장 개입 조건(GDP 대비 2% 및 8개월 순매수)을 한 차례도 지킨 적이 없다. 다음 표에서 보듯이 적게는 4.6%에서 많을 때는 28.6%까지 개입의 강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 결과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라는 요구도 들은 체 만 체 한다. 12차례의 평균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약 18%에 달한다.

그럼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수출경쟁력을 위해 환율을 조작한다는 지적에 싱가포르 통화당국(MAS)은 미국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자신들은 물가안정 목표 차원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할 뿐이라고 반박한다. 이러한 논리는 싱가포르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스위스 중앙은행(SNB) 등도 마찬가지로 대응한다.
사실 이러한 논리의 '원조'는 미국 연준이다. 2010년 가을부터 당시 연준의 버냉키 의장이 2차 양적완화를 시행할 것을 밝히자, 브라질, 인도, 중국 등은 미국이 1차 양적완화로 경기가 회복되었다고 말하면서도 또다시 양적완화를 시행하는 것은 달러화를 인위적으로 절하하고 신흥국 통화가치를 절상시켜 신흥국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미국을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미국 연준은 양적 완화는 미국의 통화정책이라며 신흥국의 반발을 무시하였다. 오늘날 싱가포르 통화당국과 스위스 중앙은행 등은 미국 연준의 논리를 그대로 돌려주고 있을 뿐이다.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GDP 대비 외환보유액 규모는 한국이 평균 23%에 불과하나 싱가포르는 82%에 달한다. 이처럼 싱가포르는 외환시장 개입과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높은 외환보유액을 축적하고, 이를 활용해 환율 안정은 물론이고, 기금 운용 수익으로 재정 지원까지 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적다 보니 한국은 국민연금 활용을 거론하는데 국민연금은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는 기금이 아니기에 미국에게 부적절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지적받을 가능성이 있다. 화폐주권이라는 첫 단추를 잘못 끼다 보니 계속 어긋나는 것이다. 이재명정부는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 차원에서 '화폐주권'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자 최배근 경제연구소 이사장. 건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제사학회 회장,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 설립자이자 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누가 한국 경제를 파괴하는가>, <화폐 권력과 민주주의> 등이 있다.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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