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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국은 위기를 넘어 새로운 민주주의 모델을 만든 한 해였다. 국민 주권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확인함으로써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강한 복원력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운동 중 가장 아름다운 비폭력 저항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전까지 많은 사람이 시대착오적이라 생각했던 계엄이 하나의 현실이 된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 위기는 진행형이다. 정치적 갈등을 군사 권력 동원으로 해결하려 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계엄을 "국가 위기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선언"이라고 정당화하고 있고, 계엄에 지지를 보내는 국민이 상당할 정도로 한국 사회의 분열과 대립은 심각하다.
정치적 양극화는 기본적으로 경제적 양극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문제는 정도 차이가 있을 뿐 정규직 대 비정규직 간 소득 격차나 대기업 종사자 대 중소기업 종사자 간 소득 격차라는 주요국에서의 일반적인 양극화 양상과 달리 한국에서 가장 심한 소득 격차는 임금 노동자 대 자영업자 간 소득 격차에 있다. 2024년 기준 전체 취업자의 23%에 달할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 자영업자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1인당 평균 소득은 임금노동자 평균 소득의 35%도 되지 않을 정도로 영세성을 보인다.

자영업 영세성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형' 양극화는 한국 사회의 분열과 대립에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분단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분단이 일제 식민지 지배의 연장선에 있듯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한국형 산업화 모델'은 자기완결성을 결여한 산업체계와 고부가가치 부문이 취약한 산업구조를 특성으로 한다. 가치사슬 체계와 산업생태계에서 고부가가치 부문을 미국과 일본 등에 의존하는 생산방식이 기본틀을 구성한다. 그렇다보니 일자리 창출에서 제조업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일자리 양극화' 현상은 자연스럽게 자영업 과잉을 구조화하였다. 이처럼 분단과 '한국형 양극화'는 동전의 앞뒷면을 구성한다. 사회 분열과 대립을 방치한 결과가 바로 세계 최악의 양극화와 반세기가 넘는 남북 간 대립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6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그중 제일 큰 근본적인 문제가 양극화"이고, 12월 19일에는 외교부·통일부 등을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에서 "(남북이) 과거엔 원수인 척을 했는데, 요즘은 진짜 원수가 돼 가는 것 같다"며 양극화와 남북 간 증오를 한국 사회의 분열과 대립의 핵심 문제로 거론한 배경이다. 그런데 남북 관계의 전환점을 만든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래 지난 25년간 남북 관계는 개선되기보다는 결과적으로 파국으로 끝났고, 민주정권의 측면에서 볼 때 이 파국의 가장 큰 원인은 북한에 대한 보수정권의 적대시였다. 이 논리를 따른다면 남북이 '진짜 원수'가 된 것은 민주정권의 장기 집권 실패인 것이고, 결국 민주정권의 민생 해결 실패 및 악화와 그에 따른 민심 이반이 근원이 된다.
예를 들어, 70%가 넘던 임금노동자 1인당 소득 대비 자영업자 1인당 소득 비중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지나며 59%로 떨어졌고, 문재인 정권에서도 54%에서 39% 밑으로 떨어졌다. 즉 양극화 악화에 따른 민심 이반이 반복적인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민주정권의 집권이 서민의 경제력 강화에 따른 실질적 민주주의, 즉 경제민주주의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사회에서 분단과 민주주의는 같은 문제이다. 양극화 해소 없이는, 아니 양극화가 악화하는 한, 폭력을 법제화하고 민주주의를 중단/후퇴시키는 계엄 및 내란은 반복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이재명 정권에서도 시민들은 민생 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재명 정부가 시작된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사업체 종사자의 지난해 월평균 실질 급여는 353만 8000원이었는데, 이는 2016년의 354만 2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기준 587만 명이 넘는 임시직 및 일용직의 월평균 실질 급여는 147만 9000원에 불과하고, 이는 2015년의 150만 2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상용직 월평균 급여 대비 임시직과 일용직의 월평균 급여 비중이 40%도 되지 않는데, 2010년 이래 가장 높았던 2020년의 45%보다 5% 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이다. 이처럼 2024년 1인당 월평균 실질 소득이 141만 원에 불과했던 자영업자와 더불어 가장 낮은 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은 사실상 생존 위기를 겪고 있다. 이들의 삶을 외면하는 한 한국 민주주의는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양극화에 기반한 분열과 혐오와 증오 등을 자양분으로 삼아 극우 집단이 성장하고, 그 결과 계엄/내란 세력이 정치적으로 부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양극화 위기는 올해 대외적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이후 우리 경제에서 가장 활력을 보여주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문제는 현재 글로벌 경제가 인공지능(AI) 투자로 움직이고 있고, 그 연장선에서 수출을 포함한 한국의 생산 구조도 AI 관련 품목 중심으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AI 편중 현상은 향후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AI 구조조정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경쟁적인 투자와 수익이 확보되기 이전의 선행투자(upfront investment) 부담의 증가, 그리고 승자독식(winner-takes-it-all) 등 신기술의 초기 단계 특성으로 단기적 부침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라클(Oracle)의 과도한 자본지출 부담, 알파벳의 제미나이(Gemini) 3.0 모델 등장 이후 오픈AI(OpenAI)의 비상사태(Code RED) 발동에서 보듯이 AI 모델을 둘러싼 경쟁 압력 증대, AI 칩의 주요 공급사 중 하나인 브로드컴(Broadcom)의 AI 사업에 대한 비관적 전망 등이 'AI 거품론'의 불쏘시개가 되는 배경이다. 이러한 불안 요인들을, 새로운 경제 생태계가 구축되어 가는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규모와 과열 정도에 따라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의미가 다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올해 통화정책 운용 방향을 보여준 12월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은 최근의 AI 편중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12월 연준 회의의 핵심 결정 내용은 금리 인하가 아니라 '정부 부채의 화폐화'를 의미하는 양적완화의 재개였다. 즉 연준은 국채 매입을 월 400억 달러까지, 그것도 만기 3년까지 국채 매입 대상을 확장하고, 여기에 국채 담보 대출을 무제한 허용함으로써 '노골적으로'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 완화를 지원하기로 하였다. 회계연도가 10월에 시작하는 미국의 재정적자는 2001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24년간 매 8년마다 3조 4183억 달러→7조 9399억 달러→14조 9992억 달러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 결과 이자 지급액도 2조 7640억 달러→3조 3657억 달러→5조 7681억 달러로 증가해 왔다. 지난해 이자지급액은 전체 지출의 17%가 넘는 1조 2200억 달러에 달하였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었던 금융위기 이후와 달리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고금리 지속에 따른 결과이다. 트럼프가 금리를 1%까지 내려야 하고, 이를 위해 차기 연준 의장은 금리를 자신과 상의해야만 한다는 시대착오적 사고를 노골화(WSJ, 12월 12일)하는 배경이다.
문제는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중장기 국채 수익률이, 특히 기간이 길수록 금리가 하방경직성을 보일 정도로 인플레 우려가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금리 인하를 무리하게 강행하면 인플레와 시장금리 상승 우려로 국채 매도 사태가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자산시장은 일시적으로 불이 붙을 수 있겠지만, 인플레 충격이 AI 사업의 불안정성과 결합하면 자산시장 리스크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경우 우리나라 주식시장 역시 충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고, 환율 변동성도 재발할 것이다. 여기에 반도체 착시효과도 걷히면 경제지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
대외적 불확실성에서 오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은 내수 강화밖에 없다. 내수 강화는 양극화를 완화해야만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 이전부터 '기본사회' 추진을 양극화 해소의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올해는 이를 실천하는 해가 되어야만 한다. 기본사회의 실현으로 양극화 해소와 민주주의 강화만이 계엄과 내란을 종식하고, 나아가 남북 관계를 풀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자 최배근 경제연구소 이사장. 건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제사학회 회장,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 설립자이자 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누가 한국 경제를 파괴하는가>, <화폐 권력과 민주주의> 등이 있다.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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